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순교자 성월
순교자 성월 기도(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 이땅의 모든 순교자여,
당신들은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굳은 신앙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과 교회를 위하여 피를 흘리셨나이다.
● 저희는 현세에서 악의 세력과 치열하게 싸우며 당신들이 거두신 승리의 영광을 노래하고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찬양하오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위대하신 순교자들이여, 천상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와 함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어
하느님의 자비를 얻어 주소서.
● 지금도 어둠의 세력이 교회를 박해하고 있사오니 하느님께서 전능하신 팔로 교회를 붙들어 보호하시며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지역에까지 널리 펴시도록 빌어 주소서.
○ 용감하신 순교자들이여, 특별히 청하오니 우리나라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 당신들은 이 땅에서 많은 고난을 겪으며 사시다가 목숨까지 바치셨으니
○ 전능하신 하느님께 빌어 주시어 교회를 이 땅에서 날로 자라게 하시며 사제와 수도자를 많이 나게 하시고
● 신자들이 주님의 계명을 잘 지키고 냉담 교우들은 다시 열심해지며 갈린 형제들은 같은 믿음으로 하나 되고 비신자들은 참신앙으로 하느님을 알아 천지의 창조주 인류의 구세주를 찾아오게 하소서.
○ 참으로 영광스러운 순교자들이여, 저희도 그 영광을 생각하며 기뻐하나이다. 간절히 청하오니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 빌어 주시어 저희와 친척과 은인들에게 필요한 은혜를 얻어 주소서.
● 또한 저희가 죽을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한결같이 믿어 증언하며 비록 피는 흘리지 못할지라도 주님의 은총을 입어 선종하게 하소서.
○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기사1] 17세 소년 이민식 빈첸시오의 신심
-이정훈 필립보 네리(가톨릭평화신신문취재부 기자) 2021.08.22 발행
뙤약볕 내리쬐던 7월 어느 날. ‘윙~’하는 잔디 깎는 기계가 미리내성지 한복판 잔디밭을 다듬으며 풀 내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드넓은 성지를 가로질러 당도한 작은 경당 앞. 성 김대건 신부와 어머니 고 우르술라가 모셔진 묘소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런데 바로 옆, 또 다른 이의 묘가 눈에 들어온다. 김대건 신부가 새남터에서 처형당하고 40일 만에 시신를 수습해 홀로 이곳 미리내까지 옮겨온 이민식(빈첸시오, 1808~1921)의 묘이다.
이 빈첸시오는 김대건 신부의 복사를 서며 사제를 꿈꾸던 17세 소년이었다. 그는 ‘나도 김대건 신부님과 같은 사제가 되어야지’ 하며 그를 따랐을 것이다. 그러다 1846년 9월 16일 김대건 신부가 새남터에서 순교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그는 머리와 몸이 토막 난 채 새남터 모래사장에 가매장된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40일 만에 수습한다. 그곳을 감시하던 포졸들의 동태를 한 달 넘게 살핀 것이다.
때는 10월 중순. 기골이 좋았던 이민식은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이불깃에 둘둘 싸맨 뒤 지게에 올렸다. 그렇게 새남터에서 산과 고개를 넘어 미리내까지 150리(60㎞)를 닷새 만에 당도한다. 혹여나 포졸들에 발각될까 밤에만 몰래 거친 숲길을 걸었다. 그 먼 길 동안 존경했던 사제의 무거운 유해를 등에 짊어진 마음은 어땠을까. 순교한 지 한 달이 넘은 사제의 유해는 적잖이 부패가 진행되고 있을 터였지만, 덩굴과 콩밭에 유해를 잘 숨겨 미리내에 도착한다. 그의 묘소 앞에서 존경하는 사제의 주검을 업고 먼 길을 숨어 걸어야 했던 한 평신도의 마음을 떠올렸다.
이 빈첸시오는 김대건 신부뿐만 아니라, 고 우르술라와 페레올 주교 유해도 거두어 거룩히 모셨다. 훗날 그는 재산을 모두 교회에 봉헌하고 92세에 선종했다. 올해는 이 빈첸시오의 선종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평신도들이야말로 수많은 성인과 순교자를 등에 업은 나귀들이 아닐까.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성인 사제를 부모 모시듯 정성스레 수습해 안장한 신앙 선조의 마음도 묵상하면 좋겠다. ⓒ 가톨릭평화신문
[기사2]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정순택 주교)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례로 함께하는 희년의 기쁨, 9월愛 동행’ 행사를 연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에 진행하는 올해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순례를 통해 축복을 받고, 희년의 기쁨을 나누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순교자 성월을 여는 미사는 9월 1일 오전 10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거행된다. 가톨릭평화방송(CPBC) 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아울러 교구 내 성지와 순례지 성당에서도 이날 오전 순교자 성월을 여는 미사를 봉헌한다. 순교자 성월을 닫는 미사는 9월 26일 오후 3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교구 순교자현양위원장 정순택 주교 주례로 봉헌된다. 이날 미사는 CPBC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날인 9월 16일은 ‘임 가신 길, 임 따라 걷는 길’이라는 주제로 김대건 신부 치명 순교길 도보순례가 진행된다. 김대건 신부 순교길은 175년 전 김 신부가 감옥에서 처형장으로 압송된 경로로 ‘천주교 서울 순례길’에 속한다. 우포도청 터부터 서소문 밖 네거리ㆍ당고개ㆍ새남터순교성지에 이른다. 도보순례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4개 대표 순례단이 참여한다. 사제ㆍ평신도ㆍ새 신자ㆍ청년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김대건 신부의 벗에서 이름을 땄다. △동료 사제 ‘최양업 토마스’ △귀국길에 동행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성 현석문 가롤로’ △우포도청에서 함께 지내며 감화돼 세례받은 ‘성 임치백 요셉’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 신부의 시신을 미리내까지 업어 옮긴 ‘이민식 빈첸시오’다. 이날 순례단은 김 신부의 벗으로서 영원한 삶으로 가는 길에 동행하는 마음으로 순교길을 걸은 뒤, 미사로 순례를 마친다. 새남터순교성지에서 봉헌되는 마무리 미사는 CPBC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편, 15일부터는 기부금을 내고 순례자 여권을 받아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걷는 ‘순례길 걷고, 기부하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완주자는 순교자 성월을 닫는 미사에 참여해 축복장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울 순례길’을 활용한 ‘청소년ㆍ청년 순례길로!’ 행사도 진행되고 있다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기사3]바티칸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미사…유흥식 대주교가 주례(종합)
송고시간2021-08-22 10:26 전성훈 기자기자 페이지
한인 신부·수도사·수녀 등 200여명 참석…교황도 축복 메시지 전해
유흥식 "코로나19 위기 형제애가 유일 치료제…교황 방북 성사 기원"
(바티칸시국) 전성훈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에서 강론하는 유흥식 대주교. 2021.8.21. lucho@yna.co.kr
(바티칸시국=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전 세계 가톨릭의 중심인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21일 오후(현지시간)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가 봉헌됐다.
미사는 현지 유학 중인 한인 신부와 수도사, 수녀, 평신도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청 시성성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 주례로 진행됐다.
유 대주교는 '성김대건 신부님,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강론에서 참된 신앙인으로서 김대건 신부의 짧지만 거룩한 삶을 돌아봤다.
(바티칸시국=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를 주례하는 유흥식 대주교. 2021.8.21. lucho@yna.co.kr
유 대주교는 "성 김대건 신부님은 25년 26일이라는 짧은 지상의 삶을 통해 인간의 참된 삶의 가치를 보여주셨다"며 "엄격한 유교적 신분사회에서 인간 존엄과 평등사상,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했다. 한마디로 믿음과 삶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의 시대에 맞은 '성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은 우리 모두에게 큰 은총과 함께 중대한 사명을 새롭게 전해준다"며 무엇보다 형제애의 실천을 강조했다.
코로나19가 국경을 넘어,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이에게 퍼져나가기에 이를 극복할 치료 약 또한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형제애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바티칸시국=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 2021.8.21. lucho@yna.co.kr
유 대주교는 "형제애는 코로나19는 물론 병든 세상의 유일한 해독제이자 사회악의 치료제"라고도 했다.
유 대주교는 강론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염원과 이를 위한 교황 방북의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남북 통신선이 복구됐다가 멈추는 등 남과 북, 북미 관계가 살얼음을 걷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관계에 유연한 모습을 취하는 등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요소들이 보이는 듯하다"고 짚었다.
(바티칸시국=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를 주례하는 유흥식 대주교. 2021.8.21. lucho@yna.co.kr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하셔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특별히 성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의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전구(轉求)를 청한다"고 당부했다.
미사 말미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념 메시지가 낭독됐다. 교황은 메시지에서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기쁨의 날, 저의 이 메시지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우에게 닿기를 바란다"면서 "이 기쁜 기념일은 영웅적 신앙의 모범적 증인"이라고 축복했다.
(바티칸시국=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에서 영성체를 집례하는 유흥식 대주교. 2021.8.21. lucho@yna.co.kr
교황청 안팎에서는 한국 최초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계기로 신앙과 피로 지켜진 한국 가톨릭 240년 역사를 다시 조명하는 분위기다.
교황청 관영 매체인 '바티칸 뉴스'는 이날 온라인 이탈리아어판 머리에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와 한국 순교자의 역사를 돌아보는 장문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미사에 참석한 로마의 한 신부는 "김대건 신부는 형제애와 이웃사랑 실천의 모범을 보여주신 분"이라며 "그분의 숭고한 삶이 전 세계에 더 많이 알려지고 재발견되는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약 1시간 동안 한국어로 진행됐다.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한국어 미사가 봉헌된 것은 약 6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바티칸시국=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를 함께 한 유흥식 대주교와 한인 사제들. 2021.8.21. lucho@yna.co.kr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듬해인 2015년 3월 한국 주교단의 교황청 정기 방문 때 이곳에서 한국어 미사가 열린 바 있다.
이는 아울로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부임한 후 현지에서 주례한 첫 공식 미사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로마에 도착한 유 대주교는 이달 2일 취임과 함께 업무를 시작했다.
유 대주교는 미사를 마친 뒤 연합뉴스에 "많은 분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이처럼 뜻깊고 영광스러운 미사를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미사는 '순교자 성월'인 내달 초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녹화 중계할 예정이다.
1821년 충남 당진 솔뫼의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난 김대건 신부는 1845년 8월 사제품을 받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가톨릭 사제가 된 인물이다.
(바티칸시국=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 2021.8.21. lucho@yna.co.kr
천주교 박해가 절정에 달하던 당시 깊은 신앙심으로 활발하게 사목 활동을 하다 관헌에 체포됐고, 1846년 9월 효수됐다.
김대건 신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1984년 시성돼 성인품에 올랐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작년 11월 29일부터 올해 11월 27일까지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선포하고 각종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의 역사적 의미와 함께 그의 삶과 업적을 기려 '2021년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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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4]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 유해를 230여 년만에 찾았다.
두 사람은 1791년 신해박해 때 순교했다. 1801년 신유박해 순교자 윤지헌 유해도 확인했다. 첫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의 묘를 찾는 건 한국 천주교의 과제였다. 천주교 박해에 관한 조선 정부 측 기록을 수집·정리한 <사학징의(邪學懲義)>에는 윤지충과 권상연의 무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나올 뿐 구체적 장소는 적히지 않았다. 이들 3명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한테 시복을 받아 복자(성인의 전 단계)품에 올랐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지난 3월11일, 초남이 성지 바우배기 성역화 과정에서 순교자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물을 출토했다. (무연분묘 10기 중) 5호 무덤과 3호 무덤에서 출토된 백자사발지석의 명문 판독 때 한국의 첫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5호)와 권상연 야고보(3호)의 기록을 확인했다. 8호 무덤에서 윤지충 바오로의 유해를 찾았다”고 1일 발표했다. 바우배기에 순교자 묘소가 있다는 이야기는 구전으로 내려왔다.
유해 출토 지점은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169-17(초남신기길 169-17)이다. 전주교구는 이날 오전 신유박해 때 윤지헌과 함께 순교한 유항검(1756~1801)을 기리는 ‘호남의 사도 유항검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윤지충, 권상연, 윤지헌.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2014년 제작한 초상화다. 주교회의 제공
바우배기 일대는 유항검의 가족묘지가 있던 곳이다. 가족 묘는 1914년 치명자산 성지로 이장됐다. 호남지방 전교에 힘써 ‘호남의 사도’로 불린 유항검은 바우배기 가족묘지터에서 1㎞ 떨어진 초남이 마을에 교리당을 지어 복음을 전했다. 순교 후 파가저택(조선 시대 죄인의 집을 헐어버리고 그 집터에 웅덩이를 파 연못을 만들던 형벌)으로 사라졌다. 전주교구는 “윤지충과 권상연의 묘는 유항검 소유의 땅으로 추정된다. 묘가 조성된 1792년 11월에는 유항검이 여전히 그 지역의 세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신앙의 동료로서 유항검이 이 자리에 첫 순교자들의 묘를 조성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주교구 초남이 성지 담당 김성봉 신부는 이날 “유항검 가족의 원 묘지 터를 찾다 세 사람의 유해를 찾았다”고 말했다. 전주교구는 전 전북대 고고인류문화학과 윤덕향 교수와 함께 진행했다. 전북대 의과대학 송창호 교수가 유해의 해부학적 조사와 유전정보 연구를 담당했다. 김 신부는 “묘소의 정밀조사 및 출토물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묘지의 조성 연대와 출토물의 연대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가 순교한 1791년과 부합하고, 무덤에서 출토된 백자사발지석의 명문 내용이 복자 윤지충, 복자 권상연의 인적사항과 각각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석(誌石)은 죽은 사람의 이름, 생몰 연월일, 행적, 무덤의 좌향 등을 적어 무덤 앞에 묻는 것으로 사발 등을 이용했다.
바우배기 윤지충과 권상연, 윤지헌 묘지 위치.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전주교구는 유해를 두고 성별검사, 치아와 골화를 통한 연령검사·해부학적 조사를 시행했다. 김 신부는 “성별은 모두 남성으로, 연령은 순교할 당시의 나이와 부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부학적인 조사 결과로는 윤지충과 권상연 유해에서 참수형에 해당하는 특이소견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주교구는 “윤지충 유해의 다섯째 목뼈의 왼쪽 부분에서 사망 무렵 ‘예기(銳器) 손상(날카로운 칼과 같은 도구로 오른 위쪽에서 왼 아래쪽으로 비스듬하게 절단된 것으로 추정되는 외상 소견)’이 관찰됐다. 이는 참수형의 분명한 증거”라고 했다. Y염색체 부계확인검사(Y-STR) 검사 진행 결과 각각 해남 윤씨와 안동 권씨 친족 남성 5명의 유전정보와 일치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윤지헌은 유항검과 함께 능지처참형으로 순교했다. 전주교구는 “사망 무렵 골절인 예기 손상이 둘째 목뼈와 양쪽 위팔뼈, 왼쪽 넙다리뼈(대퇴골)에서 관찰됐다. 능지처참형의 분명한 증거”라고 했다.
5호 유해(윤지충)의 다섯째 목뼈, 3호 유해(권상연)의 골반골, 8호 유해(윤지헌) 양쪽 위팔뼈(상완골)의 예기 손상 흔적. 사진 왼쪽부터.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왼쪽부터 윤지충 묘소에서 나온 백자사발지석, 권상연 묘소에서 나온 백자사발지석, 윤지헌 묘소에서 나온 백자제기접시.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교회특별법원은 유해 발견을 두고 “과학적 연구 결과와 고고학적 분석 결과, 교회의 역사적 문헌 등 여러 증거물을 검토한 결과, 이에 반대되는 주장과 증거가 없어, 바우배기에서 발굴·수습된 유해가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이 선언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배척한다”는 내용의 교령을 발표했다.
전주 전동성당의 윤지충과 권상연 순교 기념 동상. 출처 전동성당 홈페이지
윤지충은 고산 윤선도의 6대 후손이자, 윤두서의 증손이다. 1759년 출생했다. 1784년 먼저 천주교에 입교한 김범우의 집에서 <천주실의>와 <칠극>을 접하고, 고종사촌인 정약용 형제의 가르침으로 천주교에 입교했다. 제사를 폐지하고 신주를 불태운 폐제분주(廢祭焚主) 사건을 일으켰다. 어머니가 사망하자 유언에 따라 천주교 예법으로 장례를 치렀다. 1791년 12월8일(음력 11월13일) 오후(신시·辛時, 3~5시 사이)에 전주 남문 밖(전동성당 터)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김대건 신부의 ‘조선 순교사와 순교자들에 관한 보고서’엔 “탁월한 학자인 윤지충 바오로가 그리스도의 신앙을 위하여 용맹하게 투쟁하다가 가톨릭교의 신앙을 위하여 거룩한 피를 흘려 순교하였습니다. 이분이 바로 조선의 첫 번째 순교자”라는 기록이 나온다.
권상연은 1751년 태어났다. 윤지충과는 내외종간이고, 유항검과는 이종사촌이다. 1787년 유항검에게 세례를 받았다. 윤지충과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같은 처형으로 순교했다. 윤지헌은 윤지충의 동생이다. 출생 연도는 1764년이다. 1789년 윤지충을 통해 천주교를 알게 됐다. 1801년 9월17일 전주 남문 밖에서 능지처참형으로 순교했다. 신유박해 때 전라도에서 희생된 신자는 200여 명이다.
전동 최초의 성당인 한옥성당에서 미사 드리는 신자들. 출처 전동성당
김선태 주교는 이날 “실로 놀라운 기념비적 사건이다. 순교자들의 피를 밑거름 삼아 성장해온 우리 교회가 그 순교역사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시는 분들의 유해를 비로소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주교는 발굴의 종교적 의미를 두고 “첫째,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다. 둘째, 신앙으로 친교와 형제애를 다지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우리 사회는 하느님이 아니라 돈이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연대와 형제애보다는 개인을 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물질만능주의와 극심한 개인주의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병폐가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주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 김희태 신부는 “순교자 성월(9월)을 여는 첫날에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 그리고 신유박해 순교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를 발견해 그 사실을 여러분에게 공포하는 뜻깊은 날이다.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감격, 감사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교구는 16일 오전 10시 초남이 성지에서 ‘현양 미사 및 유해 안치식’을 연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culture/religion/article/202109011200051#csidxf1c57551c1573a98059fcd37fa53a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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