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바다 / 이성복​

나뭇잎숨결 2021. 9. 18. 10:18

바다 / 이성복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눈앞을 가린 소나무숲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 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거품 입에 물고

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지고 무너지면서도 내게 손 흔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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