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복효근, 마늘 촛불

나뭇잎숨결 2016. 1. 11. 16:35

마늘 촛불

 

-복효근

 

 

 

나도 누구엔가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놓은 마늘쪽 가운데에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 어미의 태 안에 앉아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내 비유법이 좀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삼겹살 함께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에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토란 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 부르면 안되나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 누리 햇살에 둘리어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 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 용담꽃의 꽃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