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을 보다
-고두현
송정 솔바람해변 지나 설리 해안
구비 도는데
벌써 해가 저물었다
어두운 바다 너울거리는 물결 위로
별이 하나 떨어지고
돌이 홀로 빛나고
그 속에서 또 한 별이 떴다 지는 동안
반짝이는 삼단 머리 빗으며
네가 저녁 수평선 위로 돛배를 띄우는구나
밤의 문을 여는 건 등불만은 아니네
별에서 왔다가 별로 돌아간 사람들이
그토록 머물고 싶어 했던 곳
처음부터 우리 귀 기울이고
함께 듣고 싶었던 그 말
한때 밤이었던 꽃의 씨앗들이
드디어 문 밖에서 열쇠를 꺼내 드는 풍경
목이 긴 호리병 속에서 수천 년 기다린 것이
지붕 위로 잠깐 솟았다 사라지던 것이
푸른 밤 별똥별 무리처럼 빛나는 것이
오, 은하의 물결에서 막 솟아오르는
너의 눈부신 뒷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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