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바위/유치환

나뭇잎숨결 2020. 9. 25. 12:02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 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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