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이별 이후/문정희

나뭇잎숨결 2020. 9. 18. 21:19

이별 이후

 

 

- 문정희

 

 

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이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년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알 떠 넣는 일이다

 

옛날옛날적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막혀 나 죽으면

원도 없으리라

 

그러나

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