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사람은 사랑을 향해 달리는 기차와 같은 것

나뭇잎숨결 2008. 9. 9. 13:43

사람은 사랑을 향해 달리는 기차와 같은 것
시는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목적지를 향해 떠난 기차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릴 것입니다. 사람은 사랑의 동물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사랑을 향해 달리는 기차와 같은 것 같습니다. 시는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필자는 현대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다음은 필자가 최근에 쓴 시 3편입니다. 

 

▲세미원 의 수련

**편한 사람에게 바치는 시

 

삶을 살다가
우연하게 만난 사람이
잠시 같이 있어도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

몇 시간 함께 있어도
인생이 다 저물도록
잊고 싶지 않은
아쉬운 사람이 있다.

삶을 살다가 피곤하다고 느껴질 때
감동에 젖게 한
그 사람을 생각한다.

사람에게서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오늘 이후, 우연하게, 또
편해지는 사람을 만난다면
고백할 일이 하나 있다.

삐거덕 거리는
시골자갈길 달구지처럼
살아온 내 인생이지만

덜거덩 거리는,

휘날리는, 말도 많은
나의 인생이 있기에
그대를 만날 수 있었다고.

그래서 무한한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 있었다고.

그대와 더불어 무척이나
행복에 젖어, 눈물 글썽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

을 향해 바치는 기도

 

나 스스로
마음이 아플 때도 있었고
살면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지만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었답니다.

마음이 기뻐 산을 옮길 듯한
희열을 맛볼 때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마음은 머릿속에 있나요.
마음은 가슴 속에 있나요.
마음은 손발 속에 있나요.

그 어딘지는 모르지만
내 속에 존재하면서도
내 마음은 나와 늘 함께하면서도
내 마음대로 안되더군요.

아무리 보려고 발버둥쳐도
보이지 않은 내 마음이
당신 곁으로 자꾸 기울어
당신의 고운 마음 곁에
이미 다가 서 있다면 어떨까요?

운무 짙은 바다를 달리는 여객선처럼
자꾸만 달려, 앞이 보이지는 않아도
볼수록 희미해져 있으면서도

내가 모르는 사이
내 마음이 당신 곁에 다가 가 있다면
정박해 있다면
당신의 마음에 이미 내가 빨려가 있다면
이럴 땐 어쩌면 좋을까요?

삶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늘 교통하는 것
그리하여 행복도 기다려지는 것

보이지 않은 내 마음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를 알지 못하듯이
그대 곁에 가 있고자 하는 내 마음이
얼마나 기쁠지

그 기쁨 이후 아픈 마음이
얼마나 파도 되어 밀려올지
난 아직은 잘 모릅니다.

어찌됐든 내 마음이 있듯이
그대에게도 강인한
그대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믿고자 합니다.

서로 다른 마음의 존재로 인해
이 세상이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으면 합니다.

이게, 보이지 않은 내 마음을 향한
일생을 거친
나의 끊임없는 기도랍니다.

 

 

**새벽의 농부

 

구례군 구례읍 봉서리
8월3일 새벽 5시.

여명 속에서
손에 삽을 든 농부가
벼들이 자란 논들을
바라다보고 있다.

매일 아침, 그 시간이면, 그 차림으로
논을 바라다본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벼들이 사랑스럽고
그 논배미를 보면
자신의 분신이 자란 듯 뿌듯하다

농부에겐 크지 않은
소원이 있다.

가을걷이 때 소출이 많아

아들딸과 친지들에게
쌀가마니라도
여유 있게 부쳐주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논농사는
취미생활이 됐다.

“뭘 먹고 사세요“ 물으니
“먹을 쌀이라도 풍부해 굶지는 않잖소”

논을 보며 웃는
농부의 눈에
진실이 넘친다.

비가 오는 오늘 아침

을 들고
바라보는
논의 벼들이 너무 대견스러워

농부의 가슴은
풍요로움으로 넘친다.

매일 아침
들판 길을 4km나 걷는다는
봉서리 농부는 “인생이 다 그런 거지요”
수도승의 달관함처럼
여유 있어 보인다.

땡볕 한여름
순진무구한 벼들은
그에게 대들지 않을 것이고
물을 대주고, 비료를 주며
잡초를 제거해주는
농부에게 순응할 것이다.

논두렁에 한 줄로 자란
콩들도 무성히

하루가 다르게 키가 크는
벼논을 축하 해주는
꽃꽂이처럼 자랑스럽다.

새벽안개는 군대의 장군인양
벼논을 바라보는
농부를 호위했고

벼들은 그의 부하인양
줄맞춰 도열했다.

농부는 여명의 순간에

온통 녹색으로 물든
새벽길을 걸을 때마다
가슴에 희망을 안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어머니 젖가슴처럼 풍만한 오산은
어제도 오늘도
새벽 농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다.

사람에게 있어 희망은
농부에게 있어 새벽이다.

 
2008/09/09 [11:46]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