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슬픔에게
-고정희
흐리고 어두운 날
남산에 우뚝 선 해방촌 교회당은
날벼락을 맞아 검게 울고
무더위로 가라앉은 내 몸 속에서는
그리운 신호처럼 전신주가 운다
끝간데 없는 곳으로부터
예감처럼 달려오는 그 소리는
한순간 고요히 물로 풀어지다가
불로 일어서다가
분노가 되다가
이내 다시
내 고향 해남의 상여 소리가 되어
저승으로 뻗은 전신주를 따라 나간다
우리의 침묵 깊은 곳에서
민들레 한 송이
서늘하게 흔들리는 오후,
민들레로 떠도는 사람들을 위하여 드디어
칼 쓴 예수가 갈짓자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高靜熙 詩集 <<이 時代의 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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