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愛

스톡홀롬 시립도서관, 인터스텔라

나뭇잎숨결 2021. 3. 4. 19:18

 

 

 

 

 

 

 

1928년 완공한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은 유명 건축가 군나르 아스플룬드(Gunnar Asplund)의 작품이다. 도서관 디자인은 인간 중심으로 설계된 것으로 유명하다. 벽면을 360도로 둘러싼 원통형의 열람실은 특히 장관이다.

 

스웨덴 국민들은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스웨덴 사람들의 높은 독서율에는 공공도서관이 있다. 2013년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OECD, PIAAC(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의 연평균 독서율(15세 이상 국민 중 1년에 책 1권 이상을 읽는 사람의 비율)은 85.7%(OECD 평균 76.5%, 한국 74.4%)로 세계 1위다. 스웨덴 외 북유럽 국가들의 독서율도 높다. 에스토니아와 덴마크(84.9%)가 공동 2위이고, 핀란드(83.4%)가 4위, 노르웨이(83.2%)가 5위. 북유럽 국가들이 모두 1위에서 5위까지 랭크됐다.

 

그런 스웨덴 사람들의 독서량을 뒷받침하는 것은 공공 도서관이다. 스웨덴 전역에는 300여개의 공공 도서관과 1000여개의 공공 도서관의 분관이 있다. 스웨덴 인구가 우리의 5분의 1인 점을 감안하면 꽤 많다. 그래서 스웨덴의 공공 도서관 이용률(15세 이상 국민 중 1년에 1회 이상 공공도서관에 간 사람의 비율)은 74%(한국 32%)로 이 또한 세계 1위다.

 

결국 스웨덴 사람들의 독서는 공공 도서관에서 주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Stockholm Stadsbibliotek)이 있다. 스웨덴 건축가 군나르 아스플룬드가 1928년 신고전주의와 모더니즘을 혼합해 만든, 그야말로 공공 도서관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건축물이다.

 

마크 어빙과 피터 ST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이라는 책에서 이 도서관 열람실을 ‘연마 끝에 순수한 기하학의 경지에 오른 주지주의의 저장소로 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건물의 파사드를 통과하면 등장하는 계단. 그 계단의 끝에서 보이는 광경은 슬슬 심장 박동 수치를 올린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서서 맞닥뜨리는 것은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 속 우주의 공간을 처음 접했을 때의 비현실감이다.

 

원통의 열람실은 다시 3층의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360도를 삥 둘러 꽂혀 있는 장서들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자주 온 사람들에게는 평안함을 준다. 거대한 우주 한복판에 서 있는 듯, 나를 중심으로 수백만 권 책의 별들이 공전하는 환상, 그런 비현실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