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채호기​

나뭇잎숨결 2021. 8. 31. 04:05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는데,

푸른 물 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