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손(手)이 아름다운 사람, 효재처럼

나뭇잎숨결 2009. 1. 29. 20:00

 

 

손이 아름다운 사람은 그 영혼이 아름답다.

 

그 손은 세상을 치유한다.  

 

 

 

 

 

  

광목은 어진 옷감입니다. 저고리도 만들고 버선도 만들고 도시락 싸 갖고 다닐 작은 보자기도 만들었을 광목. 기름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정갈하고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 번 삶아 빨아 뽀얗고 하얀 바탕에 길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민들레며 앵초, 나팔꽃 한 송이만 살짝 수놓아 치장하면 은은한 아름다움이 배어나옵니다. 서늘하게 닿는 감촉과 눈부시게 하얀 빛깔. 모든 더러움을 닦아낸 후 삶아 빨아 말리면 또 다시 제 빛깔을 되찾는 광목은 여자로 하여금 살림하는 재미를 새록새록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보물이지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광목의 서늘한 아름다움을 한복 연구가 이효재 씨를 통해 다시 만났습니다. 요리하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앞치마, 주방 속 보기 싫은 아이템들을 감춰주는 세제 덮개와 커피포트 덮개, 설거지를 마친 후 꼭 짜놓은 행주 등에 이르기까지 온통 광목 일색이랍니다.
 
색실로 수를 놓고 한땀 한땀 손으로 감쳐 완성했다는 행주는 선뜻 물에 담그기 아까울 만큼 곱습니다. 손이건 그릇이건 쉬운 대로 종이 냅킨을 뽑아 쓰고 물휴지로 쓱쓱 닦으며 사는 것과 광목으로 만든 행주를 마련해두고 정성껏 손질해 사는 것에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지요. 내 손으로 빨아 쓰니 위생적이고 수십 통의 휴지와 종이 냅킨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환경 친화적인 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줄 것이 분명하니 아이들의 품성 교육에도 더 없이 좋은 셈입니다. 또한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기다리는 이들의 눈이 고귀하고 깨끗한 광목 앞치마에 빠져들어 식사시간 내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보기 싫은 주방 속 애물단지인 주방 세제와 뽀얀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는 티 포트를 감추어줄 덮개, 화장실을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만들어줄 변기 커버까지 깔끔하고 보기 좋게 보관합니다. 모두 실제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서정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효재 스타일’이야말로 집안을 빛나게 하는 일등 공신이 아닐까요?
   

옷이며 가구를 사는 데는 아낌없이 투자해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면서 정작 자신만의 공간인 부엌에서 사용하는 행주에는 공을 들이지 못하는 주부를 보면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는 이효재 씨. 그녀가 정성스레 만든 작은 소품 하나의 연출이 집안의 분위기를 얼마나 바꾸어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만든 이의 정성이 오롯이 담겨 있는 아이템. 주부의 입장에서 주부들을 위해 만든 주부들만의 것입니다. 혹시 고마운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눈 여겨 보세요. 받는 이의 품격을 높여주고 주는 이의 감각을 살려줄 고마운 소품들이니까요. 집안 살림의 진정한 재미를 광목과 함께 지금부터 느껴보세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중앙 M&B


                   

 
 

 


              

고추 말리고..



가지를 말리고..

 

가지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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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아름답습니다. 효재의 손은 행복을 만드는 마이더스 손입니다. 

 

효재의 손 끝에 닿으면 누더기 헝겊도 선녀의 날개옷이 되고 초근목피도 진수성찬이 된다. -작가 이외수

 

 


 

 

  

 

 

 

 

 

사진출처-중앙 M&B

 

 

 

 

 

 

삼청동 한복집 '효재'의 주인 이효재씨는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특종인 사람이다.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구나 싶다.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가 울고 갈 손맛에, 미국의 살림 여왕 마사 스튜어트가 부럽지 않은 살림꾼. 예쁜 정원에서의 삶을 책으로 엮어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동화작가 타샤튜터보다 더 예쁘게 가꿔 놓은 그녀의 산속 외딴집은 그림이 따로 없다. 그 집에서 헬렌 니어링만큼이나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 뒤통수 한 대 맞은 것 같은 깨우침도 준다.


한시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바쁜 한복집, 효재를 지키면서 이렇게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내는 그 열정이 놀라운데, 그녀의 힘의 원천인 보약 같은 음식들을 포함, 재미나는 삶의 모습들을 그대로 담은 책이 바로, '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 그동안 여성중앙, 행복이 가득한 집 등 다양한 매체에 단편적으로 소개되었던 이효재 씨의 재미난 요리와 살림법,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엄마가 말하면 죄다 잔소리처럼 들리는 법이지요. 다들 외동딸, 외동아들 낳고 사는 세상이니, 엄마의 잔소리 대신 옆집 큰언니의 재미난 살림 얘기처럼 편안하게 다가오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남편 출장 간 날, 모처럼 자유롭게 실컷 놀다가 늦게 잠자리에 누워 잠이 안 오면 다시금 일어나 펼쳐보게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이 좋아 술술 책장을 넘기다가 어느 페이지의 글을 읽고는 마음이 동해 다음 날 이른 새벽 부엌 찬장을 뒤지게 만드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프롤로그 중에서)

이효재 씨의 먹을거리 철학

1 음식은 제 맛으로, 간은 되도록 생략한다
꼬막을 먹어도 삶아서 간 없이 먹고, 굴도 초고추장 안 찍고 그대로 먹으며 음식의 제 맛을 음미할 줄 안다. 간으로 범벅한 음식에 중독되면 건강에도 안 좋지만 혀끝도 무뎌진다고.


2 쉬운 요리 예쁘게 담기
간을 많이 안 하니 책 속에 소개되는 음식은 죄다 만들기 쉽다. 어, 이렇게 간단했어? 하고 허망할 정도. 그러나 "지나가는 이장이 봐도 예뻐야 한다"는 삶의 철학을 지닌 그녀는 좋은 그릇에 정말 예쁘게 음식을 담아 근사하게 차려내니 대접받는 이들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남편 임동창 선생도 아내의 이런 모습이 싫지 않은 기색이다.


3 그릇을 즐기며 사용할 줄 안다
100박스나 되는 그릇을 갖고 있는 진정한 그릇 마니아인 그녀는 고급 그릇일수록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 또 양식기는 양식에만 쓰는 게 아니라 한식을 담을 때 은그릇과 함께 세팅해 내는데, 그 눈썰미와 감각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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