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帛書)

춘천교구 성산본당, 공소 5곳 한꺼번에 재건축 축복

나뭇잎숨결 2020. 1. 12. 11:32

춘천교구 성산본당, 공소 5곳 한꺼번에 재건축 축복(2019년3월)

(가톨릭평화신문)

성산본당 주임 고봉연요셉 신부님



춘천교구 성산본당(주임 고봉연 신부)은 3월 2~3일 이틀에 걸쳐 교구장 김운회 주교 주례로 본당이 관할하는 5개 공소 신축 축복식을 거행했다. 한 본당이 관할하는 공소 다섯 군데를 한꺼번에 재건축해 축복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본당이 새로 건립한 공소는 송정ㆍ두촌ㆍ내촌ㆍ철정ㆍ역내공소다. 가장 오래된 송정공소(1923년 설립)를 비롯해 모든 공소가 반세기를 넘은 역사 깊은 곳으로, 강원도 홍천군 화촌ㆍ두촌ㆍ내촌 등 3개 면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 탓에 공소들은 모두 건물이 낡아 누수가 심했고, 겨울철이면 신자들이 영하 10도가 넘는 경당에서 미사나 공소예절을 바쳐야 하는 등 어려움이 컸다. 화장실도 재래식인 데다, 외관만 보면 창고로 여길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에 본당은 2015년 ‘공소 살리기’에 돌입했다. 주임 고봉연 신부는 ‘공소에 한 사람이라도 나오면 꼭 다시 살리겠다’고 약속하고, 신자들과 공소 신립 기금 마련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신자들은 옥수수와 배추를 재배해 3년 넘게 도시 성당을 직접 방문해 판매했다. 방문한 성당에서는 매 미사 후마다 옥수수를 쪄서 무료로 나눠주며 정성을 쏟았다.

이렇게 모은 기금으로 공소 다섯 곳을 건립했고 건립 비용은 모두 합쳐 약 18억 원이 들었다. 성당을 축소한 듯한 모습의 공소들은 모두 튼튼한 벽돌식으로 지어졌으며, 경당과 소공동체 나눔방을 갖췄다. 교구 중부 지역 신앙의 모태 역할을 해오면서 2023년이면 설립 100주년을 맞는 송정공소는 외부에 나눔방 건물을 따로 지었다. 현재 공소에서는 적게는 15명, 많은 곳은 30여 명의 마을 신자가 미사나 공소예절을 하고 있다.

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위해 한꺼번에 공소 다섯 군데를 재건축한 본당의 노고에 감격해 1박 2일 일정으로 모든 공소 축복식을 거행했다.

성산본당 사목회 김태진(펠릭스) 총무는 “주변에선 ‘5개 공소 재건축이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는 본당 사제와 신자들이 합심해 일군 주님 사업의 성과”라며 “벌써 공소 신자들은 새 공소에서 기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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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 공소의 기적

이정훈 필리보 네리(신문취재부 기자)


2019.05.12 발행 [1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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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제히 5개 공소를 새로 건립한 춘천교구 성산본당 공소들을 방문했을 때 세 번 놀랐다. ‘시골 공소는 허름해야 한다’는 편견이 사라졌고, 신자들은 공소를 그저 미사 드리는 곳으로만 여기지 않았으며,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성당과 공소를 내 집처럼 직접 수리하고 가꾸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는 역시 남다른 깊이를 간직하기 마련이다. 바쁜 농사일 중에도 이들은 공소에 모여 기도하고, 미사에 참여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고 살고 있다. 다 떨어져 가는 천정과 곰팡내 나는 허름한 공소에서 큰 불평 없이 신앙생활을 해온 것도 놀라운데, 5곳을 한꺼번에 신축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자들은 사제와 함께 본당 곳곳을 다니며 기금을 모았고, 직접 재배한 옥수수와 배추를 감사의 선물로 일일이 나눠줬다. 60대의 비교적 젊은 신자들이 모금하러 다닐 때, 70~90대 어르신들은 성경 필사와 기도로 힘을 보탰다.

누군가는 공소를 매일 찾아 냉담 교우를 위해 기도를 바치고 있으며, 고봉연 주임 신부는 신자 1명만 참여해도 공소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본당 최고령 97세 어르신은 3㎞ 거리를 매일 걸어서 매일 미사에 참여한다. ‘5개 공소의 기적’은 깊은 신심과 주님에 대한 사랑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공소는 작지만, 오랜 신앙 전통을 간직해온 역사의 현장이다. 깊은 믿음은 신자들 생활과 마음에 고스란히 흐르고 있다. 성산본당은 새로 지은 5개 공소를 누구나 와서 머물 수 있는 피정 및 기도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숙박도 할 수 있고, 소규모 단체가 와서 작은 피정도 하고 갈 수 있다. 새 공소가 공소 신자들의 것이기도 하지만, 도시와 다른 지역 신자들의 공간도 되는 것이다. 새 공소 지붕에 계신 예수 성심상이 두 팔 벌려 온 마을을 축복해주듯 내려다보는 모습이 온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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