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울릉도/유치환

나뭇잎숨결 2022. 2. 15. 17:17

울릉도

유치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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