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시 / 박정대

나뭇잎숨결 2022. 1. 9. 10:09

시 / 박정대

 

 

미스터 션샤인의 말투로 말하겠소/ 키치라 해도 좋소/ 무더운 여름밤을 건너가기엔 그 말투가 좋았던 것이오/ 자정이 넘은 코케인 창가에서 홀로 술을 마시며 바라보는 적막한 거리 풍경이 좋았던 것이오/ 햇빛 씨의 열기가 대낮의 조국을 뜨겁게 달구고 그 열기는 밤이 되어서도 식지 않았소/ 11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이라 했소/ 폭탄을 맞은 폐허의 도시처럼 허공에 떠도는 풍문은 흉흉했소/ 어디를 가도 숨이 가빠오는 숨 막힐듯 뜨거운 열기의 나날이었소/ 111년 전이면 1907년인데 나의 말투는 1907년의 고독 씨처럼 어느덧 그 시절을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이오/ 러브가 무엇이오 나는 모르오/ 시는 또 무엇이오 나는 모르오/ 조국이 이토록 뜨거운데 내가 어찌 조국보다 더 뜨거운 시를 쓸 수 있겠소/ 밤이면 코케인에서 술을 마셨소/ 창가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는 게 나는 좋았소/ 그렇게 여름을 지날 수만 있다면/ 말투야 어떻든 괜찮았던 거요/ 술을 한잔 마시고 돌아오는 새벽이면 생각했던 거요/ 나는 줄곧 적막한 새벽의 길을 걸어/ 거대한 고독의 시간을 횡단하고 있었다는 것을/ 꿈꾸는 자들은 언제나 대낮과 제국의 반대편이었고/ 오롯이 자기 꿈 동지였다는 것을 말이오/ 검은 말 한 마리 웅크리고 있는 밤이었소/ 여전히 깊고 어두운 검은 밤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