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제사/김승희
어떤 그리움이 저 달리아 같은 붉은 꽃물결을 피게 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혈관 속에 저 푸른 파도를 울게 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흘러가는 강물 위에 저 반짝이는 햇빛을 펄떡이게 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끊어진 손톱과 끊어진 손톱을 이어놓는가
어떤 그리움이 시카다(cicada)에게 17년 동안의 지하 생활을 허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시카다에게 한여름 대낮의 절명가를 허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저 비행운과 비행운을 맺어주나
지금 파란 하늘을 보는 이 심장은 뛰고 있다
불타는 심장은 꽃들의 제사다
이 심장에는 지금 유황의 온천수 같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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