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딜타이의 삶 해석학

나뭇잎숨결 2020. 9. 17. 15:33

딜타이의 삶 해석학*

김영한(숭실대)

[한글요약]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학문적 고유권리를 확보하고 그것을 자연과학적 방법의 도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정신과학의 보편적인 기초를 철학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했다. 딜타이는 역사적 세계의 연관에 대한 지식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정신과학을 방법론적으로 정초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한 철학적 도구로서 해석학을 사용하고자 했다. 그의 해석학은 삶의 해석학(die Hermeneutik des Lebens)이다. 딜타이는 이러한 역사적 삶을 다루는 정신과학의 영역을 해석학의 고유한 영역으로 보고 해석학을 정신과학의 정초의 방법론으로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딜타이는 역사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있어서 해석학을 위한 새로운 과제를 역사적인 회의와 주관적인 자의에 대해서 이해의 확신을 보장하려는 데서 찾았다. 그는 정신과학의 보편적인 방법론으로서 해석학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론적 추구는 역사적 이성의 비판의 프로그램에서 실현되지 못한 하나의 약속으로만 남았다. 딜타이는 역사적 이성을 비판하는 정신과학의 방법론적 정초를 기획했으나 그것을 실제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가 해석학으로 가능하다고 본 것은 그의 후계자들에 의하여 문제시 되었다. 하이데거나 가다머에 와서 해석학의 새로운 과제란 보편타당성을 추구하는 방법론적 이상에서 결별하는 것이다. 가다머에 와서 해석학은 철학적 해석학으로 전개되면서 한편으로는 영향사를 통해서 지평융합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이해의 매체인 언어를 통해서 언어존재론으로 보편성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주제분야: 해석학
주 제 어: 역사이성비판, 체험, 표현, 이해, 삶의 해석학
1. 머리말

딜타이(Wilhelm Dilthey, 1833-1911)는 역사주의의 방법론적 도전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전 생애의 작업을 역사이성 비판의 동기 아래 수행하였다. 역사이성 비판의 과제란 정신과학의 학문적 우위를 인식론적으로 합법화 시키는 것으로서 그의 전 생애의 과제이었다. 딜타이는 자신을 역사학파의 방법론자로 이해했다. 정신과학의 학문적 고유권리를 확보하고 그것을 자연과학적 방법의 도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보편적인 기초를 철학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했다. 이런 면에서 딜타이는 드로이전(Johann Gustav Droysen)의 역사주의 사고를 이어 받았다. 딜타이는 역사적 세계의 연관에 대한 지식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정신과학을 방법론적으로 정초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한 철학적 도구로서 해석학을 사용하고자 했다. 그의 해석학은 삶의 해석학(die Hermeneutik des Lebens)이다.
본 연구는 딜타이의 삶 해석학의 사상을 그의 철학의 중요한 과제인 정신과학의 방법론의 이념과의 연관 속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해의 심리주의를 극복하는 정신과학의 방법론으로서 역사이성의 비판이 딜타이의 삶 해석학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함을 밝히고자 한다. 해석학을 보편타당한 학으로 정초하고자 하는 그의 이념은 그의 철학적 체계 내에서 좌초했음을 밝히는 것이다.


2. 해석학과 정신과학의 정초

딜타이의 해석학은 철학적 해석학의 발전에 있어서 특별한 위치를 갖는다. 그는 청년시절에 해석학의 역사에 대하여 집중적인 연구를 한다. 딜타이는 비록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쉴라이에르마허의 해석학(1860년)에 관한 연구논문을 썼다. 이때 딜타이는 이해를 “외부에서 감각적으로 주어지는 표시(Zeichen)로부터 내면적인 것을 인식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쉴라이에르마허가 제시한 이해의 기술론에 따라서 딜타이는 해석을 지속적으로 고정된 삶의 외화(外化)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ein kunstmässiges Verstehen)로 보았다. 그리하여 해석학은 딜타이에 있어서 “문헌적으로 고정된 삶의 외화에 대한 이해의 기술론”(Kunstlehre des Verstehens schriftlich fixierter Lebensäusserungen)이 된다. 딜타이는 역사적 상대주의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여 해석학으로부터 보편적인 규칙의 질문에 대한 해결을 기대했다. 그리해야만 이해를 주관적인 임의성으로부터 지킬 수 있었다. 이해는 모든 정신과학에 기초를 놓는 방법으로 타당하며 이 정신과학의 방법론은 이해의 인식론적인 분석을 가져와야만 했다.
그는 체험(Erleben)과 이해(Verstehen)를 특히 전승된 내용에 대한 추후체험(Nacherleben)으로서 정신과학과 사회과학의 특징으로 보았다. 일정한 의미를 갖추고 있는 인간 창작의 체험과 이해는 인간 인식의 근본범주가 된다. 체험과 이해는 정신과학을 나타낸다. 이러한 의미에서 해석학은 모든 정신과학의 기초가 된다. 그리하여 쉴라이에르마허에서 예기되고 드로이전(Droysen)을 거쳐 온 해석학적 사고는 딜타이에 이르러 완전히 동트게 된다. 이러한 해석학적 사고란 이해와 해석(Auslegung)은 모든 정신과학의 특징적인 인식방식이라는 것이다.
딜타이는 일찍이 [정신과학의 입문](Einleitung in die Geisteswissenschaften)에서 “역사 이성의 비판”(Kritik der historischen Vernunft)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딜타이에 있어서 역사이성의 비판은 정신과학을 위한 논리적이고 방법론적이고, 인식론적인 정초를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학문성을 요구할 수 있는 아르키메스적 고정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는 정신과학도 자연과학 처럼 정초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여기서 정신과학이란 철학, 역사학, 문학, 문헌학, 국가학 등을 말한다. 칸트가 자연과학의 정초를 위하여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을 수행한 것과 같이 정신과학의 정초를 위하여 역사이성의 비판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딜타이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다만 자연과학의 근거설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므로 자연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삶의 이해를 위해서는 역사이성비판이 필요하다. 딜타이는 피력한다: “칸트의 비판은 인간 인식의 심층부에까지 충분히 파고 들어가지 않았다. 초월과 내재의 대립은 가능한 인식의 한계선을 특징지어주지 못한다. 사실 그 자체는 결코 논리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며 단지 이해될 뿐이다.”
딜타이는 역사 속에서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칸트적인 자기의식을 넘어선 헤겔적인 자기의식, 다시 말하면, 역사적으로 자기를 구성하는 삶을 전제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역사적 삶 속에서 자기이해와 타자이해는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타자 삶의 이해는 외적으로 주어진 다른 삶의 표현들을 자신의 고유한 삶으로 전이(轉移)함으로써 가능하다.
딜타이는 드로이젠의 착상을 이어 받으면서 헤겔의 사변적 착상과 결별하고, 밀(J. St. Mill)의 경험과학을 수용하였다. 딜타이가 내세운 “정신과학”(Geisteswissenschaften)이란 개념은 밀이 제기한 “도덕과 정치학”(Moral and political science)을 번역한 것이었다. 밀은 모든 정신과학과 사회과학이 연역학문과 귀납학문의 체계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밀과의 딜타이의 논쟁은 항상 정신과학의 특수성의 전제 아래 서 있다.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특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것(필자 주: 정신과학)에 있어서 행위 상태는 우리들에게 이해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상태에 대한 내적 지각의 근거 위에서 우리는 그것을 표상에 있어서 어떤 점에까지 추후형성(nachbilden)할 수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의 교호작용(Wechselwirkungen) 놀이에 있어서 모든 우리의 자극들(Affekte)은 현재적이고 생생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있어서 내면에서부터 생생한 불안 속에서 상태를 지각하기 때문이다.”


3. 정신과학의 아르키메스점 - 내적 체험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확고한 토대를 내적 체험 또는 의식의 사실에서 찾고자 했다. 체험은 의식의 선천적 구조에서 정합성과 타당성을 얻는다. 그래서 칸트가 순수자연과학의 기초가 순수오성의 원리로부터 파생한다고 본 것처럼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타당성과 객관성의 조건이 내적 경험에서 발견된다고 보았다. 1880년 그리고 이에 따르는 몇 년간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타당성의 조건에 대한 연구에 들어가 모든 실재는 의식의 조건에 의하여 지배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들의 관계들이 정초되는 심적 구조와의 관계없이는 정신과학이란 뭉치이요 일들의 집합일 뿐 하나의 체계가 아니다.” 이 사실에서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심리주의적 정초에 대한 반성만이 그들의 지식의 객관성을 정초할 수 있게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1875년에 “인간, 사회, 국가, 과학의 역사 연구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출발하면서 “정신과학 입문”에 관한 첫 저서를 거쳐 1895년 “기술하는 심리학과 해부하는 심리학에 관한 이념”에 관한 논문에 이르기까지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심리주의적 정초를 놓는 과제를 위하여 접근을 시도하였다. 여기서 딜타이는 설명보다는 이해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심리학을 제안한다.
1895년의 논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처음이요 끝으로 딜타이는 쓰여지지 아니한 역사적 이성비판에 관한 저서인 그의 입문의 제2권으로부터 자료들을 출판하였다. 입문의 첫째 권에서 정신과학의 역사적 고고학이 추적된 후에 제 2권은 그가 항상 말했던 정신과학에 대한 인식론적이고 논리적이고 방법론적인 정초를 시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논구는 정신과학의 정초를 위한 탁월한 기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학을 위한 인식론, 논리학과 방법론이 만족할 만한 명료성으로 지시되고 있지 못하다. 딜타이는 이 논문에서 높은 희망을 가지고 1895년의 ‘역사적 이성 비판 이념“의 예비초고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의 초고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며 더욱이 에빙하우스(H. Ebbinghaus)로부터 통절한 비판을 받는다. 그리하여 딜타이는 이 원고를 출판하지 못하고 쉴라이에마허의 해석학 원고 그리고 다른 역사적 연구의 원고와 더불어 죽을 때까지 이에 대한 작업을 지속하기에 이른다.


4. 이해하는 기술 심리학: 설명과 이해의 구분

1895년에 발표한 [기술하는 심리학과 해부하는 심리학의 이념에 관하여](Ideen über beschreibende und zergliedernde Psychologie)라는 연구에 있어서 딜타이는 기술심리학을 발전시키면서 설명(Erklären)과 이해(Verstehen)의 용어를 구분하고 있다. 딜타이가 생생한 불안 속의 내적 상태의 지각을 말할 때 그는 “기술심리학”(beschreibende Psychologie)을 수용하고 있다. 딜타이는 정신과학적 이해의 독특성을 드러내기 위한 심리주의적 정초로서 “설명하는 심리학”(erklärnde Psychologie)이 아니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의 심리학(verstehende Psychologie neuerer Art)을 사용한다.
딜타이에 의하면 정신과학의 정초에 결정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기술 심리학이다. 정신과학의 근본통일체는 심리-물리존재인 개별인간이다. 심리학의 근본과제 중의 하나는 이러한 개별인간을 기술하고 분석하는 데 있다. 기술과 분석은 우리의 경험과 심리과정, 즉 체험(Erleben)에 관계한다. 모든 외적 사실인 물건이나 인격 등 전 현실은 의식의 조건 아래 서 있다. 딜타이에 의하면 체험은 구조연관(Strukturzusammenhang)을 형성한다. 구조연관은 체험되기 때문에 감각이나 영혼원자들 처럼 어떤 가설적인 구성요소들로부터 구성될 필요가 없다. 경험은 우리 의식의 구조화하는 선천성(Apriori) 속에서 그 연관과 타당성을 갖는다.
설명 심리학은 자연과학적 인식방식에 의존해서 심리적 요소들의 작은 수에 근거해서 심리적 사건들을 해명하고 가설형성을 통해서 인과적 인식을 기획한다. 설명 심리학은 심리현상(psychische Phaenomene)을 순수인과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로서 심적 삶을 명료하게 정의된 몇 가지 요소로 소급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그것은 마치 칸트가 순수오성의 원리로부터 순수 자연과학의 기초를 연역해내고자 한 것과 같다. 딜타이에 의하면 가설적인 연관에서 그러한 요소들과 그것들을 결합하는 가정은 자연과학적인 인식방식인 설명의 방법을 나타낸다.
그러나 딜타이는 설명 심리학이 심리적 현상이 체험된다는 사실과 그리고 그것이 연관 속에 주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화학과 마찬가지로 설명 심리학은 단순한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들에 대한 가설을 통해서 심적 현상을 파악하고자 한다. 자연과학은 경험과 그 속에 포함된 규칙들 중에서 측정할 수 있고 계산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 모든 법칙적 인식을 한다. 자연과학에서 인식의 주체는 외부로부터 자극해오는 감각을 법칙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는 순수의식이다. 딜타이는 이처럼 자연과학에 고유한 구성적 가설은 설명 심리학의 영역에서는 결단코 구속력 있게 증명될 수 없다고 본다.
딜타이는 설명 심리학의 구성주의(Konstruktivismus)에 대항하여 이해 심리학의 이념을 도입한다. 딜타이는 내면화(Innewerden)와 체험(Erleben)에 관하여 말한다. 이해 심리학은 체험에 주어진 삶의 연관의 전체에서 출발한다. 설명 심리학이 심적 현상을 심리적이고 생리적인 원요소들로 소급하는 반면에, 이해 심리학은 심적 삶(mental life, psychische Leben)을 그것의 근원적 구조연관에서 기술하거나 이해하고자 한다. 구조연관은 개체로부터 나온 정신적 삶 속에서의 생동적인 것이며 친숙한 것이다. 개체는 전체로부터 파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딜타이는 타자의 삶을 이해하려면 언제나 자신의 고유한 삶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타자의 삶은 자신의 삶의 이해로부터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서 딜타이는 다음같이 말한다: “자연은 설명되는 것이나 심적 삶은 이해되는 것이다”(Die Natur erklären wir, das Seelenleben verstehen wir).
딜타이는 이러한 고유한 체험연관(Erlebniszusammenhang)이 정신과학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작품들에 대한 이해의 기초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이해는 먼저 우리 체험을 다른 사람에게로 “전이”(轉移, Transposition)하는 것으로서 수행된다. 딜타이는 다음같이 피력한다. “우리는 지성적 과정에 의하여 설명한다. 그러나 어떠한 것을 파악하려고 일체의 심정의 힘을 협력시켜 심정의 힘을 대상 속으로 몰입시킴으로써 우리는 이해한다.” 이해는 이런 방식으로 "추후체험"(Nacherleben)으로서 규정된다. 이해는 “정신적 삶이 감성적으로 주어진 삶의 외화로부터 인식에 이르는 과정”이다. 이해의 주체는 체험 가운데서 그리고 내적으로 이해하는 삶에 대한 체험을 표현함으로써 비로소 파악될 수 있다. 딜타이는 내적 경험 속에서 정신과학의 객관적인 타당성의 기초를 발견하고자 한다.
딜타이는 이러한 심리주의적 기초반성이 정신과학적 인식의 객관성을 정초할 수 있다고 보았다. 기술 심리학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딜타이는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그 이유는 심리적 현상이 외부적 현상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심적 현상은 외부적 감각의 매개 없이 내적 체험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적 체험의 직접적인 지각을 통해서 “확고한 구조가 직접적으로 객관적으로 주어진다.” 확고한 구조와 함께 심리학에서 기술은 “의심할 수 없는 일반적으로 타당한 기초”를 가진다. 이러한 내적 체험은 확고한 기초에 근거하기 때문에 심리학은 방법론적인 의미성을 얻는다. 딜타이는 수학이 자연과학의 기초인 것처럼 내적 체험에 근거하는 심리학은 정신과학의 기초가 된다고 말한다.
5. 체험, 표현과 이해 : 정신과학을 위한 기본적인 기능

딜타이는 역사적 관찰방식의 중요성이 역사 이성의 비판을 수행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자기의 과거만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통하여 규정된다. 그리고 그가 현재하는 것도 현재적인 조건에 의하여 같이 규정된다. 인간 자신은 역사적인 과정을 통하여 규정된 존재이다. 역사의 취급은 개인을 넘어서는 연관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경우에 있어서도 하나의 체험에 관하여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이 연관들은 개별인간들의 체험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역사적 삶의 체험이란 한 개인에 고립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삶 속에서 살고 있는 동시대인(同時代人)들과의 교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딜타이는 체험을 특히 그의 후기작품에 있어서 인간창작물의 이해(das Verstehen von menschlichen Schöpfungen)를 통해서 보완한다. 어떤 것이 인간의 창작물로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은 그러한 창작품이 그것을 창작한 자의 표현(Ausdruck ihres Schöpfers)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창작품은 그것 속에서 현실에 대한 그의 견해와 느낌과 갈등과 의도를 표현하고자 하는 창작자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의 작품들은 인간 내면의 표현(Ausdruck des menschlichen Inneren)이기 때문에 이해될 수 있다.
역사인식을 가능케 하는 것은 드로이젠(Johann Gustav Droysen)이 선구적으로 주장한 바 같이 “주관과 객관의 동일성”(die Gleichheit von Subjekt und Objekt)이다. “나 자신이 역사적인 존재라는 것, 역사를 연구하는 자와 역사를 만드는 자가 동일한 자라는 것, 바로 이 점에 역사과학의 가능성을 위한 첫째 조건이 있다.” 딜타이는 체험을 이해와 표현을 통하여 보완함으로써 저자와 창작자의 심적 삶으로 심리주의적으로 정위된 체험과 이해 이론이 지닌 약점을 극복하고자 한다.
철학적 텍스트의 이해와 해석의 경우에 있어서 저자의 심리적 삶을 탐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예컨데, 칸트의 저서 [순수이성 비판]을 읽는다는 것은 칸트의 심리적 삶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칸트가 제시한 논리의 구조를 이해하고 음미하고자 하는 것이다. 칸트가 비록 “순수이성 비판”을 생각하고 제시했으나 그의 심리적 과정이 아니라 그가 제시한 사고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체험으로부터 정신과학에 이르는 길은 초기 딜타이의 이해 개념보다 더 명료하게 보여진다. 딜타이에 의하면 정신과학은 대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상에 대한 다른 방식의 태도에 의하여 자연과학으로부터 구분된다. 정신과학에서는 사건의 물리적 측면이 이해수단의 단순한 역할로 변모되는 경향이 있다. 정신과학적 이해의 의도는 외적 표현으로부터 내면으로 거슬러가는 것이다. 딜타이는 이것을 “자기 반성”(die Selbstbesinnung)이라고 부른다. 정신과학적 이해는 자기반성에의 정위이며, 외부에서 내면으로 가는 과정이다. “이 경향은 그것이 유래하는 내면적인 것의 파악을 위한 모든 삶의 외화(Lebensaeusserung)을 평가한다.”
정신과학적 이해는 표현 속에서 인식하고자 하는 자기반성이다. 모든 표현이란 이해가 추후적으로 체험하고자 하는 내면적 체험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이해는 심리학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형상(ein geistiges Gebilde)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체험(Erlebnis)과 표현(Ausdruck)과 이해(Verstehen)라는 세 가지 개념은 정신과학을 위한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문학이나 시학 같은 학문은 단어들의 의미연관이 갖는 표현 내용과의 관계만을 다룬다.표현 배후에 놓여있는 내적 단어의 탐구는 이해하려는 정신과학의 중심과제가 된다.


6. 해석학 - 문헌적으로 고정된 삶의 기술학

딜타이의 삶의 철학에 있어서 “체험”(Erlebnis), “표현”(Ausdruck), “이해” (Verstehen) 사이의 관계는 인간 파악의 가능성을 위하여 그리고 철학 일반의 전개를 위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심리적 개체성의 파악이란 표현의 이해에 묶여 있으며, 개체를 통해서 인간 자체의 본질의 이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체험, 표현과 이해를 통한 접근은 철학일반의 정초로 나아간다. 보다 엄격한 지식을 보장하기 위해서 딜타이에 의하면 표현은 학문적 파악에 적합한 처소에서 이해를 수행하고자 한다.
딜타이는 일상적인 삶의 표현양식과 학문적인 삶의 표현양식을 구분한다. 일상적인 삶의 양식(Mienen, Gebärden)은 빨리 지나가고 변화하기 때문에 추후적인 이해가 그것 속에서 고정된 것을 파악할 수 없다. 이해는 여기서 순간의 직관에 지시된다. 그러므로 처음의 해석이 나중에 다시 한번 그것의 대상과 비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언어적인 표현형식은 보다 유리하다. 말해진 단어(das gesprochene Wort)는 지나가더라도 그것의 의미는 기억 속에 불변하게 보유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표현 형식도 인간의 기억을 통해서 좁은 한계에 주어진다. 왜냐하면 이러한 언어적 표현형식은 더 큰 연관을 재생산하거나 이해하는 해석을 위한 자료로서 지시될 수 없다.
딜타이는 그래서 “고정된 삶의 외화(外化)”(die fixierten Lebensäusserungen)의 우위성을 말한다. 딜타이는 예컨대, 보이는 작품이나 행위는 더 넓은 연관에서 해석을 가능케 한다고 제안한다. 이것들은 지속성을 가지고, 주관적인 파악의 조건으로부터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항상 되돌아가는 작업과 옛 체험들의 수정을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삶의 파악을 위한 학문적 길이 제시된다: “삶의 외화가 고정되고 우리가 항상 그것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규제될만한 객관성의 정도가 도달될 수 있는 기술적인 과정에 대해 지고의 노력을 들려서 주목할 수 있다.”
딜타이는 이러한 삶의 외화(外化)에 대한 주목이란 이해를 한 단계 높이는 것이라고 본다. 일상적인 이해란 외부에서 주어진 기호(Zeichen)로부터 그것의 내면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해는 고정화의 계기(das Moment der Fixierung)를 통한 새로운 단계인 해석(Auslegung)이 나오게 된다: "이것(이해)은 이해되어야만 하는 것의 내용을 길러내는 것을 고려해서 그리고 주석이나 해석에 있어서 그 내용에 대한 지식의 일반성을 고려해서 지고한 완전성에 도달한다: 이러한 표현과 함께 우리는 지속적으로 고정된 삶의 외화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를 나타낸다.“
지속적으로 고정된 외화(外化) 가운데서 딜타이는 언어(Sprache)에 특별한 위치를 부여한다. 언어는 그것의 형식에 있어서 “인간적인 내면적인 것이 가장 완전하고, 길러내지며,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표현”을 가지기 때문이다. 언어적인 작품들은 여기서 다른 예술 작품보다도 우위를 가진다. 그래서 다른 처소에서는 주석 내지 해석의 개념이 본래부터 “문서적으로 고정된 삶의 외화”에 제한되었다. 여기서 딜타이의 해석 개념은 쉴라이에르마허가 말하는 해석, 즉 개인적인 천재성(persönliche Genialität)에 근거하는 직관적인 해석이 아니라 확고한 규칙과 정해진 방법에 고정된 체계적인 해석이다. 여기서 딜타이의 해석학이란 “문서적으로 고정된 삶의 외화(外化)에 대한 이해의 기술학”이다. 그러므로 해석학이란 딜타이에 있어서 해석과 이해의 학문적이고 방법적인 형식이다. 1900년대 저술한 [해석학의 발생](die Entstehung der Hermeneutik)에서 딜타이는 문헌적 해석기술의 역사를 근거로 하여 동시에 문헌적 해석절차의 본질을 논구하고자 시도하였다.
해석과 해석학의 개념은 딜타이 사고에 있어서 정신과학의 방법질문에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해 개념과 그것의 구체화인 표현의 이해 개념은 철학적 절차로 확대되면 될 수록, 더욱 더 표현에 대한 방법적인 엄격한 해석은 철학 일반의 길이 된다. 해석에 있어서 근원적으로는 예술작품에 대한 언어적인 해석이 중요하다. 그래서 해석의 개념은 “정신의 모든 창작의 해석”(Deutung aller Schöpfungen des Geistes)으로 확대된다. 그리하여 해석은 이제 개인성, 말하자면, 문서 작품의 특수성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인간적 삶의 본성에 대한 해석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정신적 세계에 협착된 것으로 보인 착상은 가장 근원적인 범위인 삶의 해석학으로 나아간다.


7. 삶의 해석학 - 해석학으로서 철학

딜타이는 삶에 관한 “체계적인 조직의 해석학”(Hermeneutik der systematischen Organization)을 말한다. 여기서 세계관은 이제 해석에 종속되며, 사실적 삶의 이해에 적용되는 개념과 범주도 그것들 속에 내포된 세계의 이해로서 논구된다. 특히 언어는 삶의 표현으로서 논구된다. 여기서는 언어 속에 내포된 삶의 관계가 취급되지 않는다. 언어는 단지 세계 해석과 삶의 해석의 수단(Mittel der Welt-und Lebensauslegung)으로서 취급된다. 이런 의미에서 딜타이는 확대된 언어사용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세계와 삶의 해석에 관하여 말한다. 여기서는 더 이상 개별적인 인간의 이해가 아니라 인간 일반에 관한 이해(das Verständnis des Menschen überhaupt)가 논구된다. 따라서 해석학은 철학적 수행 자체가 된다.
초기에 딜타이는 기술 심리학을 정신과학 건축을 위한 기초과학으로서 사용하고 이것을 통해서 확고한 일반적인 기초를 세우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제 딜타이는 체험(Erlebnis), 표현(Ausdruck)과 이해(Verstehen)에 관한 깊은 통찰을 통해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정신과학에 대한 심리학적 정초는 해석학적 정초로서 대체된다. 이제 딜타이는 정신적 삶을 중요시 한다. 딜타이는 심리학적 정초에서 그것의 이해가 “모든 정신적인 형상”(alles geistige Gebilde)에 먼저 놓인 것으로 일차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제 정신적인 것은 단지 그것의 표현의 해석의 길을 통해서만 접근된다. “정신적인 삶의 구조의 파악은 정신적인 삶의 연관이 전적으로 표현되는 작품의 해석에 근거한다.“
해석학에 관한 논구는 딜타이에 있어서 이미 쉴라이에르마허의 해석학(1860년)에 관한 수상작과 더불어 일찍이 시작되었다. 이 때는 체험에 대한 논구와 더불어 심리주의적 정초의 사고(der Gedanke der psychologischen Grundlegung)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딜타이가 표현과 이해에 관한 논구를 하면서, 심리주의적 정초는 해석학적 정초 사고(der Gedanke der hermeneutischen Grundlegung) 배후로 점차 퇴각하였다. 딜타이의 사고의 전 과정을 볼 때 심리학의 길이 아니라 해석학의 길이 바로 그의 본래 의도하고자 했던 철학적 사고의 길이었다.
딜타이는 그의 대표작이며 최종작인 “역사세계의 건축”(Aufbau der geschichtlichen Welt)의 시작에서 정신과학이 외적인 것에 숨어 있는 내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피력한 후에 이러한 그의 의도를 다음같이 피력한다: “여기에 이 내면적 차원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위하여 심리적인 삶의 과정, 심리학을 착안하는 것은 일반적인 오류이다.” 딜타이는 여기서 정신과학의 대상을 “정신”(Geist)으로 나타내면서 정신을 마음(Seele)과 분리한다. 정신적인 것은 법이나 국가적인 질서 등 역사적인 세계의 형상의 다양성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마음의 객관화로서 마음으로부터 이해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이다. 심적 삶(Seelenleben)은 개별인간의 심리와 관련되는 반면, 정신의 세계는 인간을 연결하는 공동적인 세계이다. 정신적인 세계는 그 자체 고유한 법칙성과 그것들을 창작해낸 사람들의 심적 상태와는 독립적인 고유한 연관을 가진다. 그래서 정신적인 것의 산물은 창작자의 심적 과정을 둘러가는 우회전 없이 직접적으로 접근가능하다.
딜타이는 예컨대 로마법의 정신과 관련하여 다음같이 피력한다: “이 법(로마법)의 이해는 심리적인 인식이 아니다. 그것은 정신적인 산물로부터 그것의 고유한 구조와 법칙성으로 되돌아감이다.” 그리고 딜타이는 시와 시인의 마음과 관련하여 말한다. 시 작품은 시인의 마음과는 다르다. 시 작품에서 독자는 시인의 마음이 아니라 시인의 정신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처럼 문학사나 시작(詩作)들이 관계하는 대상은 시인이나 독자의 심리적 과정과는 아주 다르다. 여기서는 정신적 과정이 실현된다.” 이 정신적인 것은 “시인(詩人) 속의 심리적인 과정이 아니라 시인 속에 창작된, 그러나 그와는 분리되는 연관이다.” 여기서 딜타이는 그의 해석학을 심리학적인 정초와는 분리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딜타이는 쉴라이에르마허의 낭만주의적 해석학적 사고를 극복하고자 한다.


8. 심리주의 극복과 역사적 세계상

딜타이는 정신적 세계의 법칙성과 객관성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그는 정신적 세계를 보편적인 해석학적 학문으로 정초하고자 한다: “심리주의의 동요(psychologische Raffinements) 대신에 정신적 산물의 이해가 들어서면서 역사적 회의주의는 극복된다.” 딜타이는 시나 예술 등 정신적 세계의 이해를 향한 심리주의적 길을 거부한다.
딜타이는 작품을 창작자의 정신의 표현으로 이해한다. 의미(Bedeutung)란 “작품이 청취자에게 심리적인 것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다.” "음악작품“이란 “음악이 예술가 속에 마음으로서 작용하는 것을 우리에게 대상적으로 만드는 것의 표현”이다. 여기서 심적인 것은 개인적인 예술가의 개인적인 심리적인 삶을 말하지 않고 시인이 그의 체험을 말하고자 하는 “이상적(理想的)인 인격”(ideale Person)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심적인 것은 리듬, 멜로디, 화음으로서 표현되며, 소리의 과정, 올라감과 내려감의 형식으로 그리고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인 것, 심리적 삶의 조화 속에 있는 깊은 차원으로서 표현되는 삶의 차원이다.” 딜타이는 이러한 깊은 삶의 차원은 개체성을 넘어가는 일반적 연관으로서 개체적 주관들 대신에 명료히 들어선다고 본다. 딜타이는 삶 자체를 심리적 대상이 아닌 중단되지 않는 지속적인 연관에서 보고자 한다.
그러므로 이해하는 자는 창작자의 심리를 통해서 작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작품으로 향한다. 작품 배후로 창작자의 마음을 추구한다면 예술가가 하는 수용의 직접성이 파괴된다고 본다. 그러면 이해와 표현의 통일성을 이루는 체험과 표현의 통일성이 깨뜨려진다. “체험과 음악이라는 이중적인 것이 있지 않다.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두가지 세계가 있지 않다. 천재(天才)는 오로지 거기에 있는 것처럼 음(音)의 영역 속의 삶이다, 이 음의 세계 속에서 각 숙명과 모든 고통은 잊어지고 모든 것이 그것 속에 있다.” 여기서 심리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딜타이의 의도가 드러난다.
딜타이는 본래부터 삶의 철학을 시도함에 있어서 개별인간의 삶이 아니라 “전(全) 현실에 있어서 인간의 이해” 즉 인류 삶의 이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딜타이의 삶의 철학에 대한 심리주의 비난은 그의 전기의 저서에만 해당한다. 딜타이가 말하는 상대주의란 모든 고정된 타당성의 상대화으로서 심리적 주관의 상대화를 말하지 않고 역사적 삶 현실 자체의 상대화를 말한다. 이것은 심리주의적 상대화와는 다르다.
체험, 표현과 이해의 관계에 대한 통찰로부터 역사적 세계에 대한 딜타이의 파악과의 연관에 대한 깊은 안목이 주어진다. 그것은 역사적 의식과 표현으로부터의 삶에 대한 이해는 외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필연적인 교호작용(交互作用)의 관계 속에 있다. 표현으로부터 체험의 이해는 개별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만 해당하지 않고 전 인류, 즉 인간 본질에 대한 파악에 해당한다. 인간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그의 객관화에 대한 이해를 통한 길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객관화로서 인류의 역사적 삶의 더 높은 통일성으로 도입된 종교, 예술, 학문,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법, 세계관, 철학 들 인류의 거대한 “문화체계”(die Kultursysteme)가 형성된다.
이러한 거대한 문화체계는 그것들부터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딜타이가 삶의 형이상학 체계로부터 발전시킨 것, 삶의 객관화로부터 삶의 생동적인 내면성으로 되돌아가고자 한 선험적 착상은 바로 문화체계 일반의 논구에도 타당하다. 그러나 여기서도 이러한 삶의 생동성에 있어서 고정된 점이 발견되어서 거기로부터 삶의 관계 질문이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도 여전히 딜타이는 삶 자체와 삶의 객관화 사이의 “교호적이고 순환적인 관계의 역동성”(die Dynamik des wechselseitig-zirkelhaften Verhältnisses)을 말한다. 삶의 본질은 삶의 객관화, 즉 삶의 표현, 즉 문화적 영역에 나타난 고정된 형상의 이해로부터만 가능하게 된다. 그리하여 딜타이의 삶의 철학은 역사적 삶의 해석학으로 나아가게 된다: “우리 시대의 해석학은 역사 세계의 구조연관으로부터 지식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이 가능성을 실현하는 길을 발견하는 보편적 인식론적 과제와의 관계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삶의 해석학으로서의 삶의 철학의 정초는 “역사적 세계상”(das geschichtliche Weltbild)에 대한 이해에서 수행된다. 인간 삶의 이해란 니체가 말하는 바 같이 내면적 자기 파악이라는 직관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표현을 통한 우회로를 거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딜타이는 심리주의적 방법인 내성(Introspektion)에 대하여 거부를 표명한다: “인간은 내성(內省)을 통해서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만 인식된다.” “역사의 가치에 대한 모든 최종적 질문은 결론적으로 인간이 역사 속에서만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는 사실 속에서만 해결을 갖는다. 내성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본성을 파악하지 못한다. 이것은 니체의 거대한 착각이다.” 그러므로 딜타이에게는 역사적 세계상이 삶의 해석학의 관건(Organ)으로 다가온다. 역사적 세계상은 인간을 거대한 역사적 기관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인간을 통한 삶의 연관을 파악하고 단지 개별자의 체험이 아니라 역사적 삶의 체험연관을 통한 삶 자체를 파악하도록 한다: “인간의 총체성은 역사 속에서만 있다.” “인간은 무엇인가는 역사만이 그에게 말한다. 인간이 무엇이며 그가 무엇을 원하는가 그는 수천년을 통한 그의 본질의 발전 속에서만 비로소 경험한다. 인간의 본질은 일반적인 개념에서가 아니라 그의 전 본질의 깊이에서 나온 생동적 체험 속에서만 경험된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세계상을 강조하는 딜타이에게 역사적 상대주의라는 문제가 봉착한다. 인간이 역사적 존재요, 인간이 만든 역사적 세계상이 모두 역사 과정 속에 있으면 역사 과정 속에서는 고정되고 보편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 존재가 직면하는 결과는 “모든 역사적 삶의 형식의 상대성”(Relativität jeder geschichtlichen Lebensform)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딜타이는 이러한 역사적 상대주의를 역사적 창조능력의 무한성(due Unendlichekit der geschichtlichen Schöpferlacht)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한다. 이 무한성이란 역사 과정의 다양성이며 미래에의 개방성이다. 역사적 삶의 다양성에서 인간은 역사적 삶의 과거, 그리고 열린 미래를 향한 삶 자체의 비천착성(Unerschöpflichkeit), 역사적 삶의 객관화된 삶의 객관화의 비천착(穿鑿)성을 말한다. 여기서 역사적 삶의 창조적 능력(Schöpfermacht)이 있다고 본다. “역사적 삶이 만들어 낸다”(Das geschichtliche Leben schafft)라는 딜타이의 명제에는 역사적 상대주의를 극복하는 삶의 철학의 중심사상이 들어 있다. 이 명제는 인간이 역사적 존재이며 인간은 역사적 현실이 형성되는 근원점(der Quellpunkt)이며 이 근원점 자체가 역사적이어서 역사와 더불어 변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9. 이해와 비판

딜타이는 이해와 해석을 체험과 표현과 연합해서 모든 정신과학의 방법론으로 정초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딜타이의 시도는 크나큰 해석학의 역사에 있어서 그의 공헌이다. 그러나 딜타이는 삶의 체험연관을 기술적으로 직관하는 그의 기술적 심리학에 의존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그의 초기의 이해론은 심리주의에 빠질 위험을 지니고 있다. 후기에 딜타이 자신은 그의 삶의 해석학을 삶의 고정된 표현의 해석학으로 전개함으로써 심리주의적 정초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이러한 그의 시도는 성공적이지 않다. 그는 이해와 설명을 두가지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서 이분법적으로 사용하였다. 전자는 정신과학의 방법이요 후자는 자연과학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타자의 체험으로 들어가는 이해론에는 그것이 올바른 전이(轉移)이지의 비판이 가능하지 않다. 그의 이해론은 설명의 방법에 의하여 보완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설명의 방법에 의하여 이해는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 음미하게 되는 것이다.
딜타이의 정신과학적 인식은 이성비판에 들어와야만 한다. 딜타이가 제시하는 체험과 소여로의 되돌아감은 이러한 비판적인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딜타이는 그의 이해가 옳은지 여부에 대하여 비판하지 않았다. 딜타이의 해석학적 사고에서는 인식의 정확성과 타당성을 묻는 인식비판이 수행되지 못했다. 딜타이에 있어서 체험과 이해는 “추후체험”(Nacherleben)으로서 심리적 과정의 직접적 소여와 확신과 관련하여 관찰되었고 그 내용과는 관련하여 관찰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해석학이 정신과학의 정초로서 기능하게 될 뿐 아니라 해석학적 비판의 과제도 텍스트의 이해와 해석의 보완으로서 사라지게 된다.
그리하여 딜타이의 해석학적 사고는 표현들의 이해를 선험철학의 관점에서 이해조건의 증명(Aufweis von Bedingungen des Verstehens)으로서 관찰하나 해석가설의 타당성의 요구(Forderung einer Geltungsprüfung von Auslegungshypothesen)로는 보지 않기에 이르게 된다. 진리와 방법을 분리시키는 가다머의 해석학은 이러한 딜타이적 해석학적 착상을 극대화 한 것이다.
1900년부터 기술적 심리학이 사라지고 해석학이 딜타이의 사고지평 속에서 다시 메아리친다. 그 이유를 볼로브(Bollnow)와 리꾀르(Ricoeur)가 해석학이 모든 정신과학의 방법론적 기초로서 심리학을 배제했어야 하였기 때문을 본다. 볼로브와 리꾀르는 이러한 심리학의 배제가 심리적 내지 정신적 삶에 대한 순수 심리학적인 접근이 수행할 수 없다는 필연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이에 반해서 로디(F. Rodi)는 심리학이 딜타이에 있어서 정초하는 기능을 그대로 보유하였다고 주장한다. 사실 딜타이는 심리학의 해석학적 해체에 관하여 말하지 아니하였다. 딜타이는 체험과 표현과 이해의 세 가지 개념을 강조함으로써 해석학을 새로운 방법론적인 기초분야로 만들지는 않았다. 후기작품에 있어서 딜타이는 해석학에 관하여 기회 있는 대로 언급한다.
1900년의 “해석학의 발생”(Entsehung der Hermeneutik)에 대한 논문에 의하면 딜타이는 쉴라이에르마허 이래 계승된 고전적이고 규범적인 해석학 이해를 끝까지 보유하였다. 딜타이는 이러한 이해의 기술(技術)론이 정신과학의 인식론적인 방법론과 관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 프로그램을 수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딜타이는 후기에 이르러 점차 자기의 근원적인 방법론적인 문제설정이 협착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해는 사실로 정신과학의 특수한 절차일 뿐만 아니라 항상 이미 인간의 역사적 실존의 근본방식이다.


10. 딜타이 해석학의 평가: 심리주의적 한계

딜타이 해석학의 공헌은 우리의 체험과 우리 자신과 우리의 이웃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정신과학적 인식의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개체 사이에 존립하는 공동성(ein Gemeinsames)이 개별적 삶의 외화를 보편타당한 객관적 이해로 가져 갈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개체 사이에 상호 이해하는 공동성은 객관정신이다. 이 객관정신은 도덕, 법률, 국가, 종교, 예술 학문, 철학 등에서 외화된다. 여기서 이해되는 것은 개개의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삶과 세계이다. “개개의 삶의 외화로부터 삶의 연관전체로 귀납추리”가 수행된다. 삶의 연관전체로 나아가는 것이 딜타이가 해석학을 통해서 정신과학의 정초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러나 딜타이는 상응하는 체험의 분석과 기술이 그릇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지 가설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알지는 못했다. 체험에 대한 분석과 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격의 결여가 딜타이 해석학의 한계이다.
우리는 딜타이의 삶의 해석학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첫째, 딜타이는 심적 삶(Seelenleben)의 기술과 분석 역시 참 될 수도 그릇 될 수도 있으며 따라서 가설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체험에 친숙성과 확실성을 부여한다 하드라도 기술 심리학에 있어서 어떤 권한으로써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진술이 행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아직도 남아 있다. 심리적 체험의 기술과 분석은 아직도 그것의 정당성과 타당성의 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딜타이는 체험의 직접적인 생동성에 의하여 너무나도 감동되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인식비판적인 질문을 잊어버린 것 같이 보인다. 여기서 의문은 기술심리학이 사실적으로 심적 구조연관의 직접적인 명증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기술심리학이 주장하는 내적 체험의 명증이란 훗설(Husserl)의 내적 경험론에서 보는 바같이 기만과 왜곡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딜타이의 이해 개념은 내적 체험으로 되돌아가는 심리주의적 경향이 분명하다. 딜타이는 피력한다: “외부에서 내면으로 나아가는 것은 자각에 대한 정위이며 이해의 과정이다. 이 충동은 그것이 나온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삶의 모든 현시를 수용한다.” 이러한 그의 명제에서 이해란 체험 속에서 스스로 알도록 만드는 자각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여기서 이해가 내적 자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내적 자각 속에서 수행되는 사상의 구조는 논리적인 구조를 갖는다. 이해란 이러한 사상의 구조를 바로 파악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훗설은 논리적 논구에서 심리주의를 비판하면서 지향적 체험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향적 행위와 상관관계에 있는 지향적 대상은 심리현상이 아니라 그 자체 고유한 구조를 지닌 사상(事象)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딜타이 자신도 이해되어지는 것은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의 형식“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딜타이의 이해는 “자기 자각에의 정위”로서 쉴라이에르마허 이래로 전해 내려오는 이해의 심리주의적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셋째, 딜타이는 기술하는 이해 심리학과 정신과학 사이에 가능한 연결을 시도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방법론적 정초를 하고자 하였으나 이해 심리학이 내적 명증성을 가진다고 하드라도 그것이 정신과학적 명제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이해 심리학, 즉 해석학이 어떻게 정신과학적 명제의 객관성을 유효화 하는지에 관하여 어느 곳에서도 보여주지 않는다. 딜타이의 기획은 하나의 예비단계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딜타이의 삶의 철학에 있어서 해석학이란 주제는 상대적으로 부재하고 있다. 해석학이란 단어는 1895년의 저작에서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해석학이란 단어는 제 2권 정신과학 입문에 관한 4백 페이지에 달하는 예비논총에서도 사실적으로 부재하다. 따라서 해석학이란 딜타이의 정신과학의 방법론적 기초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이러한 해석학의 포기는 청년 딜타이의 해석학 역사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와는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후기 저작에서 나타나는 해석학의 역할과도 대조를 이룬다.
1895년의 저서 [기술하는 심리학과 해부하는 심리학의 이념에 관하여](Ideen über beschreibende und zergliedernde Psychologie)에서 지배적이었던 심리주의의 체험이론은 1910년의 [정신과학에 있어서 역사세계의 건축]에서는 이해-인식론에 있어서 객관적인 전환이 보인다. [정신과학에 있어서 역사세계의 건축](Der Aufbau der geschichtlichen Welt in den Geisteswissenschaften)이라는 제목 아래 그의 전집 제 7권에 나타나는 저술은 딜타이를 해석학적 사상가로 보여준다. 후기사상이 강조하고 있는 체험-표현-이해의 연관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용연관으로서 심리적 사실의 분석과 기술로써는 파악될 수 없는 영역이며 해석학은 심리학을 대신하여 정신과학의 기초학의 위치를 갖게 된다.
그러나 후기 저작의 착상점은 1895년 이래로 이미 적용된 체험과 이해라는 개념에 놓여 있다. 특히 체험(Erlebnis, lived experience) 개념은 열쇠개념이 된다. 이 개념 속에서 의식의 사실에 관한 옛 착상이 지속된다. 체험은 여전히 심적 삶의 연관을 위한 기초로서 타당하다. 딜타이는 체험의 원리를 공식화 한다: “우리에 대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 현재 속에서 주어진다. 이것을 실재로 현상의 원리를 대체한다.” “해석학은 현재적으로 일반적인 인식론적인 과제에 대한 관계를 추구하고 역사적 세계의 연관에 대한 지식의 기능성을 설명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한 수단 발견하고자 한다”라고 이 논총에서 피력한 딜타이의 명제는 딜타이 생전에 사실로 실현되지 못하고 하나의 약속으로 남는다.
넷째, 딜타이 자신이 주제로 내건 삶(生)의 개념과 방법론적 사고 사이에는 극복되지 않는 긴장이 유지된다. 1900년의 해석학의 생기에 관한 그의 후기 원고의 역사적 부분은 40년 전인 1860년의 쓰여진 [쉴라이에르마허의 해석학]에 관한 미발표된 수상(受賞)원고에서 파생하고 있다. 이 원고에서 그는 이해를 “감각에 외적으로 주어진 기호를 수단으로 하여 내적인 어떤 것을 구분하는 과정”으로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설명과 해석이 지속적인 삶의 과정에 대한 기교(技巧)적인 이해로서 파악되어야 한다는 딜타이의 착상은 쉴라이에르마허의 이해기술론을 연상시킨다. 이 원고에서 딜타이는 해석학이 역사적 상대주의의 위협 속에서 주관적인 임의로부터 이해를 보호하는 보편적으로 타당한 규칙을 제공하는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이 어떠한 것인지 그는 설명하지 않았다. 1900년대의 원고로부터 딜타이는 이해의 기술이 정신과학의 인식론적 방법론과 관계한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는 이 프로그램의 함축성을 충분히 추적하지 않았다.
딜타이가 시도한 설명과 이해 방법의 대립설정은 리꾀르나 아펠 등이 주장하는바 같이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정신과학을 방법론적으로 정초하려는 딜타이의 학문적 추구는 그가 철학의 주제로 삼은 인간 삶의 역사성과는 결단코 연합될 수 없다. 딜타이는 점차 역사의 다양성과 무한성에 직면하면서 그의 초기의 방법론적 야심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 같이 보인다. 그러므로 딜타이의 유산을 이어받은 하이데거와 가다머는 방법론적 사고를 버리고 역사성의 보편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그들의 해석학을 발전시켰다.


11. 맺음말

딜타이의 해석학은 삶의 해석학이다. 삶의 해석학에 있어서 이해란 표현의 이해이다. 이 표현은 지나간 역사적 삶의 정신세계의 표현이다. 이 표현을 하나의 작용연관을 통하여 이해하는 것이 바로 삶의 해석이요 이것은 정신과학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딜타이는 이러한 역사적 삶을 다루는 정신과학의 영역을 해석학의 고유한 영역으로 보고 해석학을 정신과학의 정초의 방법론으로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딜타이는 역사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있어서 해석학을 위한 새로운 과제를 역사적인 회의와 주관적인 자의에 대해서 이해의 확신을 보장하려는 데서 찾았다. 그는 정신과학의 보편적인 방법론으로서 해석학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론적 추구는 역사적 이성의 비판의 프로그램에서 실현되지 못한 하나의 약속으로만 남았다. 딜타이는 역사적 이성을 비판하는 정신과학의 방법론적 정초를 기획했으나 그것을 실제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가 해석학으로 가능하다고 본 것은 그의 후계자들에 의하여 문제시 되었다. 하이데거나 가다머에 와서 해석학의 새로운 과제란 보편타당성을 추구하는 방법론적 이상에서 결별하는 것이다. 가다머는 해석학의 보편성의 착상을 방법에서가 아니라 언어에서 찾았다.
해석학은 딜타이가 방법론적으로 도달하고자 한 아르키메데스점 없이도 존재한다. 이 점에서 해석학은 정신과학 보다는 역사과학에 보다 더 가깝다. 하이데거에 와서 해석학은 사실적 삶의 존재론으로서 존재론의 기초가 된다. 가다머에 와서 해석학은 철학적 해석학으로 전개되면서 한편으로는 영향사를 통해서 지평융합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이해의 매체인 언어를 통해서 언어존재론으로 보편성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리꾀르에 와서 해석학은 현상학적 방법을 전제하면서 현상학적 관념론의 한계를 수정하는 비판적인 철학으로 등장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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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Rodi, Diltheys Kritik der historischen Vernunft - Programm oder System?, in: Dilthey-Jahrbuch 3 (1985)
[Abstract]

Zusammenfassung Diltheys Hermeneutik des Lebens

Yung Han Kim (Soongsil University)

Diltheys Hermeneutik ist die Hermeneutik des Lebens. Das Verstehen in der Hermeneutik des Lebens ist das Verstehen des Ausdrucks. Dieser Ausdruck ist der Ausdruck der geistlichen Welt des vergangenen historischen Lebens. Den Ausdruck durch den Wirkungszusammenhang zu verstehen ist die Interpretation des Lebens. Dies wird der Grund der Geisteswissenschaft.
Dilthey sah den Bereich der Geisteswissenschaft, der das historische Leben behandelt, als den eignen der Hermeneutik, suchte die Hermeneutik als die Methodologie zur Begruendung der Geisteswissenschaft zu entwickeln.
In der Zeit, wo der Historismus herrschte, suchte Dilthey die neue Aufgabe der Hermeneutik, darin, dass sie der historischen Skepsis und subjektiven Willkuer gegenueber die Gewissheit des Verstehens sicherte. Er schlagte die Hermeneutik als eine universale Methode der Geisteswissenschaft vor. Solche methodologische Suche blieb nur als eine Verheissung, die in seinem Programm der Kritik der historischen Vernunft nicht realisiert war. Dilthey entworf die methodologische Begruendung der Geisteswissenschaft, aber fuehrte sie dennoch nicht real durch. Was er fuer moeglich die Hermeneutik hielt, war von seinen Nachfolgern in die Frage gestellt. Die neue Aufgabe der Hermeneutik bei Heidegger und Gadamer ist eienen Abschied von einem die Universalitaet suchende methodoogischen Ideal zu nehmen,


Key words: Kritik der historischen Vernunft, Erlebnis, Ausdruck, Verstehen, die Hermeneutik des Leb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