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데카르트의 심리철학에 관한 연구

나뭇잎숨결 2023. 8. 26. 08:47
데카르트의 심리철학에 관한 연구




박 상 욱


  Ⅰ  서론


  심리철학은 정신과 육체의 관계를 다루는 문제이다. 정신과 육체는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 양자는 서로 결합되어 있는가, 아니면 서로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가? 양자는 인과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가, 아니면 양자간의 직접적인 작용은 불가능한가?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정신과 육체라는 문제에서 어떠한 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정하는가에 의해서 당신은 유물론자가 될 수도 있고 이원론자가 될 수도 있다. 유물론이든 이원론이든 자신들의 생각이 논증으로서 타당성을 가질려면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유물론1)자들이 신경생리학, 뇌과학, 인지과학등에서 철학적 근거를 찾아가는 것에 비해 아직까지 이원론자들의 근거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원론이 데카르트 철학에서 정신과 육체에 대한 이원론의 근거를 호소하고 있다라는 사실이 필자에게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라는 두 실체에 대한 이원론은 그의 신 존재 증명과 더불어 무수히 많은 비판과 공격을 받아왔다. 심하게 말해서 철학사에서 "왕따"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왜? 이원론의 철학적 근거로써 뿌리 내리고 있으며, 그의 심리철학의 난점들을 어떻게 극복해야지만 이원론이 철학적 근거로써 더욱 견고해 질 수 있는가를 알아본다는 점에서 데카르트의 심리철학에 대한 연구는 전자와 후자의 점에서 모두 의미있는 작업이다.  
 필자는 데카르트의 심리철학이 미약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왜? 중요한가에 대한 물음의식을 가지고 앞으로의 글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따라서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라는 두 실체 개념을 탐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심리철학의 이원론으로 나아가고자한다.
 필자의 관심이 심리철학영역이기 때문에 논문의 주제를 잡은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수업의 연장으로서 원전에 충실한 작업을 통하여 철학사를 보는 안목을 키울려고 하는 예비적인 고찰이 필자의 소박한 생각이다.
 필자의 전략은 이렇다. Ⅱ장에서는 <성찰>에 나타난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의 두 실체에 대한 대략적 위치를 살펴봄으로써 데카르트 심리철학이 가지는 몇 가지 난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Ⅲ장에서는 현대심리철학에서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그의 심신이론이 가지는 난점을 처칠랜드와 김재권의 책으로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Ⅱ  정신과 육체


  데카르트는 제 2 성찰(인간 정신의 본성에 관하여)과 제 6 성찰(물질적 사물의 현존 및 정신과 물체의 실재적 상이성에 관하여)에서 정신과 육체에 대해서 집약적으로 언급한다.2)  제 2 성찰에서 정신은 자기 고유의 자유를 사용하여 그 현존이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지만, 자기 자신이 현존하지 않을 수 없음을 언급한다. 정신은 자신에게 속하는 것이므로 육체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정신과 육체는 상이한 실체라고 명석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모두 실제로 서로 구별되는 실체라는 것이다.3)
 데카르트는 제 6성찰에서 육체는 나누어질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정신은 나누어 질 수 없는 것으로 설명한다. 또한 정신은 육체와 실재적으로 구별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정신과 육체는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데카르트에게서 정신과 육체는 서로 다른 종류의 실체들이지만 밀접한 인과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데카르트는 마음과 몸이 직접적으로 인과적인 상호 작용을 하는 특정한 장소가 사람의 몸 안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정신과 육체가 분명히 구분되고, 정신이 육체보다 더 잘 알려진다는 것4)이 <성찰>에 나타난 데카르트의 심리철학이다.  


  나아가 자연은 고통, 허기 갈증 등과 같은 감각을 통해 내가 선원이 배 안에 있는 것처럼 그저 내가 내 신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체와 아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고, 거의 혼합되어 있어서 오히려 신체와 일체를 이루고 있음을 가르쳐 주고 있다..... 왜냐하면 갈증, 허기, 고통, 등과 같은 감각은 정신과 신체의 결합 및 혼합에 의해 생기는 애매한 사유 양태와 다름아님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적 지각 가운데 어떤 것은 나이게 유쾌하지만 또 어떤 것은 유쾌하지 않기에, 주변에 있는 물체로부터 내 신체, 아니 정신과 신체의 합성체로서의 내 전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롭거나 이롭지 않는 영향을 받는 것도 확실하다.5)


  데카르트는 인간에 있어 정신과 신체(육체)의 존재 방식을 선원과 배의 관계로 설명한 플라톤의 입장을 거부하고, 정신과 육체과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육체는 아주 밀접하게 결합(Conjunctum)되어 있고, 거의 혼합(quasi pemix-tum)되어 있으며, 일체(unum)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6) 제 6성찰에서 데카르트는 배고픔과 목마름, 고통등의 심적상태를 정신과 육체의 결합과 혼합이라고 생각하였다. 결합과 혼합이라는 것은 정신과 육체가 분명히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내가 깨달은 것은, 정신은 신체의 모든 부분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뇌로부터, 혹은 아마 뇌의 아주 작은 부분, 즉 공통 감각이 들어있는 뇌 부분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다.7)


  데카르트에게서 영혼의 주된 자리는 두뇌 안에 있다. 지성이나 상상력뿐만 아니라 감각까지도 모두 오직 두뇌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데카르트에게서 외부의 감각 기관과 두뇌 사이를 잇는 신경 조직이 끊어지면 어떤 감각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두뇌안에서 감각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감각을 지니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들어 전쟁터에서 병사가 다리의 포탄을 맞아 그의 다리를 불행하게도 잘라내었다고 상상해 보자. 이상하게 들리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다리에 통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지금 현재 감각을 느끼고 있는 부분에서 두뇌로 이어져 있는 신경 조직이 정상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와 똑같은 방식으로 자극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가정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각은 분명 두뇌와 연관되어있다. 정신과 육체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있다. 그러나 정신과 육체는 서로 다르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두뇌 안에서는 홀로 정신(영혼)이 존재할 수 있다. 육체적인 감각이 없어도 우리가 감각적 자극과 똑같은 심적상태가 가능하다. 데카르트는 우리의 영혼은 육체의 각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사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두뇌에 영향을 미치는 그러한 사물들을 감각한다라고 말한다.


  이런 것을 고찰하면서 내가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정신과 신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즉 물체는 본성상 언제나 가분적인데 비해, 정신은 전적으로 불가분적이다. 실제로 내가 정신을, 오직 사유하는 것인 한에서의 나 자신을 살펴보면, 나는 이때 그 어떤 부분도 구별해 낼 수 없으며, 오히려 나를 완전히 하나이자 통한된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정신 전체가 신체 전체와 결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발이나 팔, 그 밖에 다른 신체 부분을 잘라 냈다고 해서 정신으로부터 어떤 것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의지 능력, 감각능력, 이해 능력 등이 정신의 부분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하나의 동일한 정신이 의지하고, 감각하고,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한가지 만으르도 정신은 신체와 완전히 다른 것임이 충분히 드러난다고 말할 수 있다.8)


  데카르트는 제 6 성찰에서 정신과 육체의 상이성과 불가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카르트에게서 정신은 육체와 분리되고 구분되며, 육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데카르트에게서는 정신과 육체는 본질적으로 다른 두 실체이다. 정신은 연장(延長)되지 않은 사고하는 실체이고, 육체는 사고(思考)하지 않는 연장된 실체이며, 각각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정신을 육체로 또는 육체를 정신으로 환원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우리가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 두 가지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정신과 육체는 밀접히 결합되어 존재하지만, 근본적으로 환원이 불가능한 다른 종류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일반적으로 이원론이라고 부른다.  
  
  육체와 정신 사이의 관계에 대한 데카르트의 가장 완전한 설명은 <정념론>에서 등장한다. 정념론에서 데카르트는 "비록 영혼이 전체 육체와 연결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영혼 안에는 다른 모든 부분보다도 자신의 기능을 더욱 특별하게 발휘하는 어떤 부분이 있다.", "두뇌의 각 부분 중 가장 안쪽에 들어 있으며" 왼쪽과 오른쪽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은 유일한 기관이 송과선(pineal gland)이다. 송과선은 두뇌의 중앙, 동물적 정신이 두뇌와 이어지는 부분이 파이프처럼 생긴 신경을 통해서 매달려 있다. 이것은 근육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한편 양쪽, 바깥쪽으로 흐르는 동물적 정신의 방향에 맞추어 감각적 자극을 받아 움직인다.9)  


  데카르트는 이미 <성찰>에서 정신과 육체가 서로 다른 두 실체로서 분리됨에도 불구하고  두 실체가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을 말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그의 심신이론에 대한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정념론>을 집필하였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뇌 안에 영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뇌는 육체적인 것이고 육체적인 것 안에 비육체적인 정신(영혼)이 존재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가에 대한 난점을 풀기위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송과선이다. 즉 송과선이라는 것을 등장시켜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인과적으로 관계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Ⅲ  데카르트의 이원론


  마음에 대한 이원론적 접근법은 매우 다른 몇 가지 이론들을 포괄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원론은 인간의 지적인 능력의 본성은 비물질적인 어떤 것, 즉 물리학, 신경 생리학, 컴퓨터 과학과 같은 학문의 범위를 넘어서 있는 것이란 점에 동의한다.10) 이원론은 보통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마음에 대한 견해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죽으면 영혼이 따로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이원론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신앙의 뿌리이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정신과 물체(육체)을 모두 실체로 하는 것이다. 정신은 사유하고 연장이 없는 실체요, 물체는 사유하지 않고 연장을 가진 실체이다. 인간은 정신과 물체의 어떤 결합이며, 따라서 두 실체인 것이다. 두 실체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결코 둘은 하나가 될 수 없다.


  Ⅲ-1  실체 이원론11)


  마음은 하나의 비물질적인 대상이다. 마음은 육체의 의존하지 않는 개별적인 비물질적 실체이다. 이러한 비물질적인 실체에 의해서 우리의 심리상태는 설명될 수 있다.  
 실체 이원론자들의 생각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비물질적인 실체인 마음에 대해서 규정 지울 수 있는 가에 대해서 물의면 어떠한 점에서 회의적인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흔히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성경에 호소한다거나 그냥 단순한 믿음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실체 이원론자들이 자신들의 합리적인 설명을 위해서 데카르트를 끌어들인다. 데카르트는 일반적으로 합리론의 계보에 속하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데카르트에 관해 쓰여지는 글은 명석 판명한 인식에 근거한 직관과 연역의 방법에 의해 구축되는 그의 학문론을 다루리라고 예상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그의 철학은 명석 판명한 직관과 연역에 근거하여 정신과 육체를 구별하여 순수하게 비물질적인 사유와 순수하게 물질적인 연장으로 구성되는 이원론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이원론자들에게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철학적 근거가 됨은 분명한 일이다.   
  당신이란 존재의 참된 모습은 당신의 육체가 아니라 비공간적이며, 사유하는 실체 즉 당신의 육체와는 사뭇 다른 개별적 단위의 마음이란 실체이다. 이 비물질적인 마음은 당신의 신체와 체계적으로 인과적 상관 관계를 갖는다.12) 우리의 신체 감각 기관들의 물리적 상태는 당신 마음의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경험을 야기한다. 또한 우리의 비물질적인 마음이 바라는 것들과 결정한 것들은 그런 목적을 달성하게끔 행동하도록 육체에 인과적 영향을 가한다. 우리의 육체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인 이유는 그것이 당신 마음에 대해 가지게 되는 인과적 연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직접적인 내성13)만 가지고 그 자신은 본질적으로 사유하는 실체일 뿐이며 그 밖의 어떤 것도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순수히 물리적인 체계가 정상적인 사람처럼 제대로 된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하거나 수학적 연산을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간의 심적상태를 두뇌상태와 동일하다고 보는 유물론적 견해는 데카르트에게서 찾아 볼 수 없다. 데카르트는 비물질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우월하다는 견해를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비물질적인 영혼은 육체가 죽은 후에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영혼을 믿는 다는 점에서 이원론은 우리의 마음에 대한 견해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이다.  
  
  Ⅲ-2  데카르트의 상호 작용론14)


  데카르트는 심신 상호 작용론을 주장하였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는 접촉점을 가지고 있다. 뇌의 아래 쪽에 붙은 송과선(松科腺)이라는 조그마한 기관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의 몸에 부딪힌 물리적 자극은 신경 계통을 통하여 송과선에 도달하고, 송과선에 도달한 자극은 마음속에 감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의지의 작용과 결정은 송과선 내부의 운동을 다시 조정하여, 정신에 기원을 둔 영향력이 송과선을 기점으로 삼고 전신으로 전달되고 마침내는 외부 세계에까지 미친다. 이와 같이 하여 몸은 마음에 영향을 주고 마음은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일 어떤 동물이 우리에게 달려드는 것을 본다면 그 동물의 육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의 두 눈을 통해서 들어와 두 개의 상을 형성하고, 이 두 개의 상이 서로 다른 두개의 시신경을 통해서 여러 개의 구멍이 나 있는 두뇌의 내측 표면에 닿게 된다. 그러면 동물적 정신이 이 구멍을 가득 채우고 되고, 이 상들은 동물적 정신이 둘러싸고 있는 가느다란 선에 이어진다. 그러면 이런 상 가운데 하나를 형성하는 운동이 일어나 그 선의 한 점에 도달하며, 또 다른 상도 마찬가지로 같은 점에 도달한다. 그리하여 이 동물의 어떤 한 부분을 나타내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두뇌 안에서 두 개의 상이 그 선을 통해서 하나의 상으로 형성되며, 이는 직접적으로 우리의 영혼으로 연결되고 우리가 이 동물의 형태를 볼 수 있게 된다.15)


  데카르트의 송과선은 정신과 육체의 인과적인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증거이다. 송과선 주위에 있는 동물 정기들에서 교란이 발생하면 송과선이 움직이게 되고, 이로 인하여 마음이 적합한 감각과 지각들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정념론>에서 데카르트는 송과선이 마음과 몸의 직접적인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영혼의 자리"라고 보았다. 이 송과선은 영혼에 의해서 직접 움직여질 수 있고, 그 움직임은 "동물의 정기들"을 움직여서 몸의 적절한 부위로 인과적인 영향을 전달한다. "영혼의 활동은, 영혼이 무엇인가를 의도함으로써 그것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그 작은 선이 이 욕구에 상응하는 결과를 산출할 수 있도록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에 있다." 데카르트의 송과선은 두 실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원론자들은 정신과 육체를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것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데카르트도 마찬가지로 육체의 감각적 지각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인간의 대부분의 심적상태가 감각적 지각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난점에 대해서 데카르트는 송과선으로 정신과 육체를 연결하였다.
  이원론자들은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지만 감각적 지각에 대한 우리의 심적 상태를 설명해내고 싶어한다. 이러한 난점에 데카르트의 송과선에 대한 생각은 그들에게 좋은 도구가 되었음에 분명하다.  


  Ⅳ  데카르트 심리철학의 난점들


  계속해서 말해온 데카르트의 심신이론을 다시 한번 요약해 보자.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정신과 물체(육체)을 모두 실체로 하는 것이다. 정신은 사유하고 연장이 없는 실체요, 물체는 사유하지 않고 연장을 가진 실체이다. 인간은 정신과 물체의 어떤 결합이며, 따라서 두 실체인 것이다. 두 실체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결코 둘은 하나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심신이론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영혼과 신체가 분리되면서 동시에 결합해 있다는 것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이론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영혼과 신체는 서로 다른 두 실체이므로 존재하기 위해서 자신 이외의 다른 사물에 의존해서는 안 되는데, 실체로서의 영혼과 신체가 결합된다는 것은 서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할 경우 영혼과 신체가 더 이상 실체일 수 없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의 육체에서의 기계론적인 사건과 영혼에서의 정신적 사건의 연결은 데카르트가 우리에게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데카르트는 <철학의 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록 인간의 영혼이 육체 전체에 어떤 형상을 부여하였다 할지라도 영혼의 주된 자리는 바로 우리의 두뇌 안에 있다. 지성이나 상상력뿐만 아니라 감각까지도 모두 오직 두뇌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우리의 영혼은 육체의 각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사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두뇌에 영향을 미치는 그러한 사물들을 감각한다."고 결론짓는다.16)


  이러한 데카르트의 생각은 인간의 감각 작용에서 두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지만 두뇌가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감각 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는 것은 불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데카르트는 우리에게 영혼과 육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지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원리에서 볼 때 어떻게 비연장적이고 사고하는 실체가 연장적이며 사고하지 않는 실체 안에 감각을 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가장 설명하기 힘든 문제이다. 두 종류의 실체의 속성들은 각각의 실체 내에서 다양한 범주들을 차지하고 있는 듯이 보이므로 서로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끊임없이 두 실체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하여 인과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정념론의 송과선에 대한 데카르트의 생각도 기본적으로 철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생리학적인 견해를 끌어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신과 육체 사이의 상호 작용이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영혼과 송과선 사이의 상호 작용도 영혼과 육체 사이의 상호 작용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어떤 것을 보는 실제적 행위자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영혼이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은 시각의 실제적 대상은 육체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단지 송과선의 양식일 뿐이라는 주장을 낳는다. 데카르트의 대안인 송과선은 두 실체가 송과선에서 접촉을 하며 그곳에서 정신은 유기체에 미세한 충격을 가하여 신경을 자극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육체적 움직임을 유발시키는 것인데 이때 미세한 육체적 자극이 정신에 전달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 해결책은 기계만이 기계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과 정신이 실제로 연장되지 않았다면 기계가 행하는 어떠한 것도 정신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유지될 수 없게 된 것이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육체의 상호 작용을 설명해야 되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쓸 수 밖에 없었다.17) 그러나 이것보다 더 좋은 상호 작용에 관한 설명이 발견될 수 없다면 상호 작용의 사실은 실제로 데카르트가 채택하는 극단적인 이원론에 반대하는 결정적 논증이 될 것이다.
  인간이 두 개의 다른 실체 하나는 연장되어 있으나 사고하지 않는 실체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하지만 연장되지 않는 실체이다가 결합된 것이라면 그리고 데카르트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만일 두 실체가 상호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정신에서 진행되어 것이 어떻게 육체적 움직임을 야기시 킬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육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정신에서 일어나는 것이 되는가? 이 문제는 데카르트가 두 실체를 서로 다른 근본적인 성질을 확실하게 배제하는 것이라고 특정지었기 때문에 특히 심각한 것이다.
데카르트 심신 이론의 난점은 물질이 와 전적으로 다르다면 아무런 크기도 갖지 않고 아무런 모양도 갖지 않고 공간상의 위치도 갖지 않을 정도로 다른 것이라면 어떻게 내 마음이 나의 육체에 대해 인과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라는 난점이 발생한다.  


  데카르트의 비물질적이고 사유하는 실체는 적극적인 증거로써 심리철학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생각은 또 다른 점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 형태의 이원론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


  Ⅴ  결론


  앞에서 제시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에 대한 생각을 토대로 현대 심리철학자들이 설명하고 있는 그의 이원론을 살펴보았다.
 데카르트에게서 나타난 심리철학의 난점들은 크게는 현대의 이원론이 안고 있는 난점과 같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이 글에서 데카르트 심리철학의 난점만을 제시하고 그 해결점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이원론을 옹호하는 논증은 피하고 싶은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데카르트 심리철학의 난점들을 디펜스 하기 위해서 충실한 데카르트 주석가인 커리가 자신의 책18)에서 답하고 있다. 하지만 커리의 난해한 설명과 책 번역의 불합실성 때문이였을까 필자는 포기하고 말았다.
  심리철학을 하면서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데카르트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심신이론은 이원론의 뿌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그를 비판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도 계속되었다.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에 대한 두 실체구분은 분명히 난점이 있다. 데카르트를 유물론자라고 해서 무작정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원론자들은 그들이 지지하는 합당한 근거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데카르트의 난점들은 꼭 풀어내야만 한다.     
  필자는 현대심리철학에서 발생하는 많은 난점들을 대변하기에는 아직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필자가 시도할려고 했던 노력은 원전에 충실한 예비적인 작업인 것이다. 그 작업의 출발점에서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철학자의 작품을 통하여 그를 만나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학기수업은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왜냐하면 정신과 육체에 대한 데카르트의 생각을 <성찰>을 통해서 직접 살펴봄으로써 힘들었지만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가장 소중한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원전에 소홀했던 나에게 새로운 길을 안내해준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끝내겠다.


  
























<참고 문헌>




1. 「성찰 - 자연의 빛에 의한 진리탐구 프로그램에 대한 주석」, Re. Descrates 著, 이현복 驛, 문예 出


2. 「데카르트와 회의주의」E.M 커리 著, 문석학 驛, 고려원 出


3. 「데카르트의 철학」Anthony Kenny 著, 김성호 驛, 서광사 出


4. 「근대철학사」R. 샤하트 著, 정영기, 최희봉 驛, 서광사 出


5. 「물질과 의식」P.M 처칠랜드 著, 석봉래 驛, 서광사 出


6. 「심리철학」김재권 著, 하종호, 김선희 驛, 철학과 현실사 出




1)  필자가 말하고 있는 유물론은 환원적 유물론이다. 환원론적 유물론은 우리의 심리상태가 두뇌와 신경계의 상태와 과정이 어떤 유형이나 수정으로 동일하다라고 말하면서 이론적으로 환원될 수 있는 사례에 한해서만 성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현대과학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두뇌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언제가 모두 밝혀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2) 「데카르트와 회의주의」 E.M커리, 문성학 역, 고려원 출, 263p 7-8
3)   데카르트의 실체의 개념은 다른 것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현존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실체는 오직 신뿐이다. 그러나 신의 협력 혹은 신의 창조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정신과 물체가 실체라고 불릴 수 있는 까닭은, 정신은 물체의 도움 없이, 물체는 정신의 도움 없이 스스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정신과 물체는 유한한 실체로 간주된다. 이현복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의 주해 참조
4)  데카르트는 사유하는 것은 정신, 영혼, 지성, 이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유하는 것은 실체이다. 실체는 정신을 말하는 것이고  비물질적인 것이다. 비물질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 보다 휠씬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정신이 육체보다 더 잘알려진다.   
5) 같은 책,  이현복 역, 문예 출, p112-113
6)  같은 책,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주해, 162각주인용
7)  같은 책,  118p, 2-4
8)  같은 책, p117, 10-25
9) 「심리철학」김재권, 철학과 현실사 출, 226p, 1-4
10)  「물질과 의식」P.M 처칠랜드, 석봉래 역, 서광사 출, 26p, 2-4
11)  처칠랜드는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의 생각을 실체이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2)  같은 책, 27p, 16-19
13)  내성이란? 다름 사람의 심리적 생활 상태의 불투명함과 분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은 우리 자신의 심리적 생활 상태의 투명성이다. 우리들 각각은 자기(內省) 의식적이다. 「물질과 의식」처칠랜드의 견해 참조.
14)  김재권은 데카르트의 심신이론에 대해서 심신 상호작용론으로 설명한다.
15) 「데카르트의 철학」 Anthiny Kenny, 김성호 역, 서광사 출, p241-242, <정념론> 재인용
16)  같은 책, 239-240p, 요약
17) 「근대철학사」, R. 샤하트,  데카르트 정신과 육체, 39p, 22-28
18)  커리는 「데카르트와 회의주의」에서 제7장 <심리철학>에서 데카르트 심신이론의 난점들에대해서 모두 답할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