시(詩)와 詩魂

원추리와 능소화의 힘으로/신달자

나뭇잎숨결 2023. 6. 28. 15:39

원추리와 능소화의 힘으로

 

   신달자

 

 

무릎이 아픈데도 조금은 절룩거리면서

50분을 걸었다

무슨 힘으로?

추억의 힘으로

 

원추리가 아침 노을을 이야기하고

능소화가 여름 이야기를 줄줄이 타고 오르며

저녁 노을의 극점에서

숨을 몰아쉬는

원추리 한 송이 손에 쥐었는데 가슴에서 피어나고

능소화 주황빛 손길은

덮은 생의 그늘을 찬란하게 살아 나르게 하고

빛으로 솟구쳐 오르게 하고

마흔 속으로 젊은 혈기 속으로

나른하게 완결의 미소를 날리며 걷고 있네

딱 50분이 아니라 그 이상

추억이라는 한 사람이

하늘의 힘으로 뜨겁게 손 잡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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