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 이어령

나뭇잎숨결 2022. 4. 7. 15:31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 이어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
운율은 출렁이는 파도에서 배우고
음조의 변화는 저 썰물과 밀물을 닮아야 한다.


작은 물방울의 진동이 파도가 되고
파도의 융기가 바다 전체의 해류가 되는
신비하고 무한한 연속성이여.
시의 언어들을 여름바다처럼 늘 움직이게 하라.
시인의 언어는 늪처럼 썩는 물이 아니다.
소금기가 많은 바닷물은 부패하지 않지만
늘 목마른 갈증의 물
때로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갈증을 견디며
무거운 짐을 쉽게 나르는 짐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