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족한 인생의 결정적 요소-시간ㆍ돈ㆍ행복에 대한 교양
디드로 딜레마
디드로 딜레마는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르는, 욕망의 추구가 만족 대신 또 다른 욕망을 낳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말한다.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 드니 디드로 (Denis Diderot 1713~1784)의 일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당대의 지성인 볼테르, 루소 등의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살던 디드로는 한 친구로부터 아름다운 진홍색 침실 가운을 선물 받았다. 새 옷을 입고 서재에 앉으니 책상이 초라해 보였다. 책상을 바꾸기로 한다. 새 책상이 들어오자 이번엔 책꽂이가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닌가. 새 책꽂이, 그다음엔 의자... 결국 서재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런데, 기쁘지 않다!
디드로는 과연 딜레마에서 벗어나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더 나은 삶이 가능할 것인가? 어떻게?
『디드로 딜레마』는 인생의 결정적 요소인 시간ㆍ돈ㆍ행복을 놓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딜레마에 빠진 현대인의 실존과 불만족의 딜레마를 낳는 시간ㆍ돈ㆍ행복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왜 늘 허덕이는지, 시간ㆍ돈ㆍ행복의 본질이 무엇이기에 그러한지, 시간ㆍ돈ㆍ행복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 나아가 최고의 삶을 만드는 시간ㆍ돈ㆍ행복의 황금분할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탐구한다. 고대 철학자로부터 사상가, 심리학자, 거리의 십대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관점과 지식 체계를 넘나드는 저자의 지성이 빛을 발한다.
2. 책의 내용
1) 책의 주요내용 인용
디드로 효과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 Denis Diderot는 부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딸의 결혼 비용 마련을 위해 그는 자신이 소장한 책들을 러시아의 황제 예카트리나 2세에게 팔아야 했다. 다행히 그의 책을 사들인 황제가 파리에 책들을 그냥 두고 디드로에게 관리를 맡겼다. 그를 사서로 두고 매년 꼬박꼬박 월급도 주었다. 수많은 작품을 남긴 디드로가 의지한 친구로는 시인이자 작가인 볼테르, 사상가 장 자크 루소 등이 있다. 그의 에세이 『나의 오래 된 침실 가운과의 이별에 대한 미련 Regrets on Parting with My Old Dressing Gown』은 1770년대에 씌어진 작품이다.
친구에게 진홍색 침실 가운을 선물로 받은 그는 그 때까지 입던 낡고 오래된 가운은 버렸다. 하지만 새 옷을 입고 서재에 앉자 자신의 책상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는 책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새 책상이 들어오자 책꽂이가 영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닌가. 새 책꽂이, 그 다음엔 의자....결국 전혀 새로운 서재로 바뀌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는 전혀 새로운 주변 환경이 낯설었다. '모든 환경이 자신의 우아한 기품에 맞춰야 한다고 강요하는 오만한 진홍 가운....' 작품에는 디드로의 한숨이 담겨 있다.
디드로 효과란 하나의 소비가 다른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는 파급 효과를 의미한다. 그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하면 익숙하지만 낡고 바랜 가구들이 집과 그렇게 안 어울릴 수가 없다. 새 컴퓨터를 사면 프린터를 바꾸고, 그와 함께 소프트웨어도 사야 한다. 멀쩡하게 잘 쓰던 칼과 포크이지만 새로 산 그릇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다음에는 수저도 몇 벌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장만한 예쁜 구두를 신었더니 맞춰 입은 다른 옷이 촌스럽게 느껴진다.
디드로의 딜레마는 학자들이 얘기하는 '어플루엔자' 현상에도 나타난다. 우리는 어디쯤 선을 그어야 하는가? 우리에게 과연 '충분'이란 게 있기는 한 걸까?(pp. 352-353)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일정한 제약을 받으며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시간은 삶을 구성하고 돈은 삶의 수단이다. 돈이 우리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면 시간은 우리의 정신적 욕구를 해결해준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일까? 만약 돈이나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P.11)
어느 순간에 이르면 추가로 생기는 돈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부자는 재산이 늘어날수록 늘어난 재산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특히 '부유한' 축에 끼는 사람들 중 실제 자신을 부유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미국에서 1993년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2만 달러를 버는 사람과 6만 달러를 버는 사람의 행복에는 별 차이가 없다.
이처럼 돈과 행복 사이에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다. 돈이 많아질수록 추가로 들어오는 돈의 효과는 떨어진다는 얘기이다. 정말 목이 탈 때에는 물 한 잔이 너무 달지만, 두 잔 세 잔 마시다보면 만족감이 점점 줄어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일리노이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에드 디너 Ed Diener가 1981년부터 84년까지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가난한 계층에서는 돈과 행복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중간 정도의 계층으로 가면 그런 관계가 사라지고, 최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면 다시 관계가 밀접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한 달에 1만 5,000 달러 이상을 버는 최상위 부자만 여기에 해당된다. (146-147pp.)
행복을 얻는 비결은 가진 것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이며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것들에 대한 욕심을 버릴 줄 아는 자세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행복 자체를 추구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행과 절망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 미시건대학교의 정신의학 및 심리학 교수인 랜돌프 네스의 주장이다. 행복은 실현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개인이 인생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상태의 한 가지가 행복이다.(422p.)
시간과 돈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면 당신의 인생이 행복해진다. 매일 매일을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따금 속도를 늦추고 '현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누려보자. 돈을 허투루 소비하지 않고 잘 관리하면 제일 중요한 곳에 돈을 쓸 수 있다. 시간과 돈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면 진정한 부를 찾을 수 있다.(351p.)
행복은 과정이지 종착역이 아니며, 삶의 방식이지 목표가 아니다. 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삶을 살 때 바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소유가 가치와 의미만큼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423p.)
2) 행복을 위한 14가지 기본 행동
-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1. 적극적으로 바쁘게 살아라. 행복을 주는 일을 해라. 행복한 일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즐겁다.
● 진지하고 차분하기보다는 흥분되고 활동적이다. 하지만 양쪽 다 필요하다.
● 익숙하지 않고 새롭고 참신하다.
● 혼자 하는 일보다는 단체로 하는 활동이다.
2.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라. 목적이 있는 모임이나 단체, 친밀한 관계(가족, 친구, 배우자)는 우리에게 큰 만족과 든든함, 소속감을 준다.
3. 의미 있는 일을 해라.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신중히 하고, 끝까지 자신의 목표와 뜻에 맞는 일을 추구하며, 일과 일 외의 봉사 등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4. 체계가 필요하다. 나태함을 버려라. 일의 발전과 목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간 관리를 잘 하라.
5. 걱정은 그만하라. 걱정하는 시간을 줄이면 행복해진다. 자신의 걱정거리를 매일 적어보자. 아마 근심 대다수가 결국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며, 걱정한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임을 알게 될 것이다. 계획과 걱정은 구분해야 한다. 계획은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6. 기대수준을 낮춰라. 우리가 삶에 얼마나 만족하느냐는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느냐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 실망을 자초하지 말라. 일상의 기대 수준을 적당하게 유지하자.
● 사회의 요구처럼 '성공'이 행복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자.
● 행복해지길 기다리지 말자. 행복은 여정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이다. 행복을 미래로 미뤄두고 기다리는 일은 어리석다.
●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삶의 목표를 세운다.
7.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낙관주의자가 되어라. 중요한 것은 무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자신의 현실 한 가지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상황을 가장 긍정적이고 밝은 시각으로 한 번 생각해보고, 다음에는 가장 부정적인 시각으로 생각해보자. 금방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결과가 올 거라 낙관하면 좋은 결과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낙관론자가 되는 길은 나는 어쨌든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8. 현재 중심적인 사람이 되라. 그날그날 최대한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온전히 주어진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 때 거기'보다는 '지금 여기'에 진짜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9. 건전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 자신을 사랑한다
●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 단점까지 모두 인정한다.
● 자신을 안다 - 자신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 자립심을 기른다 -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리고, 겉보다는 내면을 지향해야 한다.
10.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이 되어라. 작은 변화만으로도 사회생활이 풍부해질 수 있다. 자주 미소를 짓고 타인을 인정해주고 먼저 말을 거는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
11. 당당해져라. 자신을 솔직하고 진실하게 표현하는 데 두려워하지 말자. 분명히 사람들은 '지금 그대로'의 당신을 좋아해줄 것이다.
12. 부정적인 감정이나 문제를 제거해라. 약물중독이나 심각한 우울증은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 불행이 발목을 잡는 한 행복을 위해 노력하기는 힘들다.
13. 친밀한 인간관계가 우선이다. 서로 아껴주는 건전한 관계는 행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가까운 친구, 가족, 특히 배우자나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이다.
14. 행복의 가치를 깨닫자.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더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 자체를 위해 행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알고 섬세하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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