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것들 / 박정대
나의 쓸쓸함엔 기원이 없다/ 너의 얼굴을 만지면 손에 하나 가득 가을이 만져지다 부서진다/ 쉽게 부서지는 사랑을 생이라고 부를 수 없어/ 나는 사랑보다 먼저 생보다 먼저 쓸쓸해진다/ 적막한, 적막해서/ 아득한 시간을 밟고 가는 너의 가녀린 그림자를 본다/ 네 그림자 속에는 어두워져가는 내 저녁의 생각이 담겨 있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나는 끝내 사랑할 수가 없어/ 네 생각 속으로 함박눈이 내릴 때/ 나는 생의 안쪽에서 하염없이 그것을 바라만 볼 뿐/ 네 생각 속에서 어두워져가는 내 저녁의 생각 속에는 사랑이 없다/ 그리하여 나의 쓸쓸함엔 아무런 기원이 없다/ 기원이 없이 쓸쓸하다/ 기원이 없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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