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자명한 산책/황인숙

나뭇잎숨결 2021. 11. 20. 09:57

 

자명한 산책

황인숙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금빛 낙엽들
햇살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도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 속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데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낙엽더미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

보도블록과 나 사이에서
자명하고도 자명할 뿐인 금빛 낙엽들

나는 자명함을
퍽! 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하다.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를 위하여/황인숙  (0) 2021.11.20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황인숙  (0) 2021.11.20
남산, 11월/황인숙  (0) 2021.11.20
칼로 사과를 먹다/황인숙  (0) 2021.11.20
생활의 발견/황인숙  (0)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