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걸음』은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서술자가 분필을...
2012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모옌의 대표 장편소설
“모옌은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민담, 역사 그리고 당대 현실을 하나로 융합해냈다.” - 2012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1970년대 중국의 어느 소도시, 대학 교육을 받은 지식인 팡푸구이와 장츠추는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궁색하게 살고 있는 이웃이자 같은 중학교 물리교사이다. 어느 날, 팡푸구이가 수업중 졸도를 하고, 학교에서는 그가 과로로 죽은 줄 알고 순직으로 처리해버린다. 팡푸구이의 ‘순직’ 소식이 학교 밖으로 퍼지면서, 박봉에 시달리는 교사를 돕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시 당국은 예산을 대폭 투입하여 교사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해주기로 결정한다.
팡푸구이는 장례식장으로 실려가던 차 안에서 정신을 차리지만, 교장은 그가 죽으면 모든 교사들의 처우가 나아진다며 그대로 죽어달라고 설득한다. 팡푸구이는 교장의 강압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영안실로 들어가지만, 시체안치소 냉동고에 갇혀 있다 그날 밤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온다. 죽은 남편이 나타나자 투샤오잉은 유령인 줄 알고 까무러치고, 팡푸구이는 하는 수 없이 이웃에 사는 동료 교사 장츠추의 집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장츠추 부부도 난데없이 살아서 나타난 팡푸구이를 보고 몹시 놀라지만, 장츠추의 아내 리위찬은 두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닮은 걸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리위찬은 자신의 장례미용 기술을 이용해 팡푸구이를 자신의 남편 장츠추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시켜 학교로 출근하게 하고, 남편 장츠추는 보따리장수로 나가 돈을 벌어오라고 종용한다.
장츠추로 살게 된 팡푸구이, 담배 보따리장수가 되어 길거리로 나간 장츠추, 탐욕에 눈이 멀어 두 남자의 인생을 바꿔놓은 리위찬, 하루아침에 자식 둘이 딸린 과부가 된 팡푸구이의 아내 투샤오잉은 이제 비극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2012년 중국 대륙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 중국의 프란츠 카프카, 윌리엄 포크너로 불리는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모옌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모옌의 정수가 담긴 『열세 걸음』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권으로 출간되었다. 모옌은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로 등단한 이래 열한 편의 장편소설과 여덟 권의 소설집을 펴내고, 창작 희곡 「패왕별희」를 무대에 올려 40회 연속 공연하는 성공을 거두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왔다. 30년 넘게 작가로 활동하는 동안 고향 산둥 성 가오미의 농촌을 배경으로 중국 인민의 원시적 생명력을 형상화해온 모옌은 1987년 고향 가오미에서 『열세 걸음』을 처음 집필했다.
참새가 두 발로 종종 뛰지 않고 한 발 한 발 열두 걸음까지 걷는 걸 보면 천운을 얻지만, 열세번째 걸음을 걷는 걸 보는 순간 열두번째 걸음까지 들어온 모든 운이 곱절의 악운이 되어버린다는 러시아 민담을 모티프로 쓰인 『열세 걸음』은 1989년 초판이 출간된 지 십여 년 후인 2003년 대폭 개작되어 재출간되었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소설 형식에 대한 실험과 도전
경계가 사라진 곳에 짙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환상성!
모옌은 “중국 역사와 현실을 배경으로 역사와 환상, 현실과 상상을 결합시켜서 기이하고 황당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이욱연) 것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또 화자와 청자가 수시로 주객의 위치를 바꾸고, 시간 흐름이 뒤엉키고,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인상이 뒤섞이며, 이야기와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작품세계로도 유명하다. 모옌은 이런 형식의 실험을 통해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규정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왔고, 모옌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특히 『열세 걸음』은 스웨덴 한림원이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모옌을 선정하면서 밝힌 이유를 가장 잘 구현한, 모옌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열세 걸음』은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서술자가 분필을...
2012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모옌의 대표 장편소설
“중국 문화로부터 길어올린 환상적 설화. 잔혹하고 매혹적이다.”
렉스프레스
2012년 중국 대륙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 중국의 프란츠 카프카, 윌리엄 포크너로 불리는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모옌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모옌의 정수가 담긴 『열세 걸음』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권으로 출간되었다. 모옌은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로 등단한 이래 열한 편의 장편소설과 여덟 권의 소설집을 펴내고, 창작 희곡 「패왕별희」를 무대에 올려 40회 연속 공연하는 성공을 거두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왔다. 30년 넘게 작가로 활동하는 동안 고향 산둥 성 가오미의 농촌을 배경으로 중국 인민의 원시적 생명력을 형상화해온 모옌은 1987년 고향 가오미에서 『열세 걸음』을 처음 집필했다.
참새가 두 발로 종종 뛰지 않고 한 발 한 발 열두 걸음까지 걷는 걸 보면 천운을 얻지만, 열세번째 걸음을 걷는 걸 보는 순간 열두번째 걸음까지 들어온 모든 운이 곱절의 악운이 되어버린다는 러시아 민담을 모티프로 쓰인 『열세 걸음』은 1989년 초판이 출간된 지 십여 년 후인 2003년 대폭 개작되어 재출간되었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소설 형식에 대한 실험과 도전
경계가 사라진 곳에 짙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환상성!
모옌은 “중국 역사와 현실을 배경으로 역사와 환상, 현실과 상상을 결합시켜서 기이하고 황당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이욱연) 것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또 화자와 청자가 수시로 주객의 위치를 바꾸고, 시간 흐름이 뒤엉키고,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인상이 뒤섞이며, 이야기와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작품세계로도 유명하다. 모옌은 이런 형식의 실험을 통해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규정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왔고, 모옌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특히 『열세 걸음』은 스웨덴 한림원이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모옌을 선정하면서 밝힌 이유를 가장 잘 구현한, 모옌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열세 걸음』은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서술자가 분필을 씹어 삼키며 청자(혹은 독자)에게 자신들의 도시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서술 시점이 끊임없이 바뀌면서 서술자는 때로 ‘나’였다가 ‘너’가 되고, 청자도 처음에는 ‘우리’인가 싶지만 곧 ‘너’가 되고 또 어느 순간 ‘나’로 등장한다. 서술자의 이야기 속 ‘그들’도 ‘나’와 ‘너’로 번갈아 등장하길 반복한다. 이야기도 시간 순서로 전개되지 않는다. 서술자의 머릿속에 떠오는 대로, 서술자의 주관적 느낌이나 중국의 민담들과 뒤섞여서 전개된다. 하지만 마치 전설이나 민담, 신화 같은 이 이야기들은 중국의 20세기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모옌은 우리가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어하지도 않지만 엄연하게 존재하는 현실을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투과해, 어느 한 사건, 어느 한 관점의 역사만이 진실이 아니라고 웅변하고, 하나의 시점이나 하나의 화자가 등장인물의 운명과 사건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을 거부한다.
억압적 현실 속에서 주체를 상실해가는 인간의 비극적 변형기
너는 사람인가 짐승인가?
1980년대 중국의 어느 소도시, 장츠추와 팡푸구이는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궁색하게 살고 있는 이웃이자 같은 학교 물리교사이다. 이 둘은 대학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지만 그들의 현실은 열악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다. 집에서는 초라한 가장이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쉴새없이 학생들을 채찍질하고 내몰아야 하는 교사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팡푸구이가 수업중 졸도를 하자 학교에서는 그가 과로로 순직한 것으로 처리해버린다. 팡푸구이의 ‘순직’ 소식이 학교 밖으로 퍼지면서, 박봉에 업무 과다로 죽음으로 내몰린 교사를 돕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시 정부는 예산을 대폭 투입하여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죽지 않은 팡푸구이는 장의사로 실려가던 차 안에서 정신을 차리지만, 교장은 그가 죽으면 모든 교사들의 삶이 나아진다며 ‘작은 비인도주의와 큰 인도주의를 맞바’꿀 것을, 팡푸구이에게 그대로 죽을 것을 강요한다.
시작은 어느 소도시의 중학 교사가 교단에서 과로로 기절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작은 사건이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지식인들의 억압적인 현실, 대학입시 위주의 비인간적인 교육 풍토, 고기 한 점 먹기 힘든 가난과 맞물리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로 기형적으로 발전해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팡푸구이와 장츠추 그리고 그 가족들은 그동안 허상처럼 간신히 유지해오던 인간성을 점차 잃어가면서 비극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한다.
모옌은 중국 역사와 현실을 배경으로 역사와 환상, 현실과 상상을 결합시켜서 기이하고 황당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모옌의 이야기가 갖는 독특한 개성이 여기에 있다. 그의 소설에서 숱하게 등장하는 기이하고, 황당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는 그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역사의 광기와 억압된 현실의 상징이자 증거다. _해설 중에서
“아주 오래된 아름다운 전설이 하나 있어요. 참새가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을 본 사람이 있었대요. 참새가 병아리처럼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걸 보면 하늘에서 행운이 뚝 떨어진대요. 참새가 한 걸음 내디디면 횡재수를 안겨주고, 두 걸음을 내디디면 관운을 안겨주고, 세 걸음을 내디디면 여복을 안겨주고, 네 걸음을 내디디면 건강운을 안겨주고, 다섯 걸음을 내디디면 기분이 늘 유쾌한 상태를 누리게 되고, 여섯 걸음을 내디디면 사업이 순조로워진대요. 일곱 걸음을 내디디면 지혜가 곱절로 늘어나고, 여덟 걸음을 내디디면 아내가 잘하고, 아홉 걸음을 내디디면 이름을 온 세상에 떨치게 되며, 열 걸음을 내디디면 생김새가 멋지게 바뀌고, 열한 걸음을 내디디면 아내가 아름다워지며, 열두 걸음을 내디디면 아내와 애인이 화목하게 어울려 자매처럼 친한 사이가 된다는 거죠. 하지만 절대로 열세번째 걸음을 보아선 안 된대요. 만일 참새가 열세번째 걸음을 내딛는 걸 보았다가는 앞서의 모든 행운이 죄다 곱절의 악운으로 바뀌어 당신 머리 위에 뚝 떨어져내린다지 뭐예요!” _본문 5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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