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정천 한해(情天恨海) / 한용운

나뭇잎숨결 2008. 8. 4. 20:10

 

 

 

 

 

정천 한해(情天恨海)  / 한용운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情하늘을 따를소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恨바다만 못하리라.

높고 높은 情아늘이
싫은것은 아니지만
손이 낮아서
오르지 못하고
깊고깊은 恨바다가
병 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짧아서
건너지 못한다.

손이 자라서 오를수만 있다면
情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
다리가 길어서 건널수만 있다면
恨바다는 깊을수록 묘하여라.

만일 情하늘이 무너지고 恨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정천(情天)에 떨어지고 한해(恨海)에 빠지라라.

아아,情하늘이 높은줄만 알았더니
님의 이마보다는 낮다,
아아,恨바다가 깊은줄만 알았더니
님의 무릇보다는 얕다.

손이야 낮든지 다리야 짧든지
情하늘에 오르고 恨바다를 건너려면
님에게만 안기리라.