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티끌이 티끌에게/김선우

나뭇잎숨결 2021. 12. 19. 18:20

티끌이 티끌에게

 

                             

 

- 김선우

 

 

내가 티끌 한점인 걸 알게 되면

유랑의 리듬이 생깁니다

 

나 하나로 꽉 찼던 방에 은하가 흐르고

아주 많은 다른 것들이 보이게 되죠

 

드넓은 우주에 한점 티끌인 당신과 내가

춤추며 떠돌다 서로를 알아챈 여기,

이토록 근사한 사건을 축복합니다

 

때로 우리라 불러도 좋은 티끌들이

서로를 발견하며 첫눈처럼 반짝일 때

이번 생이라 불리는 정류장이 화사해집니다

 

가끔씩 공중 파도를 일으키는 티끌의 스텝,

찰나의 숨결을 불어넣는 다정한 접촉,

 

영원을 떠올려도 욕되지 않는 역사는

티끌임을 아는 티끌들의 유랑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