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5월/나태주

나뭇잎숨결 2022. 4. 30. 11:02

오월/나태주

 

 

벙그는 목련꽃송이 속에는

아, 아, 아, 아프게 벙그는 목련꽃송이 속에는

어느 핸가 가을 어스름

내가 버린 우레 소리 잠들어 있고

아, 아, 아, 굴뚝 모퉁이 서서 듣던

흰 구름 엉켜드는 아픈 소리

깃들어 있고

천년 전에 이 꽃의 전신을 보시던 이,

내게 하시는 말씀도 스며서 있다.

 

당신이 천년 전에 생겨나든지

제가 천년 후에 생겨나든지

둘 중에 하나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시무룩히 고개 숙인 옆얼굴까지 속눈썹까지

겹으로 으슥히 스며서 있다.

그늘 아래 샘물로 스며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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