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김이듬, 만년청춘

나뭇잎숨결 2012. 8. 29. 14:31

 

 

 

 

 

만년청춘

- 김이듬


매년 이맘때면 터지는 폭죽소리 환호하는 사람들 발산하고 발작하고 발화하고 발포하고 발을 굴려요 실신할 때까지 그러고 싶으면

귀를 막아도 들리고 눈을 감아도 훤하다면 갈등도 없이 가고 있다면 축제는 돌아오고 장사는 끝날 줄 모르고 확성기는 꺼질 줄 모르고 아무리 소리 질러도

네가 그들과 같이 간다 해도

나는 떠나야 해요 세상 끝으로 끌려가기 꺼려지는 곳으로 거기도 축제라면 거기를 떠나야겠지만 어디로 갈까요 방방곡곡 축제장이니

부자고 젊고 똑똑하고 심지어 진보적이기까지 한 당신이 시를 쓴다면 콘서트를 연다면 소녀가 쓰러지고 성황이고 계단은 가파르고 초청가수는 보통 가수가 아니니까 노래를 멈추지 않겠지

노래 부르는 사람은 노래하고 음반을 사는 사람은 음반을 사고 그들은 불법음반을 사지 않을 거야 그림도 살 수 있겠지 살 수 있는 사람들만 살 수 있겠지 지금과 같다면

한번 시인은 영원히 시를 쓰고 일단 화가는 계속 화가고 화가 난 어중이떠중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게다가 넌 계단을 치우지는 않잖아 청소하는 사람은 청소를 하고 올라가는 사람은 계속 올라가고 옥상에는 비밀 화원이 있고 떨어지던 사과가 아직도 떨어지고 있다면 우리가 수줍게 키스를 나누고도 영원히 키스를 해야 한다면 웃는 사람들만 계속 웃는다면

만년청춘이라면

이토록 생이 아름답기만 하다면 순간순간이 축복이라며 눈을 돌리고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저 시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 해도
이 관계를 사랑이라고 부른다 해도
영원히 지속된다면

떠나야 해요 나는 거기가 어디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