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아버지,
어머니 교회
Deus Pater, Mater Ecclesia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요청에 따라 지난 2021년 10월부터 시작하여 교구 차원의 시노드를 일단락 한 바 있습니다. 몇몇 대표들이 모여 현재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회의 형태의 예전 시노드와는 달리 이번 시노드는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선교)’이라는 주제 아래, 모든 교회 구성원이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여정에로 초대받은 시노드입니다.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며, 복음을 살고 증언하는, 곧 ‘선교’하는 하느님의 백성을 지향하는 여정입니다. 우리는 서로 만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나누고, 경청하며, 우리를 성덕으로 불러주시는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노드의 여정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교구 차원의 시노드를 통해 체험하기 시작한 ‘시노드 교회의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친교, 참여, 사명(선교)’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여정입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하는 어려운 시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커다란 슬픔과 고통, 혹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꿈을 접어야 했거나 진로마저 바꾸어야 했던 상황 등등, 경제적인 타격과 일상의 불편함과 제약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크고 많은 아픔과 힘든 상황을 헤쳐 왔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인격 대 인격의 만남으로서의 신앙생활이 아니라 비대면 활동으로 만족하거나 위축된 면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신앙생활도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합니다. 소극적인 신앙생활에 안주해가던 우리의 모습을 떨치고 일어서야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떨치고 새롭게 일어서는 우리 모두에게 저는 선교 정신으로 재무장하여 새롭게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된 사회에 대처하고, 더 나아가 참다운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로 바꾸어가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저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선교 선택’을 꿈꿉니다.”(「복음의 기쁨」, 27항)라고 하시며, “복음을 선포하는 노력이야말로 교회의 첫째가는 임무”(「복음의 기쁨」, 15항)라고 이 시대에 선교를 강조하신 바 있으십니다.
21세기 사회는 이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사회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양극의 대립과 충돌을 보게 됩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정파 간의 대립과 충돌이 끊임없고, 경제는 경제대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강화되면서 특히 많은 젊은이들을 좌절케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예컨대, 신자 정치인들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당파적 입장을 넘어 교회의 가르침에 기초한 신앙인으로서의 신념을 꿋꿋이 주창하며 실천해 가는 모습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경제생활을 하는 신앙인들은 현대의 물질문명이 추구하는 감각적 행복을 넘어서는, 신앙이 가져다주는 참행복의 가치를 실천하고 증언하는 모습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수도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다양한 사도직에 앞서 무엇보다 하느님을 만나는 기도의 삶을 바탕으로 하늘나라의 행복을 증거하는 삶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사제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로 불리움 받은 그 신원 의식을 새롭게 하면서, 사목적 열정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교회’로 살아가기 위해 올해 저는 다음 두 가지 면을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1. 신앙생활의 근원인 미사성제에서 영적 힘을 길어냅시다.
미사 전례는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장(場)입니다.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이신 아드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을 겪으시어 죽음에게 죽음을 선고하시고, 당신 살과 피로 우리를 먹여 주시어 참생명을 주시며, 우리의 삶이 눈에 보이는 이 세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믿는 이들에게는 이 세상에서의 물질적인 만족이 행복의 기준이 아니라, 참생명과 참사랑이 행복의 기준임을 알아듣게 되고, 새로운 가치의 세계가 열리게 됩니다. 이 참행복의 기준과 새로운 가치를 볼 수 있는 믿음의 힘을 우리는 미사성제에서 길어냅니다.
미사 전례는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입니다. 각자의 삶에서 마주치는 여러 난관과 도전들 앞에서 때로는 힘이 빠지고 지치고 무너져가고 있을 때, 그 힘든 상황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듦을 그대로 안고 성당으로 달려갑시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고통을 몰라라 하지 않으시고 우리와 함께 그 고통을 지고 가십니다. 온 세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고통과 아픔과 눈물이 바쳐지는 미사성제는 하느님의 자비와 위로의 손길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미사성제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로 양육되어, 물질적인 가짜 행복이 판치고 여러 형태의 폭력이 일어나는 세상에 참된 평화를 심어나가는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출발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만나 복음의 기쁨을 맛본 이는 예수님을 선포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이러한 복음의 선포와 그 실천에 불리운 사람들입니다.
2. 우리 안에 다양한 신심을 새롭게 불 지핍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위축된 신앙생활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신심과 신심행위 그리고 신심운동들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교회는 신자들의 영성생활 활성화에 여러 신심 활동이 기여해 왔음을 인정하고 언제나 장려해 왔습니다. 성체조배나 성시간, 혹은 성체거동 등의 성체 신심, 첫 토요일 미사와 로사리오 기도 등의 성모 신심, 순교자 현양과 성지 순례 등의 순교자 신심, 성령 기도회나 성령 쇄신 운동 등의 성령 신심 등입니다. 다양한 신심활동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위축된 신앙생활에 새롭게 불을 지펴야겠습니다. 새롭게 불붙은 신심이 우리의 신앙을 더 깊게 만들어줄 것이고, 더 깊어진 그 신앙 안에서 우리는 복음적인 삶을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더라.’하는 모습으로 우리 사회를 선구적으로 가꾸어 가는 복음의 일꾼이 됩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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