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당신이 읽을 차례야. 나를 읽어봐.
당신의 독서를 위해서라면 나는 스스로 책이 되는 위험을 무릅쓸 수도 있으니까.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위험해지는 것뿐이니까.
그러니 평안하고 또 평안한 수만 번의 아침저녁이여 안녕.
부디 당신의 독서가 당신을 자유롭게 하기를.
_'작가의 말'에서
김경욱은 진화하는 기계이다. 지난 십오 년간의 그의 세계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김경욱은 독창성에 대한 추구를 유보함으로써 기계의 길에 들어섰지만,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독창성에 이르는 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독창성이야말로 진짜일지도 모를 일이다. 김경욱은 쓴다. 그것만이 기계의 일이다. 기계의 탄생을 지켜보는 일도, 기계의 작동을 지켜보는 일도 독자로서는 매우 유쾌한 일이다. _서영채(문학평론가)
등단 십육년차, 다섯번째 소설집, 아홉번째 책.
김경욱이 데뷔한 것은, 만 스물두 살이던 1993년. 대충 계산해봐도 이 년에 한 권꼴로 책을 펴낸 셈이다. 그렇게 김경욱은 써왔다. 꾸준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쉬지 않고, 계속해서, 기름칠을 하고 나사를 조이고 부품을 바꿔가며. 그렇게 단련되어온 이 십육년차 기계는, 쓰면 쓸수록,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진화하는, 그야말로 '소설기계'이다. 그사이, 문화적 저항의 몸짓을 내보이던 현실의 아웃사이더의 시선은 세계로 향하게 되었고, 새로운 서사의 공간을 창조해냈다.
그리고, 그 기계는 이제 독자를 향해 손을 내밀고 말을 건다. "나를 읽어봐. 주저하지 말고 나를 읽어봐."(「위험한 독서」 중에서)
「위험한 독서」 '나'는 독서치료사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듯 '나'는 피상담자의 심리상태를 체크한 뒤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한다.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밥벌레라며, 어떤 책을 읽으면 칠 년 사귄 남자친구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지를 묻던 당신. 서툴게 번역된 책처럼 문장이 아리송하고 문맥은 요령부득이던, 여러모로 읽어내기 쉽지 않던 당신이 어느새 '나'에게 속삭인다. '나를 읽어봐. 주저하지 말고 나를 읽어봐.'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 스무 살, '나'에게는 사수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장래가 불투명한 남자친구의 폭발 직전의 성욕으로부터 순결을 사수해야 했고, 아버지의 실직으로 인해 파탄에 직면한 가정을 사수해야 했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맥도날드를 사수해야 했다. 스스로를 '제3세계해방전선'이라고 밝힌 정체불명의 테러단체로부터 맥도날드를 지키는 동안 나는 철저히 '맥도날드화'되었다. 남자친구의 성욕도, 우리 집의 의사소통과 가사분담도 모두 '맥도날드화'되었다. 이제 남아 있는 건 내가 일하는 맥도날드 매장으로 시시각각 손을 뻗쳐오는 위협뿐. 자, 과연 우린 이마저도 '맥도날드화'할 수 있을까?
「천년여왕」 난생처음 쓴 글로 신춘문예 최종심에까지 오른 '나'는 아내와 귀농 후 글쓰기에 몰두한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오늘이 어제와 다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새로 태어난 문장뿐이던 시간들. 그렇게 완성된 초고를, '나'는 아내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아내는 어디서 본 듯하다며 처음 듣는 작품 이름을 댄다. 그후로도 탈고한 원고를 보여주면 아내는 어디서 본 듯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게임의 규칙」 글자를 배우기도 전에 읍내 상점 간판을 줄줄 읽었다는 광수. 그는 문간방에 세든 대학생의 방에서 공산주의와 관련된 책들을 보고 외워 선생님 앞에서 읊어댄다. 그로 인해 대학생이 간첩 누명을 쓰고 잡혀가자, 그는 위험하고 불결한 문장을 버리고 숫자를 택한다. 전자계산기보다 빠른 암산능력으로 주목받던 그는, 야구장에서 고작 결과로서의 승패만 표현할 뿐인 숫자의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고 그마저 버린다. 이후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를 발견하지 못한 채 시나브로 평범해져가는데....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 도심의 가장 도드라진 빌딩 위에 생뚱맞은 농담처럼 얹혀 있는 공중관람차에 홀로 오르는 여자, 수진. 열정적 사랑에 대한 도피처로 결혼을 선택했던 그녀는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한 신인 영화감독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완전했던 첫사랑을 얻지 못해 여태 독신을 고집하고 있다는 그 신인감독은, 수진이 아는 사람이다. 다음날 수진은 혼자 그 영화를 보러 간다. '세진'이라는 이름의 여주인공은 이십대 초반 무렵 앳되었던 자신과 닮아 있는데....
「고독을 빌려드립니다」 홈쇼핑 고객관리부 팀장인 '나'는 기러기 아빠인 친구를 통해 '무엇이든 대여해준다'는 사이트를 알게 된다. '너그러움'을 빌렸다는 친구는 그 사이트를 접한 후 부쩍 밝아졌다. 밤마다 울어대는 아이에게 시달리던 '나'는 결국 그 사이트의 로열회원으로 가입하고, '휴식 같은 고독'을 대여한다. 이후 일요일마다 대학 시절 자취방을 연상케 하는 장소가 제공되고, '나'는 그곳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지만 아내의 의심을 사게 되어 더이상 그곳에 갈 수 없게 된다. 환불을 요청하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나'는 그곳을 소개해준 친구를 찾는다. 그러나 그는 행방불명.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무언가 특별한 것을 대여했다고 말하던 그. 그가 빌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 아내가 장사를 시작했다. 품목은 그녀의 자궁. '나'는 물론 펄쩍 뛴다. 하지만 무직에 신용불량자인 '나'의 반대는 그녀의 설득 앞에서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습기 가득한 반지하 월세방에 출몰하는 민달팽이를 밟아죽이며 분을 삭일밖에. 의뢰인을 찾고 대리모가 된 아내는 그만 쌍둥이를 임신하고 만다. 방 하나 더 딸린 전셋집을 더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아내. 그렇지만, 출산일이 가까워질수록 아내의 속내는 점점 알 수 없어지는데....
「황홀한 사춘기」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리던 무렵, 그는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에 있었다. 머리는 삼 센티 이내로 유지해야 하고 하루 일과표가 빡빡하게 짜여 있는, 사생활을 차압당한 금욕의 나날들. 그와 함께 쌓여가던 원생들의 불만은 88올림픽의 개막과 더불어 폭발한다. 그를 포함한 사십 명의 원생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삭발을 하고, 시위를 벌인다. '두발단속이 웬 말이냐? 여기는 소림사가 아니다.' 물론 시위는 싱겁게 끝나고, 입시는 다시 코앞으로 다가온다. 시간은 흐르고.... 대입학원의 강사가 된 '나'는 그 시절 스파르타 학원 '등용문'의 영어선생이 가르쳐주었던 농담을 인용해 학생들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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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실연의 아픔을 딛고 소설가가 되어, "써지지 않아 쓸 엄두가 안 났고,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만 하고 살 수는 없어 책만 들입다 읽던" 그는 이제 겹의 시선을 통해 울림이 풍부한 아이러니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 설득력 있는 이야기 구성과 디테일, 시간성의 능란한 구사, 그리고 독자들을 피식거리게 하는 유머까지 겸비했다. 이 소설기계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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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는 소설의 독법을 소설쓰기의 소재로 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개인과 개인의 소통의 단절을 독서법의 차이에서 찾아내고 있는 이 작품은 사물의 존재와 그 의미가 얼마나 주관적인 것에 의해 재단되는지를 지적한다. _권영민(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과 교수)
「위험한 독서」에는 김경욱이 가진 장점이 잘 드러나 있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새롭고 적절한 소재를 찾아내며 또한 일련의 작품에서 보여주듯 서사가 안정됨으로써 독자를 쉽게 유인, 설득한다. 유머도 강해져서 소설을 잘 받쳐준다. _은희경(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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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쓸 때 여성 호르몬이 나옵니다."
[북데일리] 소설가 김경욱은 재미있었다. 그의 표현대로 하면 재미있게 읽혔다. (그는 소설 '위험한 독서'를 통해 사람이 책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북데일리와 숭실대가 주최한 제 4회 젊은 낭독회(지난 4일)에서 소설가 김경욱은 시종 농담을 던지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먼저 김경욱이 "여성호르몬이 분비 된다"고 밝힌 대목.
관객과 질문 시간에, 한 독자가 "작품 중 여성 화자를 어떻게 표현 하느냐"고 물었다. 여성이 아니면서 어떻게 여성을 그렇게 잘 표현할 수 있냐는 것.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여성 호르몬이 나오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나는 여성화자가 참 편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당혹스런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책 속의 여성 주인공에 대해 공감하지 못 하겠다"고 한방 날린 것이다.
"...."
공연장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작가 낭독회 때 그런 당돌한 질문이 나오기는 처음. (김작가는 뒤풀이에서 이 말을 했다.) 그러나 김 작가의 유머감각이 빛을 발했다.
"아마 여성호르몬이 부족했나봅니다."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유머가 터졌다. 한 관객은 '글이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잠을 잔다. 풀릴 때까지 잠을 잔다"고 밝혔다. 이어진 말.
"아마, 늘 안 풀리는 거라는 뜻이겠죠?"
김 작가는 이어 진지하게 "글은 사실 늘 안 써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서 그치면 재미가 있을 리 없다. 김 작가는 글쓰기 비법 팁을 전해주는 센스를 잃지 않았다. 자신만의 특별한 비법이라고 잔뜩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그런데 그가 한 말은 엉뚱하게도 다음과 같았다.
"실연을 여섯 번쯤 당해보세요. 엄청난 문장가가 됩니다."
그렇다. 사랑은 펜을 잡게 만든다. 실패한 사랑은 '작품'을 낳는다는 경우를 얼마나 봐왔는가. 그는 "진심"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어 김 작가는 "여러분은 한 세 번쯤은 당해보셨죠?"라고 웃음을 선사했다.
김 작가는 실연을 당했는데도 안 써질 경우엔 산책을 하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산책을 하다보면 자신 안의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럴 땐 "앉은 자리서 원고지 100매를 쓸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흔치 않은 낭독회였던 만큼 책, 나아가 문학을 읽지 않는 풍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이어졌다. 김 작가는 "나도 그것이 궁금하다"고 답했다.
사실 과연 누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문학에 대한 무관심이 하도 깊은 현실에선 다 구차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오히려 악평이라도 해주길 바라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이와 관련 악플과 관련된 한 토막.
'쓴 작품에 대해 네티즌이 악풀을 달았을 경우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관객의 질문을 받은 김 작가는 인상 깊은 댓글 하나를 소개했다.
"기억나는 악풀 중에 이런 게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이 책을 위해 베어졌을 나무가 아깝다'는 글이었습니다."
객석에선 폭소가 터졌다. 문학에 대한 댓글로선 귀엽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낭독회는 북데일리와 숭실대가 합작한 작품이었다. 숭실대는 '독서후기클럽'을 1년 넘게 운영해왔고, 북데일리 역시 '젊은 낭독회'를 올 초부터 해왔다. '독서후기클럽'은 대학생들에게 책을 주고, 독후감을 쓰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젊은 낭독회는 문학노래밴드 '북밴'이 초대 작가의 작품, 특히 소설을 노래로 만들어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장정일 작가를 비롯, 김경주 김애란 신용목 심윤경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날 낭독회에서 북밴은 김경욱 작가의 작품'천년여왕'을 노래로 불러 깊어가는 가을밤을 더욱 빛냈다.



"어느 날부터인지 세상이, 사람이 책으로 보였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가 하면 안 읽고 싶은 책도 있다. 책을 보면서 밑줄을 긋고 싶고 질문을 하고 싶듯, 사람에게도 그러고 싶다."
[북데일리] 작가 김경욱이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쳤다. 지난 4일 북데일리와 숭실대가 제 4회 '젊은 낭독회'를 개최(장소 숭실대)했다.
이날 '타이틀 북'은 김경욱 작가의 책 '위험한 독서'였다. 김 작가는 작품 이름이 왜 '위험한 독서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작가는 "안전한 독서라고 하면 독자가 어디 읽겠느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김 작가는 이 농담에 뒤이어 '위험한'이란 단어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책 읽는 사람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간혹 책 읽는 남자를 보면 악수를 하고 싶을 정도로 반갑습니다. 그만큼 책을 읽는 사람이 적어졌습니다. 말하자면 독서야말로 위험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죠."
작가는 왜 사람들이 책을 안 읽을까에 대해 연구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드라마나 영화는 알아서 보여준다. 수동적이다. 반면 독서는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책을 골라야하고 책장을 넘기는 수고를 해야 한다. 더 중요한 해석은 다음에 있었다.
"TV와 영화 매체는 자신을 잊게 하지만 책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잊고 싶은 본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세상살이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에게 거울을 들이대면 누가 좋아할까."
무방비 상태, 본래의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주기 때문에 독서는 힘들고 더 나아가 위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독서를 방치할 것인가. 위험한 폭발물처럼 창고에 방치할 것인가.삶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이라고 볼 때, 작가의 말은 독서는 위험하지만 그만큼 달콤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마이너러티에 속할지라도 여전히 우리는 위험한 독서를 계속해야할 이유다. 특히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다음에 있다. 작가의 말.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세상이, 사람이 책으로 보였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가 하면 안 읽고 싶은 책도 있다. 책을 보면서 밑줄을 긋고 싶고 질문을 하고 싶듯, 사람에게도 그러고 싶다."
관객들로선 "과연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읽고 싶은 책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 대목이었다. 이날 낭독회에서 김경욱 작가는 두 명의 작가에 대해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둘 다 일본 작가여서 이채로웠는데, 디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였다. 두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디자이 오사무는 늘 죄송하다며 살았다. 몇 번의 자살시도를 했다.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그는 실제 자신의 삶을 (소설로) 쓴 셈이다. 작가가 체험을 쓸 경우의 문제는, 작가가 불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작가는 불안을 해소하려 하지 않고 유지하려 한다'는 말이 있다. 불행히도 불행이 행복보다 작가의 글쓰기 영혼을 자극한다. 김 작가의 이어지는 말.
"자신의 삶이 문학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런 (체험을 작품으로 쏟아내는) 작가는 불행해지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어 김경욱 작가는 미시마 유키오 이야길 꺼냈다. 미시마 유키오는 디자이 오사무에 대한 독설로 유명하다. 참고로 미시마 유키오는 명작 '금각사'를 쓴 작가다. 김 작가는 미시마 유키오가 디자이 오사무를 보고 이렇게 쓴소리를 퍼부었다고 소개했다.
'디자이 오사무가 죽은 게 마음에 안 든다. 일단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 소설가가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착각했다. 그에겐 병이 있었다. 아마 냉수마찰을 하거나 기계체조를 했다면 고칠 수 있었을 것이다.'
김 작가는 죽은 사람한테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비상식적인 일이냐고 반문했다. (좌중 웃음)
미시마 유키오는 냉수마찰, 기계체조 외에 보디빌딩을 했다. 더 황당한 일은 미시마 유키오 역시 자살을 했다는 점. 참 아이러니컬한 이야기다. 금각사란 대단한 탐미주의적 소설을 쓴 이가 울퉁불퉁 근육을 자랑하는가 하면, 종국엔 자위대에서 할복자살한 이력은 문학사의 미스터리다. 그래서 삶은 알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작가는 소설 속에 자신을 얼마나 투영할까. 경험이며 상상력이며, 어느 비율로 비벼낼까. 김경욱 작가는 "나는 다 드러내는데, 사람들은 거의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작가는 경험을 나타내는 쪽과 상상력을 중심으로 쓰는 쪽의 두 경우가 있다. 나는 후자 쪽이다."
김 작가는 문학을 시작하게 한 작품으로 '이방인'을 꼽았으며, '문체가 작품마다 각각 다른 이유에 대해선 "내용이 달라지면 그것을 담는 그릇 역시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재치 있게 답했다.
김경욱(金勁旭,1971년 ~ )은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현재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서사창작과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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