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그대에게 가기 위하여 / 김정란

나뭇잎숨결 2007. 2. 5. 21:46

 

 

 

 

 

그대에게 가기 위하여 / 김정란



나의 詩는 途上에 있습니다. 나는 아주 서투른 사인밖에 던질 줄 모르지만,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어떤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돌이거나 풀이거나 흔들리는 물바가지이거나 떡갈나무에 매인 노란 리본이거나, 그들은 한결같이 게으르고, 한결같이 풀이 죽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허둥댑니다. 작은 나의 마음을 詩行마다 박아두고, 당신이 조금이라도 문을 열면 얼른 그곳에 물결을 일으키리라고 매복하여 기다리며. 오 우리가 함께 길의 '끝'에 대한 예감을 가지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던가요. 그때 우리의 정신과 정신을 잡아 뒤흔들던 눈물. 눈물로 하늘을 얻을 수는 없을지라도 그것으로 우리는 마음으로 가는〔耕〕세상의 밭을 얻습니다.

돌이거나 풀이거나 흔들리는 물바가지이거나 떡갈나무에 매인 노란 리본이거나 한 나의 詩는 당신을 꿈꿉니다. 당신에게 가는 것이 나의 궁극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세상은 겨울입니다. 그러나 얼어붙은 겨울의 연못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갇혀서 소외된 힘들이 참을 수 없는 갈증의 힘으로 버석이며 무한의 날개를 단 가슴을 하늘로 쳐올려내보는 것을. 장관이 아닙니까.

세상에서 나는 헤매며 시를 쓰고, 그리고 당신을 꿈꿉니다. 나는 조금씩만 움직입니다. 어느 날 당신 영혼을 나꿔채어 이 얼어붙은 땅을 떠나게 될때까지, 시방 내가 택하는 형식을 찬찬히 훑어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다려주실 테지요. 내 어눌한 말의 변신을? 그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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