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무릎/정호승

나뭇잎숨결 2020. 2. 2. 12:37

무릎


정호승


너도 무릎을 꿇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이 되었느냐

너도 무릎을 꿇어야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느냐

차디찬 바닥에

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때이다

무릎을 꿇고

먼 산을 바라볼 때가 길 떠날 때이다

낙타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무릎을 꿇고 사막을 바라본다

낙타도 사막의 길을 가다가

밤이 깊으면 먼저 무릎을 꿇고

찬란한 별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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