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 날
목필균
세월은 내게 묻는다
사랑을 믿느냐고
뜨거웠던 커피가 담긴 찻잔처럼
뜨거웠던 기억이 담긴 내게 묻는다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렌지 위에 찻물로 끓는 밤
빗소리는 어둠을 더 짙게 덮고 있다
창 밖에 서성이는 가을이 묻는다
지난 여름을 믿느냐고
김삿갓 계곡을 따라가던 물봉숭아
꽃잎새 지금쯤 다 졌을텐데
식어진 사랑도
지난 여름도
묻는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기울어진 가을 밤
부질없는 그리움이
째각째각 초침소리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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