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페터 회 저/박현주 역 | 마음산책 | 2005년 08월
"수학의 기초가 뭔지 알아요?" 나는 물었다. "수학의 기초는 숫자예요. 누군가 내게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숫자라고 말할 거예요. 눈과 얼음과 숫자. 왜인지 알아요?"
수리공은 호두까기 도구로 집게발을 깨서는 구부러진 집게로 살을 빼냈다.
"숫자체계는 인간의 삶과 같기 때문이에요. 먼저 자연수부터 시작해요. 홀수 중에서 양의 정수들요. 작은 아이들의 숫자죠. 하지만 인간 의식은 확장해요. 어린이는 갈망의 감각을 발견하죠. 그럼 갈망에 대한 수학적 표현이 뭔지 아세요?"
수리공은 수프에다가 크림을 얹고 오렌지 주스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
"음수예요. 뭔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감정의 공식화. 인간 의식은 더욱더 확장하고 아이들은 그사이의 공간을 발견하죠. 돌 사이, 돌 위의 이끼 사이, 사람들 사이, 그리고 숫자 사이. 정수에 분수를 더하면 유리수가 돼요. 인간 의식은 거기서 멈추지 않죠. 이성을 넘어서고 싶어 하죠. 인간 의식은 제곱근을 풀어내는 것 같은 기묘한 연산을 더하게 돼요. 그럼 무리수가 되는 거예요."
수리공은 프렌치 식빵을 오븐에 데우고 후추 빻는 기구를 채웠다.
"무리수는 광기의 형태에요. 무리수는 문한하기 때문이죠. 무리수를 다 적을 수는 없어요. 한계를 넘어선 지점까지 인간 의식을 ㅁㄹ어붙잊ㅛ. 유리수와 무리수를 더하면 실수가 되는 거예요."
나는 좀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방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동족 인간에게 자신을 설명할 기회를 갖는 다는 건 드문 일이다. 보통 우리는 방어권을 얻기 위해서 싸워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건 내게 중요한 일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아요. 절대 멈추지 않죠. 왜냐하면 지금도 바로 즉석에서 우리는 실수에 음수의 상상의 제곱근을 더해 확장하니까요. 이 허수는 우리가 그려볼 수는 없는 수, 보통 인간 의식이 이해할 수 없는 수에요. 그래서 이런 허수를 실수에 더할 때, 복소수 체계를 갖게되는 거죠, 얼음이 결정을 형상화하는 과정을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첫번째 체계에요, 이 체계는 광활하고 열린풍경과 같아요. 지평선이죠. 우리는 그 쪽을 향해 가지만 지평선은 끊임없이 물러서요. 거기가 그린란드에요. 내가 그 없이는 살 수 없는 거죠. 그래서 나는 갖히고 싶지 않은 거에요.(pp. 157~158)
다른 사람들이 교회의 축복을 느끼는 방식으로 나는 고독을 느낀다. 고독은 내게 있어서 은혜의 불빛이다. 나는 내 방문을 닫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칸토르(러시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일생을 보낸 수학자, 집합론의 창시자-옮긴이)는 학생들에게 무한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무한한 수의 객실을 가진 호텔 주인 한 사람이 있고, 이 호텔 객실에는 손님이 모두 들어차 있다. 거기에 손님 한 명이 더 도착한다. 그래서 호텔 주인은 1호실에 있는 손님을 2호실로 옮겨준다. 2호실에 있던 손님은 3호실로 옮긴다. 3호실 손님은 4호실로.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이렇게 하면 1호실은 새로 온 손님을 위해서 비워진다. 이 이야기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점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손님들과 주인 모두가, 한 손님이 자기 방에서 평화와 고요를 얻을 수 있도록 무한한 수의 작업을 지극히 당연하게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독에 대한 커다란 존중의 표시다.(p.22 )
이 시점에서 얼음 결정의 구조는 '6'이라는 숫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물이 얼어 이루어진 벌집 모양의 육각형을 둘러싸고, 여섯개의 가지가 여섯개의 다른 세포로 뻗어간다. 이 여섯개의 세포들은 컬러 필터로 찍어서 높은 배율로 확대한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다시 새로운 육각형으로 녹아들어간다(p.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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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햇살이 골짜기에 퍼지는 이 아침, 햇살처럼 아름다운 문장들을 읽을 수 있음에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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