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씻음에 대하여 /김정환

나뭇잎숨결 2020. 8. 16. 22:22


씻음에 대하여

-김정한


아침 숲 속 안개

샘물에 얼굴을 씻으며, 씻겨져 내리는 귓가에

보이는 것에 대한 그대의 자그마한 비명 소리 듣는다.

땀흘리고 분노하고 사랑하는 것

그게 후줄그레 씻음의 행위라고, 나는 말했지만

그대는 믿지 않았다. 세상은 참 더러워요.

추해요. 치사해요.

아침 한기 온몸에 소름

바닥에 바위와 풀잎이 투명한 샘물에 얼굴을 씻으며

입김이 호호 냇물 위로 서리는 그 속에서

그러나 나는 오늘 다시 깨닫는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따스한 믿음을

결코 포기할 수 없음을

얼굴을 씻고 가슴을 씻고

가슴에 묻은 사랑의 소금끼를 씻고

다시 사랑하기 위하여, 빼앗겼던 것을 씻듯이

내 가슴에 묻었던 그대의 얇은 가슴마저 씻으면서

근육에 배인 아픔만큼은

씻어내릴 수 없음을 다시 깨닫는다.

그것은 정말 얼마나 벅차고 소중한가

추운 날 가난한 사람들의 입김이 그렇듯이

씻음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생각케 한다.

어떤 갈 길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