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베르톨트 브레히트

나뭇잎숨결 2020. 10. 6. 18:35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산다 그의 목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고 그의 얼굴은 깨끗하다

정원의 나무가 기형적인 것은

토양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를 비난한다 불구자라고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푸른 조각배나 해협의 한가로운 돛을

나는 보지 않는다 내가 보는 것은

어부들의 닳아질대로 닳아진 어망뿐이다

왜 나는 사십대에 허리가 구부러진

토지없는 농부에 대해서만 노래하는가

처녀들의 유방은

옛날처럼 따뜻한데

나의 시에 운율을 맞추면 나에게는 그것이

겉멋을 부리는 것처럼 생각되기까지 한다

나의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 것은

꽃으로 만발한 사과나무에 대한 도취와

저 칠쟁이의 연설에 대한 분노이다

그러자 후자만이 나로 하여금

당장에 펜을 잡게 한다.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서정주  (0) 2020.10.06
구름의 파수병/김수영  (0) 2020.10.06
심장이라는 사물/한강  (0) 2020.10.06
나무의 수사학/손택수  (0) 2020.10.06
취한 배/A. 랭보  (0) 202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