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복효근

나뭇잎숨결 2021. 10. 9. 11:09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복효근

 

건기가 닥쳐오자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 섰다 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 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누우떼는 강을 다 건넌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누우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언젠가 다시 강을 건널 때 그중 몇 마리는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의 아가리 쪽으로 발을 옮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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