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무지개를 사랑한 걸/ 허영자

나뭇잎숨결 2020. 9. 24. 09:39

무지개를 사랑한 걸

 

 

 

- 허영자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 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 것 없음이

그 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 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 이었던 걸
길이길이 마음에 새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