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해인

나뭇잎숨결 2020. 9. 10. 14:06

 

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해인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 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 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애잔함...

뒹구는 낙엽이여...

 

아,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리의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운 건

눈물 가득 고여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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