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버리려 몸부림하는
이성복
바닷가 언덕 위 이름 모를 꽃들,
제 뺨을 잎새에 부비며 어두워진다
발 밑에 제 이름 묻고, 그림자를
묻고, 몸 버리려 몸부림하는 꽃들,
눈먼 파도에 시달리다 물거품이 되는
꽃들, 마라, 눈을 떠라, 지금 네가 내
얼굴을 보지 않으면 난 시들고 말 거야
아, 이 저녁엔 간지럼처럼 찾아오는
죽음, 베일 아닌 죽음이 따로 있을까
아, 눈시울에 떠는 한 아름의 꽃들,
폭풍 지나가면 곤소금 뒤집어쓰고
허연 뿌리 드러낼 저것들이 오늘
저녁 네게 던지는 빛은 얼마나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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