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의 독백(獨白) -사소(娑蘇) 단장(斷章)
- 서정주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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