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그리스의 파르나소스山과 나의 對應

나뭇잎숨결 2021. 12. 12. 10:52
 
 그리스의 파르나소스山과 나의 對應
(달과, 라트무스 山자락에 잠들어 있는 羊치기 靑年 엔디미온의 사랑에 대해서)
 
 - 서정주
 
 
 
 


라트무스 山자락의 羊치기 靑年 엔디미온을

 

달의 女神 씨레네가 사랑해

 

그가 밤에 잠들어 있으면

 

그 머리맡에 다가와서

 

그 눈뚜껑과 입술에 입을 맞추고

 

또 맞추고, 맞추고,

 

그러다간 그 자는 얼굴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드디어

 

그녀의 아버지인 神長 제우스에게 졸라

 

그 엔디미온을 항시 잠들어 있는 神으로 만들고,

 

그녀는 밤마다 그 자는 얼굴에 입을 맞추러

 

하늘에 떠온다는 그리스의 그 이야기가

 

 

 

 

 

그리스가 만든 이야기 중에서는

 

평화해서 제일 좋아 보인다고,

 

잔인한 창칼에 찔려 흐르는

 

불쌍한 피가 안 보여서 좋다고,

 

내가 그리스의 詩의 山 파르나소스 보고 말했더니

 

그 山의 主神 푀부스 아폴로는

 

나를 그만 깡그리 무시해서 그러는지

 

아니면 얼떨떨 잘 들리지 않아 그러는지

 

그의 舊式 기타 뤼라만을 둥둥거리고 있었고,

 

그의 졸개 아홉 명의 詩神 중에는

 

내게 반가운 얼굴을 보이는 자도 있긴 있었으나

 

그들의 그 너무나도 고혹적인 살의 아름다움 때문에

 

거기 묻혀 그 소리는

 

내게는 또 잘 들리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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