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무늬 / 고재종

나뭇잎숨결 2024. 3. 31. 14:06

 

 

무늬

고재종

나뭇잎 그늘이 일렁일렁

오솔길을 쓸고

오솔길에 무늬를 짠다

나뭇잎 그늘 없는

나뭇잎이 어디에 있는가

나뭇잎 그늘에

누워 마음의 상처를

쓸지만 상처 없이는

생의 무늬를 짜지못한다

아. 사랑의 그늘은

나를 이윽하게 하지

이윽함 없는 봄날은

찬란히 갔지

나뭇잎 그늘이 일렁일렁

내 생의 이정(里程)을 쓸고

그 이정의 무늬를 밟으며

나는 이제 막 중생의

하루를 통과하는데

시방 눈앞에 일렁이는 게

나뭇잎인가 그 그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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