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풍부(西風賦)
- 김춘수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왼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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