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愛

로망의 서점, 이곳에 가고 싶다

나뭇잎숨결 2011. 6. 8. 08:59

 

로망의 서점, 이곳에 가고 싶다.(by 구본준 

http://blog.hani.co.kr/bonbon/

)

# 이게 호그와트야, 서점이야
 

가기만 해도 좋은 곳, 그런 곳이 얼마나 될까?

 

누구에게나 즐거운 그런 곳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서점이다. 책이 바다를 이룬 곳, 그래서 가게지만 가게가 아니라 서재같은 곳, 그런 서점말이다.

 

 

 

항상 가보고 싶어하는 서점이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 있다는 셀레시즈 서점이다.

 

셀레시즈 서점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네덜란드의 중요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다른 서점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이 서점은 성당을 개조한 서점이다. 까마득히 높은 천장 아래 빛의 공간이 펼쳐지는 고딕성당이 서점이라니, 당연히 가보고 싶을 수밖에.

 

 

 

최근 나온 책 <유럽의 명문 서점>에서 이 성당 서점을 만날 수 있었다. 시원한 사진으로 본 서점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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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점 사진은 언제 봐도 매혹적이다. 멋지지만 엄숙한 성당이 서점이 되면서 그 본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밝고 근사한 곳으로 변한 그 느낌을 직접 만나보고 싶은데 아쉽게도 . 기회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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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성가대석 쪽은 이런 식당이라니! 네덜란드 사람들은 정말 장사에 관한한 한계가 없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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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성당, 보기만해도 범상치 않다. 그 규모나 장식이 대단한 포스다.

 

해외 토픽에서 봤을 때는 낡은 성당을 개조한 것으로만 알았다. 유럽에선 종교 신자가 점점 줄면서 성당 건물들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개조해서 전혀 다른 공간이 된 사례가 종종있다. 독일에선 성당을 개조한 아파트도 만들었다.

 

그래서 이 성당 서점도 그런 쇠락한 성당 중 하나겠거니,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책 <유럽의 명문 서점>을 보니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고 한다. 문화재 성당인데, 이렇게 서점으로 운영하는 것, 정말 네덜란드 답다고나 할까.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이 성당을 서점으로 쓰는 주체가 네덜란드 최대 서점 체인인 셀레시즈란 점이다. 우리로 치면 교보문고가 부석사를 서점으로 고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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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것은 내부 책장이다. 높은 교회 공간에 어울리게 철구조로 `집안의 집' 처럼 구조체를 만들었다. 성당이 문화재급이니 그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내부에 서점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암스테르담 건축사무소 메르크스+기로드의 작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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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간, 정말 이 서점에서만 가능할 듯 싶다.(그런데 알고보니 다른 나라에도 성당을 고친 서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 보니 저 성당 서점 못잖게 가보고 싶어지는 서점을 잔뜩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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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가운데로 레드카펫을 깐 듯한 새빨간 계단이 갈라지고 모이며 꼬불꼬불 승천하는 이무기마냥 올라가는 모습이다.

 

계단은 그 자체로 최고의 인테리어가 된다. 그래도 이 정도 계단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나무로 장식한 천장도 예술인데 이 계단은 정말 이 공간 전체의 주연배우처럼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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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옷 입은 꼬마가 계단에 있으니 정말 호그와트의 헤르미온느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킨다. 계단 건축의 스타가 서점에 있었던 것이다.

 

 

 

이 궁전처럼 화려한 서점은 포르투갈 포트루의 명물 `렐루' 서점이라고 한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 중의 명소라고.

 

렐루 서점이 문을 연 것은 1906년, 100살이 넘은 노익장 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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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봐도 예술. 이제 네덜란드 만이 아니라 포르투갈도 꼭 가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언제 가게 될지는 몰라도...

 

 

 

# 사진만 봐도 즐거운 책 <유럽의 명문 서점>

 

 

 

사실 이 책은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사진을 보기 바빠서. 내용은 어렵잖고 단순 간단해서 오히려 아쉬웠지만 유럽의 고풍스런 서점들, 또는 정말 독특한 서점들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즐거웠다. 서점의 로망을 잔뜩 부추기는 바람에 가봐야 할 서점 명단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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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던트 서점이라는데, 서점 체인 업체 던트의 본점이라고.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뽑힌 메리리본 하이 스트리트에 있는 이 본점이 가장 유명하단다. 아름다운 거리엔 역시 아름다운 서점이 있어야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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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테리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2층 까지 뚫린 공간, 그리고 긴 난간도 로망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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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점 때문에 벨기에도 가볼 이유가 추가됐다. 브루셀에 있는 트로피슴 서점이라고 한다. 역시 뻥 뚫린 공간에 중층으로 2층이 있고 거기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 레스토랑에서 서점을 내려다본 모습이라고. 이런 전망을 볼 수 있는 식당, 정말 독특한 식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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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하면 빠지지 않는 나라 프랑스 역시 이런 멋진 서점이 있었다. 파리에 있는 오귀스트 블레조 서점. 1840년대 한 아가씨가 거리에 차린 도서가판대가 서점으로 발전했고, 지금은 블레조란 집안이 3대째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서점 사진이 관광엽서 못잖다. 오랜 세월이 배어있는 공간 분위기는 정말 돈주고도 못살 법한 것.

 

 

 

이밖에도 눈길 끄는 서점들이 많았는데 다 소개하기 어려운 관계로 한 곳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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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하얗고 단순 깔끔한 서점은 이탈리아 로마의 부카바 서점. 팔라초 델레 에스포시치오니 미술관 안 서점이라고 한다.

 

 

 

# 힘내라, 대한민국 동네서점

 

 

 

유럽 서점들을 보면서 부러운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아름다운 인테리어.

 

우리나라 주요 서점들은 대부분 대형 서점들이다. 책의 권수에선 저 유럽 서점들보다 많겠지만 그 분위기는 정말 내세울 것이 없다. 교보든, 영풍이든, 반디앤루니스든 그 안 공간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요소를 찾아보긴 정말 보물찾기보다도 어렵다.

 

특히 지난해 내부를 싹 고친 광화문 교보문고의 경우 그 인테리어는 실로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오래라도 되면 나름의 분위기가 생기는데 고친 인테리어가 오히려 더 수준이 낮아졌다. 물론 개인취향이니 뭐라 마시길.

 

 

 

두번째로 너른 복도.

 

유럽 저 서점들을 보면 비좁은 곳도 있지만 시원시원하게 공간을 배치한 점들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서점들은 그 경제적 여건 때문에 너무 공간이 미어터진다. 아기자기한 재미와 부대끼는 맛이 있겠지만 그래도 좀 너무 붐비는 것이 사실이다.

 

 

 

세번째, 너무나 부러운 자생력.

 

지금 대한민국 서점들은 최악의 상황이다. 대형 서점들에 치명타를 맞은데 이어 인터넷 서점에겐 거의 실신지경으로 두들겨 맞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제 서점이 단 한 곳도 없는 동네가 거의 대부분이 될 듯하다.

 

서점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다. 문화적 세포 역할을 한다. 책을 보면서 문학 작품 이라도 하나 더 알게 되고, 사려던 책 아니라 다른 책을 충동구매해도 즐거운 곳, 그게 서점이다.

 

 

 

우리나라 동네 서점들은 생존 위기에 몰려 개성적 공간으로 꾸밀 엄두도 못내고, 대기업 대형 서점들은 돈이 있어도 촌스럽거나 몰개성의 극치인 서점들만 늘려가고 있다.

 

인테리어만 봐도, 책의 목록만 봐도 서점 주인의 철학이 느껴지는 서점, 그것도 동네에서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하는 작아도 개성있는 서점, 그런 서점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점들에게 그렇게 변신하라고 이야기하기조차 미안해진다. 나 역시 인터넷 서점을 더 이용하니 말이다.

 

 

 

서점 주인 여러분 미안합니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작아도 가고 싶은, 책과 또다른 분위기가 있는 그런 서점들로 대형 서점들에 꿋꿋이 맞서며 지역의 중심이 되어주세요. 서점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봅니다.

 

 

 

by 구본준  http://blog.hani.co.kr/bonb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