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란 무엇인가? - 어떻게 나를 보호하는가?
나의 대표적인 방어기제는 '웃음'이다.
≪50세쯤 된 여자가 부부 싸움을 하던 중 갑자기 말을 못하게 되었다. 그 날 이후 그녀는 종이에 글을 써서 의사 소통을 했다. 주위에서 억지로 소리를 내보라고 하면 "아... 아..."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말을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정신과에서 항불안제 주사를 맞고 깊은 잠을 자게 되었으며, 대여섯 시간을 자고 난 후에 일어나서는 원래처럼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면서 결혼을 했는데 행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지금은 자식들이 모두 결혼해서 남편만 옆에 남았는데 자기를 전혀 이해해주지 않아서 심한 실망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방어 기제는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상적 범위를 넘을 때에는 도리어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기전이 되어버린다.
1. 방어 기제 중 대표적인 것으로 억압(repression)의 기전이 있다. 이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소망이나 욕망, 욕구, 환상을 의식에 떠오르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신경증에서 작동되는 기전이지만, 특히 히스테리 증상에서 두드러진다. 즉 무의식적인 욕구나 욕망들이 의식화되는 것을 미리 막음으로써 그것이 의식화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불안을 방지하는 것이다.
억압된 욕구나 욕망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무의식 속에 남아서 우리의 인격이나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정신 분석을 할 때 자유 연상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억압에 의해서 묻혀진 것을 찾아가기 위한 것이다. 억압은 무의식의 내용들이 의식화되려고 할 때 이를 막는 일차적인 방어 기제이다. 만약에 이 억압이 실패하면 투사와 같은 다른 방어 기제를 동원하게 된다.
억압을 통해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억압이 과도하게 일어날 경우에 억압된 내용은 없어지지 않고 우리의 무의식 속에 남아서 스스로 드러나려고 하는 역동적인 힘을 가지기 때문에 억압된 것을 표현하지 않는 성격적 특성을 강화시키게 된다. 이런 억압을 통해서 억압을 하기 위한 반대의 힘, 즉 억압하려는 내용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편견은 성격에 고착되어 살아가면서 계속적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2. 전치(displacement)는 어떤 대상에 대한 감정적 갈등이 있는데 그 대상이 갈등을 표출할 대상이 되지 못할 때 감정을 다른 대상에게로 옮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근친 상간의 문화적 벽을 피해서 이모나 누나 또는 다른 이성으로 옮겨간다. 공포증이 이 방어 기제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자신에게 무해한 대상으로 공포의 감정을 옮기는 것이다.
감정이 옮겨진 대상은 본래의 것이 지니고 있던 감정적인 의미를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본래의 대상보다는 사회적으로 훨씬 허용적인 대상이 선택된다. 본래 무의식적인 것이 의식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어떤 구체적인 대상에게 옮겨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박증에 나타나는 손씻기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추잡한 생각을 지워버리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전치는 무의식의 욕구나 욕망 등을 억압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또 억압에 실패했을 때 일어나는 갈등을 다른 대상을 통하여 처리해주기도 한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이 있을 때, 아버지가 사랑하는 동생을 때린다든지, 아버지가 귀여워하는 개를 때리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때 동생이나 개는 아버지의 전치된 대상이다.
3.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은 자신이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함으로써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욕구, 욕망, 충동, 소망을 막는다. 억압된 욕구나 욕망을 부정하기 위해서 정반대의 특성을 강조하게 된다. 예를 들어, 타협할 줄 모르고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그의 무의식 속에 금지된 것에 대한 강한 충동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또 이것은 강박증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대상에게 증오심이 많이 있을 때 겉으로는 지나치게 과장된 공손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에도 반동 형성을 볼 수 있다. 또 겉으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에 그런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은 아주 심약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마음속 깊은 곳에 가학적 성향이 강할 때 그것을 오히려 강하게 부정하여 마치 평화의 사도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들이 모두 반동 형성에 해당한다.
4. 격리(isolation)는 감정과 생각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연을 당하면 처음에는 실연의 사건과 그에 대한 감정이 같이 있어서 그 사건이 떠오르면 괴롭지만, 시간이 지나 사건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분리되면 그 사건이 생각나도 괴롭지 않을 수 있고 또 그 사건 자체를 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격리가 성공하게 되면 감정이 수반되지 않는 내용만 기억하게 된다. 이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일을 고통 없이 대하고 기억에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정신 치료에서 과거의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떠올릴 수 없을 때 이 기전이 작동되면 고통 없이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격리의 일종으로 지식화(intellectualization)가 있다. 이것도 감정과 생각을 분리시키는 방어 기제의 하나이다. 상처받은 사건에서 감정을 분리해서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것으로 만들어 그 사건에 담겨 있는 감정을 배제시키는 것이다.
5. 취소(undoing)는 어떤 행동을 한 후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하는 것이다.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취소하려는 상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어떤 행동이나 사고, 충동에 대한 불안이 심할 때 나타난다.
6. 신체화(somatization)는 내면에 있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어떤 신체 부위로 옮기는 것이다. 건강염려증의 경우 많이 나타나는 방어 기제이고 이들은 신체적인 것에 집착하는 정도가 심해서 정신 치료가 어렵다.
7. 전환(conversion)도 무의식의 욕구나 욕망에서 유래하는 내면의 갈등을 신체적으로 표현하는데 상징성이 많이 있다. 이런 신체적 표현은 주로 운동기관과 감각기관에 나타난다. 전환에 의해 나타나는 상징성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욕망을 막으려는 것이다.
신체화나 전환을 통해서 갈등을 일으키는 내면의 고통은 신체적인 것으로 바뀌게 되어 정서적 고통은 억압된다. 이런 신체화는 히스테리가 있을 때 잘 나타나는 방어 기제이다. 우리 나라 문화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적 고통을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억울할 때 하지가 마비되는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우울할 때 우울 감정보다 신체적으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8. 분열(splitting)은 모순된 감정이나 대상에 대한 이미지를 분리해버리는 무의식의 과정이다. 대상에 대한 이미지에서 선함과 악함, 쾌감과 불쾌감, 사랑과 증오 등을 분리한다. 그래서 대상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부정적 이미지를 분리해낸다. 이런 분리가 통합되는 것이 성장인데 분열이 계속되면 성숙을 가로막는다. 분열은 행동과 태도로 나타나는데 모순된 행동을 교대로 나타낸다든지, 충동적으로 행동한다든지, 상대를 이상화하거나 비하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것은 경계선 인격 장애의 주요 방어 기제로 알려져 있다.
투사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는 무의식 속에 있는 자신의 어떤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고 동일시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은 세 단계를 거치는데, 첫째 단계는 자신의 어떤 이미지인 표상을 상대에게 투사하고, 둘째 단계는 무의식적인 투사가 된 대상이 자기의 표상인 것처럼 행동하게 되고, 셋째 단계는 투사된 것이 그 대상 속에서 변형되어 투사한 사람에게 되돌려준다. 이것을 재함입이라고 한다. 이렇게 투사된 표상이 변화하는 것 때문에 대인관계를 변화시킨다.
이것은 전이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첫째 단계와 둘째 단계는 전이를 말하고 셋째 단계가 의식적으로 처리되면 전이라고 할 수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처리되고 투사된 대상도 모르고 행하게 되면 그것은 전이다. 이 경우는 무의식적인 것이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미쳐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서 무언가를 강하게 느끼는 경우처럼 말이다.
어떤 경우에는 투사하는 사람이 투사된 대상을 조정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기도 한다. 자신의 내부에 있는 어떤 표상을 없애려고 할 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고 투사된 사람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내부에서 없애려고 한 것을 원하는 대로 통제한다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9. 투사(projection)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대상에게 옮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투사와 투사 동일시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투사에는 반드시 많든 적든 간에 동일시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관계를 이루고 있는 대상들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편집증 환자의 경우에 자신의 표상을 투사하고 그 대상을 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투사 동일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피하는 행위도 대상과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일시 기전은 여전히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투사는 자신의 속성인데 그것이 자신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속성인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이 기전에 의해서 자신의 인격 안에 있는 중요한 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한다. 예를 들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속담은 이 투사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투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이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모르고 남에 대해서는 가혹한 비난을 한다. 그에게 투사된 것은 바로 그 자신의 메아리임을 알아야 한다. 투사는 불안을 일으키는 죄책감이나 수치감을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자신은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무의식에 있는 것이 투사될 때에는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생각을 투사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망상이 나타나는데 주로 피해 망상이 나타나며, 편집증에 중요한 기전이 된다. 반면에 지각으로 투사가 나타날 때에는 환청 등의 환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주로 이때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이 나타난다. 이런 투사가 나타날 때 흔히 보이는 것이 관계 사고인데 이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주시하고 자기를 비난한다고 생각한다.
10. 함입(introjection)은 외부의 대상을 상징적으로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여 자신의 한 부분으로 동화하는 과정이다. 프로이트는 우울증에 대한 가설을 이 함입의 기전으로 설명했다. 환자가 분노를 느끼는 대상이 분노를 표현할 수 없는 대상일 때 그 대상을 상징적으로 자신의 내부에 함입시켜 내부의 함입물에 분노를 집중시키게 된다. 그 결과 환자는 자기를 비하하게 되고 결국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정과 증오의 대상이었던 어떤 사람이 가졌던 속성을 자신의 인격 안에 상징적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자신의 내부에 있는 속성에 대해서 증오하는 자기 증오를 하게 되어 우울에 잘 빠지게 되고 심하면 자살을 하게 된다.부정(denial)은 자신의 마음속에 어떤 상처가 있을 때 그것을 아니라고 하는 과정이다. 억압과 부정의 차이는 그것이 내부의 것이냐 외부의 것이냐의 차이가 있다. 억압은 욕망, 소망,
충동 등을 방어하기 위해서 억누르는 것이지만, 부정은 외부의 현실로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 그 외부의 현실에 대해 방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재해를 당했을 때 부정이 사용될 수 있다.
불쾌감이나 고통을 주는 생각, 욕구, 또는 금기 등을 부정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타조가 위험에 몰리면 머리를 모래에 박고 숨은 것으로 생각하는 행동에서 부정을 볼 수 있다. 또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자신은 암이 아니라 신경성 질환이라고 한다든지,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이 자신은 신체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등에서 볼 수 있다.
11. 동일화(identification)는 우리 자아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전으로 이상화한 대상의 힘과 속성을 가지고 싶은 마음으로 모방을 하게 한다. 이때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모방을 동일화라고 할 수 있다. 성장하면서 동일화의 대상은 어머니, 아버지, 학교 선생님, 친구 등이 된다. 최근에는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유명 연예인들도 동일화의 중요한 대상이 되고 있다.
동일화가 이상적으로 이루어지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하나의 주체적 인격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동일화가 잘못 이루어질 때에는 병적인 현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 동일화의 대상을 증오하는 경우에도 자신도 모르게 그 힘에 동일화된다. 이렇게 증오하면서 닮아가는 것도 동일화에 하나이고 이것을 '증오적 동일화(hostile identification)'라고 한다.
범죄자에게 동정심을 갖는 경우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충동과 공통적인 것을 지니고 있다는 무의식적 느낌이 통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동정받는 이를 통해 욕망의 대리 만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서태지처럼 되고 싶은 사람이 서태지의 옷을 모방하여 입는 것은 동일화의 소원성취적 욕망을 보여준다.
어떤 의미로 전이 감정도 동일화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이미지가 무의식 속에 있는 다른 사람과 동일화되어 일어난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이유 없이 호감이 가거나 아니면 이유 없이 혐오감이 생길 때에는 과거에 그런 감정을 일으키게 했던 사람과 무의식적으로 동일화했기 때문이다.
12, 보상(compensation)은 자신이 무능해 보이거나 열등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암흑가의 보스는 작은 키에 공격적 태도를 지닌 사람이 주로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에서도 보상 기전을 볼 수 있다. 즉, 조그만 체구를 가진 사람이 지배적이고 공격적인 면을 보이는 것이다. 잘난 척하는 것, 유별난 옷치장을 하는 것, 유명 메이커의 물건만을 찾는 것 등도 심리적 보상 기전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상의 원인이 되는 열등감은 실제적인 것일 수도 있고 또 상상 속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13. 합리화(rationalization)는 무의식의 어떤 동기에 의해서 행동을 하고 나서 자존심을 유지하고 죄책감을 없애기 위해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우리가 생각하고 선택해서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동은 우리가 알지 못하면서 행하는 것이다. 대부분 그런 행동에 논리적으로 그럴듯하게 보이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거짓말과 합리화가 다른 것은 거짓말은 우리 자신이 알고 있는 데 반해 합리화는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합리화를 진실인 것으로 믿는다. 예를 들어, 사회 경제적으로 무능한 사람이 돈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처럼 행동하고 주장하면서 그 자신은 진실로 자신이 그렇다고 믿는 것이다.
14. 상징화(symbolization)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특정한 생각이나 사물을 다른 사고나 사물로 표현하는 것이다. 상징화된 사물이나 사고는 본래의 사물이나 사고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게 된다. 상징을 통해서 표현이 억압되어 있는 욕망은 상징의 가면을 쓰고 위장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상징화를 사용하고 있는 자신은 정작 상징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무의식의 언어는 이 상징화를 통해서 나타난다.
14. 퇴행(regression)은 어떤 좌절에 직면할 때, 과거에 미숙한 적응 단계에 고착이 되어 있는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퇴행은 성장기에 고착이 일어난 지점으로 되돌아가는데 그 고착이 일어나는 지점은 과도한 만족을 주었던 시기이기도 하고, 또 과도한 불편을 겪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퇴행의 대표적인 예는 아이가 자신의 동생이 태어났을 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되찾으려고 어린 시기로 되돌아가 가리던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이런 퇴행 때문에 어떤 일에 좌절되었을 때 갑자기 유아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러면 의존적이 되면서 자신의 책임을 피하고 두려움과 불안함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생활에서 퇴행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도 하는데, 예를 들어 레크리에이션을 할 때 유치한 놀이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받는 압박감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는 것도 이 퇴행의 하나이다.
퇴행은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부분적으로 일어난다. 즉 감정, 사고, 지각, 행동 등에서 어떤 부분에는 퇴행 현상이 일어나고 어떤 부분에는 퇴행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은 현실적으로 하면서 감정적으로는 미숙하게 의존적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15. 해리(dissociation)는 인격의 각 기능들이 잘 통합되지 못한 경우에 갈등을 일으키는 인격의 부분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분리해서 제거함으로써 불안을 없애고 만족을 얻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억압되어 있는 것들이 나타나면서 인격의 동일성이 흔히 붕괴된다.
해리에 의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는 심리적 기억 상실, 이중 인격이나 다중 인격, 몽유병, 둔주 상태, 자동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이 해리 현상은 인격의 부분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영화나 연극에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16. 억제(suppression)는 억압과 유사한 것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 스스로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즉 받아들일 수 없는 상상이나 감정을 의식적으로 누르는 것이다. 이것은 억압과는 달리 의식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17. 승화(sublimation)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욕구나 욕망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면에 있는 공격성을 승화하여 권투 선수가 된다든지 하는 것이다. 또 성에 대한 본능적 충동과 호기심이 탐험가의 지칠 줄 모르는 미지에 대한 정열로 나타나기도 한다.
18. 이타주의(altruism)는 자신의 욕구나 욕망은 억누르고 남의 욕구나 욕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19.유머(humour)는 어떤 상황에서 즐겁게 웃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정신 건강을 위해 가치가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갈등을 일으키는 충동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와 내적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심리적 방법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방어 기제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우리는 심리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정신 치료를 할 때에는 방어 기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떤 방어 기제를 쓰고 있는지 알아야 그에 대해 대처를 하고 왜곡된 것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적 방어 기제라고 해서 모두 제거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어떤 방어 기제를 사용해서 형성된 결과이든지 그것이 우리의 내적 갈등에 대처하고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책 없이 병적 방어기제를 제거하는 경우에 억압되어 있던 내적 갈등이 폭발하여 터져나올 수 있다.
따라서 지지적 정신 치료에서는 방어 기제의 자기 보호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쪽으로 진행되며, 분석적 정신 치료에서는 방어 기제의 근본적인 변형을 도모하게 된다. 그리고 방어 기제는 정상적인 생활인에게도 작동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방어 기제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특성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자신이 주로 의존하고 있는 방어 기제가 무엇인가에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 萬甲이네글판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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