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와 능소화의 힘으로
신달자
무릎이 아픈데도 조금은 절룩거리면서
50분을 걸었다
무슨 힘으로?
추억의 힘으로
원추리가 아침 노을을 이야기하고
능소화가 여름 이야기를 줄줄이 타고 오르며
저녁 노을의 극점에서
숨을 몰아쉬는
원추리 한 송이 손에 쥐었는데 가슴에서 피어나고
능소화 주황빛 손길은
덮은 생의 그늘을 찬란하게 살아 나르게 하고
빛으로 솟구쳐 오르게 하고
마흔 속으로 젊은 혈기 속으로
나른하게 완결의 미소를 날리며 걷고 있네
딱 50분이 아니라 그 이상
추억이라는 한 사람이
하늘의 힘으로 뜨겁게 손 잡아 주고……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세 / 허연 (0) | 2023.06.28 |
---|---|
3인칭 의자 / 김수형 (0) | 2023.06.28 |
궁금한 일 – 박수근의 그림에서/장석남 (0) | 2023.06.28 |
방문객 / 정현종 (0) | 2023.06.28 |
여름/나태주 (0) | 2023.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