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허수경
내일은 탈상
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
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
어린 모를 흔들때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남녘땅 고추밭
햇빛에 몸을 말릴 적
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
붉은 고추가 익는다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최승자 (0) | 2020.08.26 |
---|---|
내가 너를 &별/ 나태주 (0) | 2020.08.26 |
지금 알고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 (0) | 2020.08.26 |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0) | 2020.08.16 |
씻음에 대하여 /김정환 (0) | 2020.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