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은/이근화

나뭇잎숨결 2021. 9. 11. 14:14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은

 

 

-이근화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어
일월 일일 영시 세계 각국의 인사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순차적으로
이 지구를 돌고 있겠지
그래 그 말이야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
그래서 그걸 축복하고
당신의 살아 있음을 내가 안다는 거
지금 우리가

놀랍게도
이백번을 말한다 해도
자연의 속도로
조금씩 늙어가겠지
벌을 서듯 잠을 자는데
겨드랑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들
이미 죽은 네가
새해 인사를 건넨다
이미 죽은 내가
새해 국수를 먹는다

자라다가 만 손톱
가는 머리
더이상 살찌지 않는 몸
나도 나를 새롭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원 계단에 술 취해 쓰려져 자는 남자의
검은 외투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조용하게 잠을 자고
살을 부비고
새해를 낳아주고 싶다
버석버석 일어나 길고 긴 하품을 하고 싶다
향긋한 입속에서 태어날 내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