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꽃을 위한 서시/김춘수

나뭇잎숨결 2020. 9. 27. 18:21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이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 밤 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몰랐다/유안진  (0) 2020.09.27
종소리/박남수  (0) 2020.09.27
담쟁이는 결국 그 벽을 넘는다  (0) 2020.09.25
바위/유치환  (0) 2020.09.25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0) 20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