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너는 네가 무엇을 흔드는지 모르고/이성복

나뭇잎숨결 2022. 6. 16. 16:00

너는 네가 무엇을 흔드는지 모르고

이성복

너는 네가 무엇을 흔드는지 모르고
너는 그러나 머물러 흔들려 본 적 없고
돌이켜 보면 피가 되는 말
상처와 낙인을 찾아 고이는 말
지은 죄에서 지을 죄로 너는 끌려가고
또 구름을 생각하면 비로 떨어져
썩은 웅덩이에 고이고 베어먹어도
베어먹어도 자라나는 너의 죽음
너의 후광 너는 썩어 시가 될 테지만

또 네 몸은 울리고 네가 밟은 땅은 갈라진다
날으는 물고기와 용암처럼 가슴속을
떠돌아다니는 새들, 한 바다에서 서로
몸을 뜯어먹는 친척들(슬픔은
기쁨을 잘도 낚아채더라)
또 한 모금의 공기와 한 모금의 물을 들이켜고
너는 네가 되고 네 무덤이 되고

이제 가라, 가서 오래 물을 보고
네 입에서 물이 흘러나오거나
오래 물을 보고 네 가슴이 헤엄치도록
이제 가라, 불온한 도랑을 따라
예감을 만들며 흔적을 지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