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이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 밤 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몰랐다/유안진 (0) | 2020.09.27 |
---|---|
종소리/박남수 (0) | 2020.09.27 |
담쟁이는 결국 그 벽을 넘는다 (0) | 2020.09.25 |
바위/유치환 (0) | 2020.09.25 |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0) | 2020.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