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구름에서 영원까지/이제니

나뭇잎숨결 2021. 9. 11. 13:38

구름에서 영원까지

 

- 이제니

 

고양이는 구름을 훔쳤다. 슬픔이 그들을 가깝게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너의 이름뿐이다. 한때의 기억이 구름으로 흘러갔다. 흔들리는 노래 속에서 말없이 걸었다. 침묵은 발자국소리로 다가왔다. 돌의 심장에 귀를 기울였다.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의 저편에서 날아오는 것, 시간의 저편으로 달아나는 것.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어둠은 빛을 발하며 들판으로 모여 들었다.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영원에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한때의 구름이 기억으로 흩어졌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검은 조약돌.나는 네게 주었던 것은 하얀 모래알. 바다는 오늘도 그 자리에 없었다. 물결이 너를 데려갔다. 어둠이 너를 몰고 갔다. 휘파람을 불면 바람을 데려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너의이름은 나와 돌 사이에 있었다. 나의 이름은 너와 물 사이에 있었다. 구름은 물과 돌 사이에 있었다. 돌의 얼굴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돌의 마음은 주머니 속에 놓여 있었다. 주머니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너의 목소리. 바닥으로 번져나가며 너의 목소리. 물결은 왔다가 갔다. 울음은 갔다가 왔다. 바람은 돌이킬 수 없었다. 고양이는 노래를 훔쳤다.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희망이 그들을 멀어지게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의 이름뿐이다. 나의 이름 위에 너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너의 이름 위에 돌의 마음을 올려 두었다. 발자국소리는 침묵 뒤에 다가왔다. 노래를 부르면서 말없이 흔들렸다. 빛은 어둠을 감추며 언덕으로 달려갔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돌의 마음. 네가 내게 주었던 것은 검은 조약돌. 너는 너의 이름을 바꾸었다. 나는나의 이름을 감추었다. 우리의 이름 위로 우리의 그림자가 흘러갔다. 구름이 나를 나무랐다. 나무가 바람을 뒤덮었다. 물결이 너를 데려갔다. 물결 뒤에는 조약돌만 남았다. 약속은 남은 사람 혼자 간직했다. 바람은 구름 뒤로 사라졌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영원을 보았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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